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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박기범 기자] 웨딩, 호텔, 유통, 골프 등을 영위하는 코스닥 기업 베뉴지의 사업 확장은 베뉴지 CC 이후 5년째 특별히 없다. 그 사이 베뉴지의 장부는 영업활동과 무관한 삼성전자, 이차전지 주식들과 계열사의 대여금이 오갔다. 회사 자본이 본업과 무관한 곳에 쓰이고 있다 보니 소액주주와의 이해상충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17일 금감원 전자공시 사업 연혁에 따르면 베뉴지는 2018년 9월 계열사인 부국관광이 골프장 베뉴지 CC를 오픈한 이후 5년 이상 추가적인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베뉴지 CC 오픈 이전에도 2014년 3월 웨딩 사업을 영위하는 Venue G(WEDDING & PARTY)를 오픈하고, 2016년 호텔베뉴지 영업을 개시한 것이 전부이다. 특히 회사의 골격이었던 그랜드마트와 그랜드백화점은 2003년 이후 확장을 멈췄다. 2012년 그랜드마트 계양점을 롯데쇼핑에 양도하고 2018년 9월 말 그랜드마트 신촌점의 영업을 종료하는 등 회사 규모가 되려 줄어들었다.

회사의 매출 규모도 정체되기 시작했다. 매출액은 △2019년 443억원△2020년 339억원 △2021년 326억원 △2022년 365억원 △지난해 3분기말 316억원을 기록하며 2019년 매출 수준을 넘기 힘든 모습을 보였다.

본업은 정체되는 사이 베뉴지는 주식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올해 3분기 말 연결기준 유동자산은 모두 1184억원인데, 이중 절반 수준인 520억원이 당기손익-공정가치 금융자산(이하 FVPL)이었다. FVPL은 모두 국내주식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727억원에 달했다. 베뉴지는 △삼성전자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국내 주요 기업 혹은 이차전지 관련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뉴지가 주식투자에 대규모 자산을 투입한 것은 지난 2021년부터다. 2021년 베뉴지는 706억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했고, 한해에만 224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영업은 정체되어 있고, 영업 외 활동이 많은 탓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괴리가 상당하다. 경상적인 활동보다는 비경상적인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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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분기 베뉴지는 연결 기준 매출액 172억원과 3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FVPL 관련 평가손실이 115억원 가량 발생하며 순이익은 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역시 1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24억원의 FVPL 관련 평가손실로 순이익 기준으로는 17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래도 자금 여력은 있다 보니 관계사에 자금 대여도 나타난다. 2022년 베뉴지는 관계사인 정도건설에 119억원을 대여하기도 했다.

주식투자, 대여활동 등이 가능한 까닭은 아이러니하게도 커지지 않는 본업이 주요 요인으로 풀이된다. 본업의 투자 활동이 중단되니 관련 투자도 특별히 없어 자금도 남고 재무구조도 건실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9년 이후 베뉴지의 부채비율은 100%를 넘은 적이 없다. 기장 높을 때도 70.5%에 불과했다. 또 차입금의존도 역시 30%를 넘은 적이 없다. 가장 높았던 2020년의 차입금의존도가 28.5%에 불과했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은 200%, 차입금의존도는 30% 내외로 높고 낮음을 판단함을 고려할 때 재무구조는 안정적이다.

오너들의 경영 활동이 영업 이외의 활동에 집중된 터라 경영진을 견제하려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베뉴지의 지분 9.14%(특수관계인 포함)를 보유한 ‘슈퍼개미’ 배진한 노블리제 대표는 지난해 두 차례 주주제안을 했다. 지난해 3월 정기주총 때는 주당 50원의 현금배당과 자기 주식 200만 주를 소각할 것을 권고했고, 지난해 11월에는 감사위원회 설치 및 사외이사 선임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상장주식 투자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하지 않는다면 이후 또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면서 “최근 감사가 사임과 동시에 경영진 측 대변인을 감사로 두면 회사가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주주제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베뉴지는 소액주주와의 이해상충 우려가 있으니 여느 기업보다 감사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partner@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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