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서울 관악산 둘레길 인근에서 성폭행을 한 혐의로 체포된 30대 피의자가 인적이 드문 시간 폐쇄회로(CC)TV가 없는 장소를 골라 범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CCTV 설치를 넘어 방범진단 강화와 범죄예방환경 조성 등 방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8일 오전 11시30분께 찾은 서울 관악산 일대. ‘대낮 둘레길 성폭행’ 범죄가 발생한 현장으로 가는 숲길에는 CCTV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눈으로 확인한 CCTV는 범행 현장에서 15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화장실 인근 1대가 전부였다.

최모씨(30)는 지난 17일 오전 11시44분 이곳에서 피해 여성 A씨를 때린 후 성폭행한 혐의(강간상해)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최씨는 “강간하고 싶어서 범행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범행도구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너클 2점을 발견했다. 최씨는 너클을 양손에 착용하고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최씨의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범행은 인근에 조성된 공원과 200m 정도 떨어진 샛길에서 벌어졌다. 관악구청에 따르면 8만7892㎡ 규모의 공원에 설치된 CCTV는 총 31대이다. 그 중 공영주차장, 체육관 등에 설치된 CCTV를 제외하면 공원 자체에 설치된 CCTV는 7대다. 다만 범행이 일어난 현장과 같이 관악산과 이어진 여러 갈래의 샛길에 설치된 CCTV는 없다. 주거지와 가까워 자주 이곳을 지났다던 최씨는 “CCTV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범행 장소로) 정한 것”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산책을 위해 자주 들른다는 인근 주민들은 CCTV의 부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관악구에 50년 넘게 살았다는 임모씨(58·남)는 “이쪽 샛길은 다른 곳보다 사람들이 안다녀 무섭다”며 “CCTV도 없다 보니 불안해 이곳에 올 땐 누군가 한 명이라도 동행해서 오는 편이다”고 말했다. 임씨는 전날 사건으로 신체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등산스틱을 챙겼다고 했다. 황모씨(67·여) 역시 “CCTV 같은 게 없고 사람들이 없는 곳을 노린 것 같다”며 “군데군데 방범 시설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샛길마다 CCTV를 설치하기에는 예산이나 주변 환경 등 문제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 관제시스템 실무자는 “CCTV를 설치하려면 전기와 통신이 있어야 하는데 물리적인 환경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 공간 확보, 통행에 방해를 끼치는지 여부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난 일부 주민은 CCTV 설치에 회의감을 보이기도 했다. 한 70대 주민은 “CCTV가 있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우거지고 사람이 없는 곳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방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CCTV 설치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필요한 곳에 CCTV 설치를 강화할 필요도 있지만 방범 진단을 통해 위험하다고 판단된 지역은 위험 시간대, 산책로 형태 등도 관리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중앙정부, 지자체의 여러 기관이 뭉쳐서 이런 공간에 대해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를 통해 자연스러운 감시, 동선 조절,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관제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부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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