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인천공장 에코아크전기로. /사진=동국제강국내 2위 철근 생산기업 동국제강이 침체된 업황으로 야간 조업 체제로 전환했다. 건설 경기 둔화와 과잉 공급으로 철근 가격이 하락하고 재고가 쌓이자 고육책을 마련한 것이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하반기 이후에도 철근 시장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동국제강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이달부터 인천공장 전기로 공장을 야간 생산 체제로 전환했다. 국내 철강업계에서 상시로 야간 조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국제강이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로 제조 시간을 변경하면서 지난해 87.3%였던 공장 가동률은 60%대로 하락할 전망이다. 기존의 4조3교대 체제는 유지되나 안전교육, 설비보수 등으로 업무가 일부 조정된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7월 인천공장에서 야간 조업을 처음으로 시범 운영했다. 이후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자 이달부터 상시 야간 조업을 결정했다.

야간 조업에 나선 것은 철근 생산비의 10%를 차지하는 전기료를 절감하기 위함이다. 산업용 전기료(㎾h 기준)는 오전 8시~오후 6시 평균 208원에 달하는데 오후 10시~오전 8시는 105원로 절반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야간 조업은 제강사의 마지막 고육책으로 제강 업계가 벼랑 끝에 몰렸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내년까지 건설 시장이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회사별로 비상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제강사들은 국내 건설 시장 둔화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착공 실적은 24만2188가구로 집계됐다. 2021년과 2022년 실적이 각각 58만3737가구, 38만3404가구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실적은 2021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올해 1분기 전국 착공 실적도 감소세다. 지난 1분기 전국 주택 착공 실적은 5만9225가구로 ▲2021년 14만8282가구 ▲2022년 10만7884가구 ▲2023년 6만7734가구 순으로 지속해서 줄고 있다.

국내 철근 시장의 공급 과잉 상태가 유지되면서 시장가격도 하락세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이 생산하는 국산 철근(SD400, 10.0mm 기준) 대리점 매장 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 톤당 70만5000원으로 유통가격은 60만원대로 떨어졌다. 국산 철근 가격이 60만원대로 밀린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인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동국제강 이외 제강사들도 감산에 나서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제강업계의 철근 생산은 203만2000톤으로 지난해 대비 13.9% 감소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2011년 3분기(197만톤) 이후 약 13년 만에 최저다.

동국제강을 시작으로 야간 조업을 도입하는 기업이 증가할지 주목된다. 1990년대 후반 일본 제강사들은 버블경제 후 찾아온 장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야간 조업을 도입한 바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수급 상황을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고 탄력적으로 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을 아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철근 시장 침체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당분간 건설 시장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야간 조업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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