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증권거래소

▲홍콩증권거래소 전경.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사들의 자율배상을 언급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일 금감원 강당에서 열린 업무계획 브리핑 기자간담회에서 “검사 진행 과정에서 은행과 증권사가 일부 문제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한 만큼 소비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자체배상을 진행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사실상 ELS 손실 사태를 두고 금융사에 자율배상이라는 가이드를 준 것이다. 이에 따라 최다 판매사인 KB국민은행이 투자자 보호, 금융당국과 관계 등 대내외적인 변수에서 어떠한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라임과 ELS는 다르다…금감원장, 자율 배상 발언 배경은

금융권 안팎에서는 ELS 손실에 대해 금융감독원장이 자율적 배상을 요구하는 배경 중 하나로 총선을 꼽고 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금융사들의 배상 규모가 곧 금융소비자, ELS 가입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표심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라임펀드의 경우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로 직결되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국의 행보를 지켜보는 KB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의 셈법은 복잡하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20조5000억원이고, 이 중 16조원어치가 은행을 통해 판매됐다. 특히 KB국민은행 판매 잔액이 8조1972억원으로 약 절반을 차지한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은행은 2조원 규모다. 또한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펀드(ELF), 주가연계신탁(ELT)의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 규모는 약 8조4000억원인데, 이 중 KB국민은행이 4조7726억원으로 가장 많다. 결국 KB국민은행이 내놓는 배상안이 다른 금융권의 배상 규모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은행만의 일이 아니다…KB금융지주의 책임감

특히 KB금융지주는 양종희 회장 취임 전후로 CEO 선임 절차 등에 대해 정치권, 금융당국으로부터 질타를 받아왔다. ELS 손실 사태, 판매사의 불완전판매는 금융당국이 거듭 강조하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배치되는 사건으로, KB국민은행뿐만 아니라 금융그룹 수장인 양 회장 입장에서도 도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KB국민은행이 예상보다 큰 규모의 배상안을 결정할 경우 이는 KB금융과 금융당국 간에 관계에 전환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KB금융지주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다만 양 회장 입장에서 오직 당국과 정무적 판단을 이유로 ELS 배상을 결정한다면, 이는 반대로 자신을 신임한 주주와 이사회의 기대치에 배치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양 회장이 KB국민은행장을 거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양 회장과 KB금융 입장에서는 ELS 손실 사태와 관련해 일종의 퇴로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돼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금융지주사 CEO들은 펀드 판매 당시에 은행장을 지냈던 인물들이 상당수였기 때문에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양 회장은 KB국민은행장을 지내지 않고 회장직에 오른 만큼 금감원이 ELS 손실 관련 CEO에 징계를 내린다고 해도 양 회장까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다.

대형 로펌과 자문계약…투자자 소송 염두 무게

결국 대내외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KB국민은행이 법무법인 김앤장, 화우와 ELS 관련 법적자문 계약을 체결한 것은 전액 배상이 아닌 향후 투자자들과의 소송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투자자들이 대형 로펌을 등에 업은 판매사와 ELS 손실을 놓고 법적으로 다툴 경우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는 건 판매사라는 평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소송에 나설 경우 물리적인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판매사들의 책임을 온전히 입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설령 대법원까지 간다고 해도 펀드 가입자들이 100% 만족할 만한 판결이 나올지도 미지수다.

법정 다툼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로펌은 은행이 큰 고객사이기 때문에 투자자와의 소송전에서 승소를 위해 치열하게 다툴 수밖에 없다”며 “법리적 다툼을 염두에 둔 금융사 입장에서는 금감원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금융감독원 검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 배상안을 거론하는 것이 KB국민은행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운 부분이지 않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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