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늘었지만 객단가는 절반 가까이 급감

쇼핑에서 체험 중심으로 여행 트렌드 변화

정부 지원도 끊기면서 구조조정 등 대안 마련 골몰

서울의 한 면세점의 화장품 코너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모습.ⓒ뉴시스

작년 엔데믹 전환 이후 방한 외국인 관광객과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내국인 여행자가 크게 늘었지만 면세업계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간 한국 면세업계의 큰 손으로 불렸던 중국 단체관광객과 보따리상 매출이 크게 줄어든 데다 글로벌 여행 트렌드가 쇼핑에서 체험 중심으로 바뀌면서 회복이 더딘 탓이다.

특히 엔데믹 전환으로 임대료 감면 등 정부 지원도 끊기다 보니 일각에선 코로나 때 보다 상황이 더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4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은 80만명으로 작년 4월 44만명 대비 81.6%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액은 9654억원에서 9950억원으로 3.1%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평균 외국인 객단가는 220만원에서 125만원으로 43.2% 줄었다.

한 때 한국 면세점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 단체관광객이나 보따리상이 급감한 것이 직격탄이 됐다.

중국 내부 경기 부진과 더불어 중국 정부의 자국 면세점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그리고 국내 면세점들이 이들에게 지급하는 송객 수수료 인하 등이 맞물리면서 큰 손의 비중이 급감한 탓이다.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씀씀이가 과거 중국 단체 관광객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글로벌 여행 트렌드 또한 쇼핑 보다는 음식, 문화 등 체험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상대적으로 면세점 쇼핑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다.

과거에는 면세점에서 명품 쇼핑을 즐겼다면 최근에는 성수동이나 홍대 맛집을 찾아가고 올리브영, 다이소 등에서 가성비 상품을 중심으로 쇼핑을 하는 것이 주류가 됐다.

현금 흐름이 중요한 면세업계 입장에서는 수익성 못지 않게 일정 매출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벌어들인 현금으로 새로운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보니 신상품이나 명품 브랜드 입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금 유동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매출이 감소하면 신상품을 들일 여력이 줄고 이는 면세점 상품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매출이 줄어들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엔데믹 전환 이후 정부 지원마저 끊긴 상황이라 기댈 곳도 마땅치 않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팬데믹 당시에는 면세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해 인건비 등을 지원하고 인천공항 임대료와 특허수수료를 감면한 바 있다. 특허수수료의 경우 올해도 감면 조치가 연장된다.

부진이 장기화되다 보니 국내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경우 작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해 장기적으로는 실적이 부진한 사업장을 정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분위기다.

신라, 신세계면세점도 작년 1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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