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앞바다에 묻혀 있다는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는 단순계산으로 삼성전자 시총의 4배에 달하는 가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시총액을 450조원으로 봤을 때 2250조원에 달한다.

추정한 최대치가 매장돼 있으면 단번에 브라질을 제치고 세계 15위 산유국으로 올라서고, 최소치인 35억 배럴이면 26위 말레이시아와 비슷해진다. 실현된다면 에너지 안보차원에서 향후 30년 가까이 석유·가스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수출에서도 새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3일 정부에 따르면 기존 동해 가스전 주변, 특히 심해 지역에서 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난 2월 그간 축적된 동해 심해 탐사자료를 미국의 세계 최고 수준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 ‘액트지오’에 심층 분석해 줄 것을 의뢰했다.

그 결과 포항 일원에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부존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 결과를 통보했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한국은 이미 산유국이다. 1966년부터 해저 석유·가스전 탐사를 꾸준히 한 결과 1990년대 후반 4500만 배럴 규모 ‘동해 가스전’을 발견하고, 2021년까지 상업생산을 마친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엔 그 규모가 300배가 넘는다. 천연가스는 최대 우리나라 전체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다. 명실상부 산유국으로 부를 만한 양이다.

자원의 매장은 확인했지만, 앞으로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석유가스 개발 단계는 크게 광권 확정과 탐사,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시추에 나서 이후 경제성이 있다고 나오면 개발과 생산에 들어간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은 시작 단계다. 상업적 성공을 해야 한다. 심해자원 개발은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효율을 높이고 해외 메이저 오일사들과도 협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첫 탐사부터 생산까지는 약 7∼10년이 걸리고 생산 기간은 약 30년이다. 정부는 하반기 탐사 시추에 돌입한다. 본격적으로 실제 부존 여부와 부존량을 확인할 계획으로,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나온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향후 어느 정도 되는 원유와 가스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또 얼마나 경제성 있게 캘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하반기 다섯 번 시추해 뽑아내면 그제서야 좀 더 정확한 그림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직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라 우리 업계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도 가늠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며 “차분하게 시추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개발 과정에서의 투자 비용은 정부의 재정 지원과 석유공사의 해외투자 수익금, 해외 메이저기업의 투자 유치를 통해 조달한다. 시추공을 하나 뚫을 때마다 1000억원 이상의 재원이 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지만 필요 재원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산업계에선 차분히 방향을 주시 중이다. 아직 정확한 매장량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어느 기업에 어떤 사업권을 주고, 또 얼마나 생산하는지 등에 대해 정해진 게 전혀 없는 상태라서다. 시장에선 즉각 반응했다. 해외자원 개발기업 SK어스온을 자회사로 둔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이날 6.3% 급등한 10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해양플랜트에 강점이 있는 삼성중공업·한화오션이 4.8%, JHD현대중공업이 2.4% 주가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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