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새 반도체 부문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반도체 사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모두 녹록지 않은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30년간 유지한 1등 저력을 바탕으로 타개책을 반드시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30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메모리 사업부장 이후 7년 만에 다시 DS(디바이스솔루션)로 돌아와보니 그 사이에 사업 환경도, 회사도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무엇보다 우리가 처한 반도체 사업이 과거와 비교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란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DS 부문은 회사 설립 이후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며 “메모리 사업이 거센 도전을 받고 있고 파운드리 사업은 선두 업체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데 이어 시스템LSI 사업도 고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DS부문은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게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내줬고, 파운드리에서도 1위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1%, 삼성전자는 11%로 양사 간 격차는 약 50%포인트다. 삼성전자는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적용한 3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고객사 확대에 힘쓰고 있다.

전 부회장은 “삼성 반도체는 50년의 역사를 가졌고 30년간 메모리 반도체 1위를 지켜왔다”며 “그동안 숱한 위기와 역경을 극복하며 그 어느 회사보다 튼튼한 기술적 자산을 갖게 됐고,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고 뛰어난 연구 경험과 노하우도 축적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어려움은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저력과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의 문화를 이어간다면 얼마든지 빠른 시간 안에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새로운 각오로 상황을 더욱 냉철하게 분석해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반드시 찾겠다”며 “우리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다시 힘차게 뛰어보자”고 독려했다.

전 부회장은 AI 시대의 도래가 삼성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그는 “지금은 AI 시대고 그동안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며 “이는 우리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오지만 우리가 방향을 제대로 잡고 대응한다면 AI 시대에 꼭 필요한 반도체 사업에 다시 없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21일 직전 미래사업기획단 단장에서 현재의 DS부문장으로 교체 인사 발령과 동시에 화성 사업장으로 출근해 사업부별로 업무 보고를 받고 전략 구상에 주력하고 있다. 전 부회장은 최근 장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이어가며 뒤처진 D램 경쟁력에 대해 집중 질문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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