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깎아주려 과다 추계?” 오류 둘러싼 루머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년 국세수입에 대한 재추계 결과, 국세 수입은 예산(400.5조원) 대비 59.1조원 부족한 341.4조원으로 전망된다고 밝히고 있다. 2023.09.18.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년 국세수입에 대한 재추계 결과, 국세 수입은 예산(400.5조원) 대비 59.1조원 부족한 341.4조원으로 전망된다고 밝히고 있다. 2023.09.18.

정부의 세수 추계 오류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의도적 과소·과다 추계’ 혹은 ‘조직·정치적 요인’ 등도 꾸준히 거론된다. 의혹 해소를 위해 객관성·투명성 확보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문재인 정부는 ‘과소 추계’ 의혹에 시달렸다. 2021년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본예산 기준 세수가 282조7000억원 걷힐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344조1000억원 걷혀 초과세수 61조3000억원이 발생했다. 오차율이 17.8%에 달했다.

당시 기재부는 초과 세수 원인으로 예상보다 강한 경기 회복과 부동산 거래 확대를 꼽았다. 그러나 정치권 등에선 “기재부가 의도적으로 과소 추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의도적 과소 추계’ 의혹의 핵심 원인은 ‘부동산 세제’에 있었다. 2021년 세수 오차율을 세목별로 구분해 살펴보면 양도소득세 오차율이 54%에 달해 주요 세목 가운데 가장 컸다. 정부 예상보다 부동산 거래가 훨씬 활발하게 이뤄져 관련 세금이 많이 걷혔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2020년 발표한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를 상대로 양도소득세율을 대폭 높였는데 이를 두고 거래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재부 세제실이 “부동산 세제 개편으로 양도세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추계 결과를 내놓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힘의 논리' 때문?…자꾸 빗나가는 세수 추계, 이런 루머까지 나돈다

현 정부에 대해선 감세 추진 정당성 확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과다 추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소득세·법인세·종합부동산세를 대대적으로 감면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야당 반대에 막혀 부분적인 감세만 이뤄졌다. 올해 추가 감세 정책이 힘을 얻으려면 “올해 세수가 많이 걷힌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과다 추계’ 의혹이 제기된다.

반복되는 세수 추계 오류 원인으로 기재부 ‘조직’ 차원의 문제도 거론된다. 기재부에는 오랜 기간 라이벌 관계인 세제실과 예산실이 공존하고 있다. 두 조직 간 ‘힘의 논리’에 따라 세수 추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문재인 정부 때에는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왔고 예산실 출신이 중용되면서 ‘과소 추계’가 불가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제실의 세수 호황 전망을 근거로 예산실이 재정지출을 크게 늘렸는데 ‘세수 펑크’가 발생할 경우 세제실이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기재부의 ‘조직적 환경’이 세수 추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예정처는 ‘세수 오차의 원인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재정당국 입장에서는 과소추계로 인한 초과세수 발생시보다 과대추계로 인한 부족세수 발생시 추경편성 등으로 인한 행정비용이나 정치적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 지목된다”고 밝혔다.

예정처는 “정치적 문제로 정부 세입 과소추계의 경향성을 해석하기도 한다”며 “초과세수는 재정지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재정 책임성을 중요시하는 정책담당자가 재정여력을 숨기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라고 했다.

예정처는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고 본다. 일례로 현행 기재부처럼 세입전망을 담당하는 조직(세제실)이 경제정책이나 세출예산(예산실)을 편성하는 조직과 통합돼 있는 경우 낙관적인 세입 전망 경향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예정처는 “정부 경제 전망은 경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기보다 정책 의지를 반영할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가 우리 경제 성장잠재력을 과대 평가할 경우 낙관적인 세입 전망으로 이어져 결국 재정적자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힘의 논리' 때문?…자꾸 빗나가는 세수 추계, 이런 루머까지 나돈다

세수오류 줄이려면…”세수 추계 횟수 늘리고 절차 공개해야”


'힘의 논리' 때문?…자꾸 빗나가는 세수 추계, 이런 루머까지 나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세수 추계 오류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가 사용 중인 세수 추계 모형을 외부에 공개해 민간에서 이를 검증·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 상황이 급변하는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현재 1년에 한 차례하고 있는 세수 추계 빈도를 조정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기재부 세제실 내에 박사 이상 전문 교수급이 참여하는 상시 전망팀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건 현재 기재부가 어떻게 세수 추계 작업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라며 “어떻게 그 숫자가 나왔는지 그 이유와 계산 절차를 공개해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틀리면 틀렸나보다’라는 식으로 넘어간다면 계속 지금과 같은 대규모 세수 오차가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도 “정부가 세수 추계 모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보니 전문가들 입장에서도 정부가 어떤 모델을 사용해 어떻게 세수 추계를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조언을 하고 싶어도 그럴 체계가 안갖춰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가 현재 사용 중인 세수 추계 모형을 외부에 공개해 민간에서 이를 검증·연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다. 박 교수는 “기재부가 단독으로 할 게 아니라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도 임무를 줘 세수 추계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세수 추계 시기와 빈도를 조정하자는 주장도 있다. 현재 세입예산안 편성 작업은 전년도 7∼8월에 이뤄진다. 이 때문에 하반기 경기사이클을 비롯한 중요 경제 변수가 세입 예산안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수 추계 작업을 1년에 2차례 이상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 교수는 “경제 상황이 계속 변하고 있으니 세수 추계도 최소 1년에 2번은 꼭 해야 한다고 본다”며 “추가적으로 환율이나 성장률 전망에서 큰 변화가 있거나 코로나19(COVID-19),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큰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는 그에 따른 세수 영향을 반영해 세수 추계를 새로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오른쪽 두번째)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브리핑실에서 2023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재정 대응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날 세재실장을 비롯해 예산실장, 재정관리관, 경제정책국장, 국제금융국장, 행안부 지방재정국장, 교육부 교육자치협력안전국장이 동석했다.2023.9.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오른쪽 두번째)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브리핑실에서 2023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재정 대응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날 세재실장을 비롯해 예산실장, 재정관리관, 경제정책국장, 국제금융국장, 행안부 지방재정국장, 교육부 교육자치협력안전국장이 동석했다.2023.9.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수 추계를 담당할 전문 조직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홍 교수는 “현재 기재부 세제실에 표면상 세수와 관련한 부서가 없다”며 “전문 조직과 인력, 또 민간이 모여 세수 추계를 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세수 추계를 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세수추계팀의 근본적 개선 없인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며 “상시적인 세수 전망팀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매월, 매분기 나오는 자료를 면밀하게 쫓아가야 하고 상시적으로 세수 동향을 감시해 추계하고 업데이트 할 수 있는 전문적인 팀을 빨리 구축해야 한다”며 “그 작업은 공무원만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최고 능력을 겸비한 박사 이상 전문 교수급이 참여해 세제실 내에서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美·英·日도 세수 틀려…팬데믹에 경기변동↑오차율은 10%


 한미일 3국 정상이 29일 오후(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국제회의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6.29/뉴스1
한미일 3국 정상이 29일 오후(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국제회의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6.29/뉴스1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을 겪으면서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역시 이례적 규모의 세수오차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미국·영국·일본 등 5개국의 세수오차율 절댓값 평균은 10%에 달한다. 대체로 펜데믹 이후 과도한 경기변동 속에서 법인세·재산세 등에서 세수오차가 벌어졌다.

18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세수오차의 원인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주요국의 2020~2022년 세수오차폭(절대치) 평균은 △미국 8.9% △캐나다 10.6% △영국 12.7% △일본 8.6% △독일 7.4%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세수오차율은 11.1%로 5개국의 단순 평균(9.6%)을 웃도는 수준이다.

2020년 이후 세수오차는 대체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늘어났다. 실제 20년대에 들어서 주요국별 세수오차 변동폭은 △미국 1.7%포인트(p) △캐나다 8.9%p △영국 10.5%p △일본 2.3%p △독일 5.6%p △한국 6.3%p 등이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위기 직후인 2020년은 예산 대비 국세수입이 과소 수납돼 세수결손이 발생했다”면서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성장률 저하 등 세입 여건의 악화와 함께 일부 예산편성 시점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의 조세지출 확대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1년 이후에는 예산 대비 국세수입이 초과수납되는 방향으로 세수오차가 발생했는데 이는 재정당국이 예상한 것보다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인 점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눈여겨볼 점은 2010~2022년간 주요국들도 법인세를 중심으로 세수오차를 겪었다는 것이다. 5개국의 본예산 기준 세원별 세수오차율 평균을 보면 법인소득세가 18.3%로 다른 세원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다. 이어 재산과세가 7.7%, 개인소득세·소비과세는 평균 5%대의 오차율을 보였다. 우리나라 역시 2010~2022년 평균 세수오차율 3.5% 가운데 법인세의 기여도 1%포인트에 달했다.

이러한 대규모 세수오차에 대한 대응법도 국가별로 상이하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현재 50개 주에서 불황대비기금을 법제화해서 운용 중이다. 캐나다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세수 추계를 상당히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민간 전문기관의 경제전망치 평균에 비해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전제했을 때 세수입 감소를 상정하고 이에 대비한 예비비를 편성해 대응하고 있다.

한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은 1990년대 이후 경기흐름 변동에 비해 조세 증가율의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경기 호황기에 예상치 못한 세수 증가가 (다시) 확장적 재정지출로 이어지는 경향이 재정의 경기 동행성을 강화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면서 “조세부양성의 변동폭 확대는 조세 구조의 변화 등 구조적인 원인에 기인하고 있어 향후에도 경기변동성에 비해 조세증가율의 변동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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