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는 소상공인연합회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벽을 무너뜨리는 행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소상공인연합회.
지난 21일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는 소상공인연합회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벽을 무너뜨리는 행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소상공인연합회.

충청남도 모처에서 모텔을 경영하는 정모 사장은 27일 “소상공인들 숨통 좀 트이게 해달라”고 했다. 정 사장의 모텔은 매달 평균 200만원씩 영업 손실을 낸다. 손님이 줄은 것은 아니다. 역 근처라 손님은 끊임없이 온다. 그런데 가스비, 전기료, 수도세 안 오른 게 없다. 무엇보다 인건비가 올랐다.

모텔 직원 3명은 최저시급을 받는다. 2020년 8720원이었고 3년 만에 900원(10.3%)이 올랐다. 직원 한명을 매주 48시간씩, 한달 평균 25일 부리면 정 사장이 실제로 부담하는 시급 인상분은 직원 한명당 20만원 수준이다.

코로나19(COVID-19) 기간 모텔을 꾸리는 것은 고역이었다. 정 사장은 직원들 월급을 주려고 4억원 대출을 받았다. 정부가 준 지원금은 세금 내는 데 썼다. 대출 금리는 2%에서 6%가 됐고 이제 원리금 상환도 부담이다. 주변에 ‘빚낼 거면 장사를 접으라’는 사람도 있는데, 대출금을 갚지 않고 폐업을 할 수는 없다. 파산 신청을 하면 더 이상 대출도 못 받고 재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정 사장은 “직원들 월급을 올려주고 싶은데 매달 손해를 내면서 직원을 줄이면 줄이지 어떻게 월급을 더 올려줄 수 있느냐”며 “지금도 피눈물 흘리며 월급 맞춰주는 게 (정부는) 안 보이느냐”고 했다.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8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했던 양대노총 근로자 위원들이 지난 26일 한국노총이 추천한 근로자위원인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공식 거부한 것에 대해 반발하며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뉴스1.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8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했던 양대노총 근로자 위원들이 지난 26일 한국노총이 추천한 근로자위원인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공식 거부한 것에 대해 반발하며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이날 정부 세종 종합청사에서 전원회의를 하려했지만 노동자 위원들의 퇴장으로 파행했다. 노동자 위원 중 1명이 구속돼 결원이 생겼는데,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새 위원으로 추천했지만 고용노동부가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폭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었다. 최임위의 법정 심의 기한은 오는 29일까지다. 지난해는 기한 마지막 날 회의에서 최저임금을 극적으로 결정했다. 올해도 법정 심의 기한을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2210원을 요구했다. 올해 시급(9620원)보다 27%(2590원) 오른 수준이다.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은 5%씩 올랐다. 노동계는 올초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계는 최임위가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최소한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사용자 위원들은 업종마다 최저임금을 감당하는 부담이 다르고 특히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체인화 편의점 △택시 운송업 △숙박·음식점업 3개 업종은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자고 최임위에 제안했었다.

최저임금법 4조 1항은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사용자 위원들도 “한계 업종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구분 적용을 하자”고 했는데 제안은 찬성 11명, 반대 15명으로 부결됐다. 노동계는 당연히 반대했고 공익위원들도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결 후 사용자 위원들은 “업종별 구분 적용이 무산된 이상 내년 최저임금은 반드시 올해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는 어려운 업종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게 우리들의 입장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 구분적용 손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 구분적용 손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뉴스1.

그동안에도 경영계는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해왔는데 올해는 “위태로운 상황”, “생존권 보장이 절실하다”며 저항이 특히 거세다. 코로나19 기간에 입은 내상을 충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전날(26일)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고,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일자리가 최대 6만9000개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동계 요구안인 1만2210원으로 인상되면 10만1000~12만5000개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은행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1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말 1019조원에서 석 달 만에 14조원이 불었다. 연체율은 1%로 지난해 4분기 0.65%보다 0.35%p 높아졌다. 2015년 1분기 1.13% 이후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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