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상장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리벨리온의 주요 주주들은 최대 2조원의 몸값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보기 드문 ‘대어(大魚)’인 만큼 상장 주관 계약을 따내려는 증권사들의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리벨리온 AI 반도체 칩 '아톰(ATOM)' 이미지. /리벨리온 제공
리벨리온 AI 반도체 칩 ‘아톰(ATOM)’ 이미지. /리벨리온 제공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들에 상장 주관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RFP를 받은 대부분의 증권사가 프레젠테이션(PT)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리벨리온의 ‘경쟁사’로 인식되는 퓨리오사AI의 상장 대표 주관사로 선정된 바 있는데, 리벨리온에도 입찰 제안서를 낼 지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퓨리오사AI의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NH투자증권은 리벨리온에 입찰 제안서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리벨리온 상장 주관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보기 드문 조(兆) 단위 대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업계에서 거론돼 온 리벨리온의 상장 후 기업가치는 약 1조원 수준이었으나, 실제로 주주들이 원하는 몸값은 2조원 수준이라고 한다. 올해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한 회사 중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은 곳은 HD현대마린솔루션, 에이피알 두 곳뿐이다. 그 외에 게임 업체 시프트업(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3조4800억원), DN솔루션즈(3조~4조원 예상)가 상장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리벨리온이 조 단위 몸값을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아직 영업이익은커녕 의미 있는 수준의 매출도 못 내는 회사다. 작년에야 처음으로 2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연간 영업손실은 158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지난해 12월 포스트(투자 후) 기업가치 7900억원을 인정받고 총 1700억원을 투자받았다.

IB 업계 관계자는 “리벨리온의 경우 미래의 매출액을 끌어와서 할인율을 적용해 몸값을 책정하는 게 최선”이라며 “비교기업으로 어디를 선정해야 할 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만약 리벨리온이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를 가져다 몸값을 비교한다면, 기업 실적에 비해 시총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착시 효과가 생길 수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주가매출비율(PSR)은 30~40배에 달한다. 리벨리온이 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적용해 2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으려면 약 500억~660억원대 매출액을 기록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AI 반도체 시장 자체의 성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원래 기술성 평가를 통해 상장하는 회사들은 미래의 매출액을 끌어다 몸값을 산정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반도체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단순히 엔비디아 매출액의 1%라고만 가정해도 1조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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