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고정이하여신 비중 70% 돌파

고금리 충격에 한계 내몰린 회사들

만기연장·상환유예 끝나며 위기감↑

기업대출 증가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이 떠안고 있는 부실대출에서 기업의 몫이 커지면서 4분의 3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고금리 터널 속에서 대출의 질이 계속 나빠지는 가운데 기업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년째 계속돼 온 금융지원이 끝나면서, 이른바 동네 사장님들을 중심으로 벼랑 끝에 내몰리는 이들이 더욱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고정이하여신에서 기업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2.1%로 전년 동기 대비 2.6%포인트(p)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고정이하여신 중 기업 비중이 77.0%로 같은 기간 대비 13.6%p 오르며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고를 기록했다. 농협은행은 76.7%로 0.3%p 낮아졌지만, 여전히 우리은행 다음으로 해당 수치가 높은 편이었다.

이어 국민은행의 고정이하여신 중 기업 비중이 75.3%로 6.2%p 상승하며 70%를 웃돌았다. 반면 신한은행은 68.9%로, 하나은행은 59.9%로 각각 1.4%p와 5.0%p씩 고정이하여신 내 기업 비중이 떨어졌다.

국내 5대 은행 고정이하여신 중 기업 관련 비중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액수로 봐도 최근 은행권의 부실 대출은 기업을 중심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5대 은행이 기업내 내준 대출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3조3383억원으로 29.3%나 늘었다. 가계대출에서의 고정이하여신이 1조2933억원으로 14.0% 확대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증가율이다.

은행 대출을 갚는데 곤란을 겪는 기업들이 많아진 이면에는 고금리 충격이 자리하고 있다. 치솟은 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대출 이자가 쌓이고, 이로 인해 차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사라진 직후 기업대출을 둘러싼 리스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현실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금융지원이 아니었다면 연체로 이어졌을 대출 중 상당수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억눌려 오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직후인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실시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4년 넘게 지속되다가 지난해 9월 종료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속되는 고금리 기조에 금융지원 종료가 더해지면서 기업대출에서의 부실은 앞으로 증가세가 계속될 공산이 크다”며 “가계대출에 비해 한건 한건의 규모가 클 수 있는 기업 여신의 특성 상 은행들로서도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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