쿠팡과 CJ 간 갈등이 확전 양상이다. 지난해 11월 표면으로 드러난 쿠팡과 CJ제일제당 간 납품가 갈등이 평행선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쿠팡이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다. ‘햇반전쟁’으로 시작한 갈등이 확산하고 있는 배경엔 단순히 쿠팡과 CJ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이 겹친 시장 상황과, 스마트폰 보편화에 따른 모바일 기반 e커머스의 급성장, 시장 환경 급변 속 급부상한 유통사(플랫폼) 강자와 기존 제조사 강자 간 수익성 확보를 위한 기싸움, 경계 없는 전방위 경쟁 상황에서 플랫폼 대 플랫폼 간 경쟁 구도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발주 중단’으로 갈등 표면화…납품가 수싸움 이면엔

쿠팡과 CJ제일제당 간 갈등이 공식적으로 표면에 드러난 건 지난해 11월, 양사가 2023년 납품 단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쿠팡이 CJ제일제당의 햇반, 비비고 만두 등 상품 발주를 중단하면서다. 당시 쿠팡은 “CJ제일제당이 가격 인상을 요구하면서 납품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이 과도한 마진율을 요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발주를 끊은 것”이라고 되받았다.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3월 JP모건은 기업 분석 리포트를 통해 “CJ는 쿠팡을 통한 수익성이 여전히 다른 e커머스 채널 대비 높다고 밝혔다”며 “직매입 시스템을 도입한 쿠팡에선 마케팅, 프로모션 비용이 타 오픈마켓 플랫폼 대비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CJ제일제당이 쿠팡 발주 중단 당시 주장한 ‘과도한 마진율’과는 배척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은 모든 e커머스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나, 쿠팡은 제조사의 ‘플랫폼 길들이기’일 뿐이란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선 이어지는 갈등을 두고 e커머스를 넘어 온·오프라인 유통사 전체를 놓고 봐도 매출 수위권인 쿠팡과 식품업계 부동의 1위인 CJ제일제당 간 가격 결정권을 쥐기 위한 양보 없는 주도권 싸움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쿠팡이 2010년대 소셜커머스 시절부터 분기 매출 7조원에 이르는 거대 e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한 현재까지 내세우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공격적인 최저가 정책이다. 2009년 이후 스마트폰 사용 보편화로 모바일을 등에 업은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은 비대면 온라인 쇼핑 급성장을 불러왔고, 쿠팡은 기세를 몰아 싼 가격, 빠른 배송과 교환·반품 등을 내세우면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다수 확보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쿠팡은 지난 1분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한 7조3990억원을 기록했다.

식품기업 부동의 1위인 CJ제일제당 역시 코로나19와 러시아 전쟁 등으로 각종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운영비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년간 급성장해 상품 판매 비중이 e커머스를 넘어 유통사 전체를 놓고 봐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온 플랫폼을 상대로 물러설 수 없는 납품가 주도권 싸움에 나섰다. 플랫폼 강자와 제조사 강자와 간 양보 없는 힘겨루기는 결국 봉합되지 못하고 쿠팡에서 CJ제일제당 상품이 빠지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反쿠팡’ 진영 확대vs’제당 없는 쿠팡’ 강점 어필

발주 중단 이후에도 ‘원만한 합의’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양사의 공식 입장이었으나 물밑으론 ‘플랜B’가 진행됐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의 발주 중단 이후 ‘반(反) 쿠팡 연대’를 강화했다. 쿠팡을 제외한 타 플랫폼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지난해 말부터 11번가에선 ‘슈팅배송’ 대표 상품으로, G마켓·옥션에선 ‘특별전’ 상품으로 CJ제일제당 인기 제품이 소개됐다. 지난 3월엔 컬리와 공동상품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타 유통사도 쿠팡-CJ 간 갈등을 경쟁사인 쿠팡을 견제하면서 좋은 조건으로 식품 1위 기업 대표상품을 선보일 기회로 삼았다.

지난 6월 이들 간 갈등은 격화했다. 신세계그룹이 지난달 유료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론칭을 앞두고 진행한 행사에 CJ제일제당이 참여, ‘식품과 유통 부문에서 최고 경쟁력을 갖춘 양사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상품을 기획하며 선론칭에도 나선다’고 발표하자, 쿠팡은 4일 만에 CJ제일제당을 겨냥, ‘독과점 식품기업’ 제품이 쿠팡에서 사라져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응수했다. 이어 올해 1분기 쿠팡의 식품 카테고리는 국내 식품시장 대비 3배 이상(20%) 급성장했다고 발표했다. CJ제일제당 없이도 충분히 건재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표면으로 드러난 갈등이 강화 국면에 이르면서 봉합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고 업계는 내다봤다. 최근 쿠팡은 대상을 넓혀 CJ올리브영까지 정조준했다. 공정위에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신고한 것이다.

유통 환경 급변 속 유통사vs제조사…제2의 쿠팡vsCJ제일제당 나올 수도

업계는 ‘양사 모두 잃는 게 있어도 물러설 수는 없는 싸움’이라고 입을 모았다. 700조원에 달하는 유통 시장 내에서 과거와 같은 명확한 업태 구분 없이 전방위 경쟁을 해야 하는 환경에서, 이미 거대 e커머스 기업이 됐으나 추가 성장 모멘텀을 마련해야 하는 쿠팡과 만만찮은 시장 환경 속 수익성 확보를 주요 과제로 삼은 식품 대기업 모두 물러설 구석이 없다는 게 전문가 시각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진 상황에서 유통사와 제조사 간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란 측면에선 제2의 쿠팡, 제2의 CJ제일제당 역시 충분히 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주요 글로벌 명품·패션 업체 가운데선 아마존 등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춘 플랫폼 기업과 결별하고 자체 판매 채널을 구축하는 등 독자 노선을 강화하는 곳들도 존재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와 같은 글로벌 시장 환경에선 유통사와 제조사 간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와 최종 접점이면서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갖춘 주요 플랫폼 기업의 파워가 강력하나, 강력한 유통사들이 경계 없이 경쟁하는 구조에서 타 유통사와의 경쟁 상황 역시 무시할 수 없어 복잡하게 얽힌 구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 입장에선 건전한 경쟁 속 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받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에 따라 자주 쓰는 플랫폼에서 타제품에 정착할지, 제조사 제품을 따라 움직일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유통사·제조사 간 수싸움은 소비자 움직임을 확인해가며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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