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승진 시험에서 떨어진 30대 후반 박 대리는, 후임 김 대리만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박 대리는 “김 대리 업무 실력은 보통인데, 상사들이 너무 좋아한다”라며 “이러다 나보다 빨리 승진하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동기들이 내 문제점을 알려줬는데,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부족하다고 한다. 적당히 아부도 좀 하라고 하는데, 이걸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회사원들 사이에서 이른바 ‘말 잘하는 직원’은 상사와 동료들 사이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전달력과 설득이 필요한 업무 프레젠테이션에서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박 대리의 고민과 같이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거나, 상사와 일상적인 주제에 대해 가벼운 대화를 할 수 없는 직원들도 많다.

소통 능력이 뛰어난 회사원에 대한 직장인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과장으로 근무하는 한 40대 직장인은 “솔직히 말 잘하는 직원이 같이 일하기도 쉽지 않냐”라며 “(그렇게 한다는 것은)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하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단순히 ‘소통을 잘한다’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만, 업무 파악 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견해도 있다. 상사에게 맹목적으로 일종의 아부만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사무직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힌 한 직원은 “(상사랑 말이 잘 통한다는 것은) 보통 다 아부라고 생각한다. 상사랑 일 얘기 빼고, 무슨 대화를 하겠냐. 일 얘기는 회의 때 하면 된다”면서 “상사가 듣기 좋아하는 말, 그걸 소통 능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직장인이 이른바 ‘회사어’ 구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2020년 10월 직장인 1441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 말하기(회사어) 구사 능력’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화 기술은 업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응답이 95.6%로 조사됐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은 ‘대화의 기술’이 회사생활에서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47.4%는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적당히 거절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하기 어려운 말은 ‘부당하지만 일단 ‘예스’라고 해야 하는 긍정어'(40.5%, 복수 응답)와 ‘지혜롭게 거절하는 거절어'(36.4%) 였다. 이어 ‘인맥 확산 및 승진을 위한 정치어'(26.6%), ‘팀 및 회사 분위기를 주도하는 유희어'(16.9%) 등의 순이었다. 10명 중 7명은 ‘회사어’를 더 잘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코칭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비호감 말하기 유형 1위는 ‘자기중심적이고 권위적인 말'(54.8%, 복수 응답)이었다. 계속해서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본인의 주장만 하는 말'(50.9%), ‘하루 종일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말'(42.9%), ‘늘 안된다고 하는 부정적인 말'(34.3%), ‘불필요한 설명으로 시간을 끄는 말'(33.8%) 등의 순이었다. 사람인 관계자는 “협업과 조율이 필수인 직장생활에서는 업무 전문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소통 능력”이라며 “상대방에 대한 공감과 정중한 언어 선택을 바탕으로 간결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자신의 직무역량을 높이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코칭’에 관심을 보이는 직장인들도 있다. 스피치 전문가와 상담해 좋은 화법, 대인관계가 원만해지는 의사소통법을 배우는 식이다. 한 사례로 ‘엘리베이터 스피치’를 배우는 직장인들도 있다고 한다. 상사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스몰 토크나 업무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의 업무에 대해 간결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화법을 배우는 식이다. 한 30대 직장인은 “시사상식이나, 대화 소재로 삼기 좋은 방송이나 문화 얘기 등을 일부러 좀 알아두고 있다. 대화를 잘해서,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기업 인사 관련 관계자는 “소위 ‘말 잘하는 직원’은 적어도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그 능력만으로도 좋은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피치 학원에 직장인들이 가는 이유도 원만한 직장 생활을 위해 가는 것 아닌가. 다만 자신을 위한 말보다는 회사를 위해 그 능력을 발휘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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