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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회장 취임 후 ‘가전’의 대명사 LG는 AI(인공지능)와 로봇, 모빌리티, 배터리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불리는 일이 더 많아졌다. 눈에 띄게 달라진 사업 포트폴리오는 하나같이 유망 사업이다. ‘인화’의 LG가 ‘혁신’과 ‘젊음’, ‘열정’의 상징으로 변모하는 과정의 중심엔 구 회장의 독한 결단이 있었다.

14일 LG그룹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 취임 후 대외 공식일정은 전자 생산라인보단 AI와 로봇, 전장, 배터리, 핵심소재, OLED 거점에 대한 현장경영이 많았다. 구 회장이 도전적 신사업을 직접 챙기며 키워 가는데 경영 방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광모, 신사업 어떻게 키웠나… 결단 또 결단의 연속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2018년도는 LG의 미래 먹거리 사업이 대거 태동한 해다. 오스트리아 전장기업 ZKW를 1조4000억원에 인수했고 감성인식 AI 국내 스타트업 ‘아크릴’ 지분 10%를 취득하기도 했다. 로봇개발업체 ‘로보티즈’ 지분을 사들였고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를 전격 인수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AI 프로세서 설계 전문 업체인 자이어팔콘에 모바일과 가전 분야의 AI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지분투자를 진행했다.

그룹 연구개발을 총괄 할 ‘LG사이언스파크’를 오픈 했고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부엔 해외인재영입과 신규 투잘르 위한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세우기도 했다. 모두 2018년에 있었던 일이다.

2020년 10월 중요한 결정이 내려졌다. LG화학의 배터리사업본부 분사다. 그렇게 LG에너지솔루션의 독자 행보가 시작됐고 2022년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수요 예측 에서 기관 주문액이 무려 1경5203조원으로 예측 됐다. 국내 IPO 역사상 최대규모다. 청약 첫날 33조원이 몰렸고, 다음날 114조원의 증거금을 달성했다. 모두 역대 최고 기록들이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고 넘쳐나는 배터리 주문에, 생산공장을 지을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던, 그야말로 황금 같은 타이밍에 이뤄진 상장으로, 원활한 자금 조달이 가능했다. 그 결과 LG엔솔은 현재 기울어진 운동자인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 왕좌에 앉아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에 이어 2위까지 올랐다. 현재 SK하이닉스와 엎치락뒷치락 중이다.

심어진 사과나무를 키워내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세계적 부품사 마그나와 손 잡고 합작법인 ‘LG 마그나 E파워트레인’을 세워 자동차 부품사업에 전력질주 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올 초 ‘CES 2023’에서 “LG의 VS(전장, 자동차부품솔루션)사업은 이제 고속도로 위에 올랐고, 엑셀레이터만 밟으면 된다”고 표현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애플카’가 LG의 손에서 탄생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VS사업부는 지난해 169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첫 연간 흑자 전환을 달성했고, 지난 3분기에는 매출 2조5035억원, 영업이익 1349억원을 냈다.

LG가 신성장 사업에 집중할 수 있던 이면엔 구 회장의 또다른 결단이 있었다. 선택과 집중에 입각한 ‘스마트폰’ 사업 철수다. 2021년 4월의 일이다. 19년간 프라다폰·초콜렛폰 등으로 전세계에 반향을 일으켰지만, 결국 23분기 연속 적자 행진 속 수건을 던졌다. 다만 매각이 아닌 철수다. 스마트폰 사업부가 갖고 있던 많은 기술적 노하우와 특허, 인재들은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전장사업과 AI, 로봇사업부로 흘러들어갔다. 지금 LG 신사업이 탄탄한 내공을 바탕으로 커 나갈 수 있는 이유다. 게다가 LG 스마트폰에 대한 A/S는 아직까지 이어지면서 고객의 신뢰도 저버리지 않았다.

삼성과의 차세대 TV 헤게모니 싸움에선 OLED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서슴없이 여론전을 벌였고 트레이드 마크 같은 LG는 ‘올레드’ 공식을 얻어냈다.

SK와의 배터리 인력유출 소송전은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결국 승소하며 2조원 규모 배상금을 타내는 데 성공했다. 구 회장 이전의 LG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기였고, LG의 각종 원조 기술에 대한 우수성과 특허 경쟁력을 업계로부터 인정 받는 계기가 됐다.

◇’LG Way’그룹사 역량, ‘車’로 모은다… 애플카 만들까
구광모 회장이 집중하고 있는 신사업의 공통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 바로 자동차다. 조주완 사장이 깃발을 잡고 가는 LG전자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동차부품 비즈니스인 전장사업을 강하게 밀고 있다. 자회사 ZKW로 자동차 조명사업을, LG마그나를 통해서는 전기차 동력계를 만든다. 전기차 충전설비 사업까지 진출해 다양한 그룹사와의 시너지 기대감이 나온다.

중국의 저가 디스플레이에 밀려 손실을 보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탈출구도 차량용 디스플레이다.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 불리는 자율주행차 영역에선 투명 OLED와 구부릴 수 있는 플렉서블 OLED 등 미래 차량에 접목시킬 아이템이 넘쳐난다. 지난 연말인사에서 정철동 대표이사 사장이 흑자전환 구원투수로 등판한 상태다.

LG이노텍은 잘하는 광학솔루션으로 자율주행차의 눈이라 할 수 있는 라이다 등의 사업에서 경쟁력을 쌓고 있다. 반도체 기판사업으로는 차량용 통신 비즈니스에 발을 얹을 예정이다. 무선 충전 국제 특허도 다수 보유 중이다. 최근 문혁수 대표이사가 지휘봉을 잡았다.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 LG에너지솔루션은 김동명 사장이 이끈다. 배터리 고객사를 확대하고 미국 IRA상 FEOC(해외우려기관) 규정에 맞춰 원료·소재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해야 하는 과제를 풀 예정이다. 구 회장의 ‘믿을맨’ 신학철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LG화학도 배터리 4대 소재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양극재에 진심으로 달려들고 있다. 최근 자동차 세계 1위 기업 일본 토요타에 2조8000억원 규모의 양극재 장기 공급계약을 성사시킨 바 있다.

이들을 우회 서포트 하는 건 LG AI 연구원이다. 생성형 AI 등 다양한 파트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입증하고 있다. 향후 각 그룹사에 접목시켜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식을만하면 LG의 ‘애플카’ 위탁 생산 수주 가능성이 터져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관련 기술을 다 갖고 있는 LG가 전기차를 만들려고 작정한다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배터리부터 전장부품까지 무궁무진한 잠재적 고객들과의 관계를 떠올린다면 실제 제안이 온다고 해도 구광모 회장의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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