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행정안전부 등 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신년사를 챗GPT가 써보게 했더니 결과가 훌륭했다”며 공무원들에게 챗GPT를 업무에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보라고 지시한 지 10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공공분야에서 생성형AI를 활용해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공공기관에서 생성형AI 도입과 활용이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최근 ‘공공분야 생성형 AI 활용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생성형AI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빅테크 기업들이 대형 언어모델과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며, 생성형AI 시장이 매년 42% 성장해 2032년에는 1조3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을 실었다. 앞으로 의료 금융 교육 IT 등 다양한 영역에 생성형AI를 적용해 업무를 자동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면서 고객 경험을 향상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도 AI를 국민 일상과 공공·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4월에는 ‘초거대 AI 경쟁력 강화 방안’, 지난달에는 ‘전국민 인공지능 일상화 실행계획’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경북연구원이 개발한 정책지원 AI 서비스 ‘챗경북’과 같은 챗봇 서비스 외에는 생성형AI가 공공업무에 직접적으로 활용된 사례는 드물다.

대부분의 정부·공공기관에서는 생성형AI 서비스를 업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우려, 낮은 답변 정확도, 고비용 등을 문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분야의 정책·행정서비스의 핵심은 신뢰성이다. 생성형AI에서는 가끔 잘못된 정보이거나 무의미한 답변을 하는 이른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 현상이 나타나는데, 공공업무에선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잘못된 정보를 확대 재생산해 대국민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모델을 도입하자니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고, 공공에서 자체 언어모델을 구축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NIA와 함께 지난 6월 생성형AI를 도입하기에 적합한 공공분야와 구축 방안 등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사업에 착수했고, 올해 말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해외 일부 국가는 생성형AI 서비스를 공공분야에 도입하고 문제점 해결을 위한 노력을 병행 중이다. 생성형AI의 한계점을 알지만 시행착오를 감수하고 공공업무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1년에 약 25억원의 이용료를 내고 챗GPT를 부처 업무에 활용하기로 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계약을 맺었다. 국회 답변서 초안 작성, 회의록 작성, 통계 분석 지원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 싱가포르는 AI를 활용해 시민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는 서비스를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자국민들이 생성형AI 사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오픈AI와 손잡고 GPT4 개발에 협력 중이다.

생성형AI는 △아이디어 탐색 △문서 초안 작성 △업무 자동화 △민원 처리 서비스 및 응대 등 다양한 용도에서 공공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 편의를 증진하는 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 NIA는 조직 또는 고객의 문제나 불편함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기관의 특화된 업무를 고려하여 생성형 AI 서비스를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IT 부서와 현업부서 간의 협업은 필수적이며 지속적인 데이터 구축과 전문인력,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존 업무 처리 방식과 비교해 시간·비용을 줄이고 고객 서비스 개선이 큰 업무부터 적용하는 편이 낫다고 봤다. 하지만 민원인의 개인정보나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 질의응답 업무, 대화형이 아닌 정량적인 답을 요하는 업무에는 생성형AI 활용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김태원 AI·미래전략센터 수석연구원은 “생성형AI의 한계를 인지하고, 공공분야 적용에 따른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생성형 AI 활용 역량 강화를 위한 실습형 교육, 전문인력 충원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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