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그룹 ‘불법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된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이 출석을 요청한 4일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번복했다. 4일 오후 일정 때문에 오전에 2시간만 조사받겠다는 이 대표 측 요청을 검찰이 수용하지 않자 내려진 결정이다.

검찰은 이 대표 측이 일반적인 피의자의 출석과 조사에 관한 형사사법 절차에 따라 조사에 응해줄 것을 촉구했다.

1일 수원지검 관계자는 “어제 이재명 대표 측 변호인에게 국회 본회의 일정이 없는 4일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다시 한번 요구했으나, 변호인으로부터 ‘4일에는 출석이 불가능하고 11일~15일 중에 출석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오늘 오전 수원지검 수사팀에 연락해, 기존의 입장과는 달리 ‘4일 출석해 오전 2시간만 조사받을 것이며, 오후에는 국회 일정으로 더 조사받을 수 없고, 나머지 조사는 11일~15일 중에 출석해 받겠다’고 통보했다”라며 “수원지검은 4일 오전 2시간 만에 조사를 중단할 수는 없으며, 준비된 전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변호인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오늘 오후 이 대표 측 변호인은 다시 수원지검에 ‘4일 이 대표 출석은 어렵다’고 통보해왔다”라며 “수원지검은 앞서 출석 요구한 4일 예정대로 이 대표가 일반적인 피의자의 출석과 조사에 관한 형사사법 절차에 응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사즉생의 각오로 단식에 들어가면서도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기조를 다시 확인했다”라며 “본인의 검찰조사에도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는 검찰이 고집하는 오는 4일에 출석하겠다”라며 “다만 조절 불가능한 일정을 고려할 때 4일에는 1차로 오전 조사를 실시하고 그 다음 주 중 검찰과 협의해서 추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강 대변인은 “이 대표는 검찰과 조율되면 당일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한 뒤 바로 수원지검에 출석할 것”이라며 “4일 오후 2시30분에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국제공동회의 참석을 위해 오전 조사를 마치고 적절한 시간에 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선 패배 이후 이 대표의 5번째 검찰 소환조사 일정을 두고 검찰과 이 대표 양측 간의 신경전이 계속돼 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로부터 같은 달 30일 출석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같은 달 24일 또는 26일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지만, 검찰이 거부했다.

이 대표 측은 지난달 30일 출석을 거부하면서 9월 11일부터 15일 중 출석하겠다고 통보했지만 검찰은 지난달 28일 9월 4일 출석해줄 것을 통보했다. 그리고 애초 4일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이 대표 측은 입장을 바꿔 4일 출석 요청에 응하되, 오전 2시간만 조사를 받겠다고 했지만, 검찰이 그 같은 이 대표 측 요청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대표 측이 4일 출석하지 않겠다고 검찰에 통보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조사가 언제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또 이 대표가 전날부터 단식 투쟁에 돌입한 것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북측이 요구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당시 쌍방울의 대납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최근 이 대표를 제3자뇌물 혐의로 입건했다.

김 전 회장으로부터 뇌물 및 정치자금 등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전면 부인해오다가 지난 6월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을 요청했다”고 일부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또 “당시 이 대표에게 ‘쌍방울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북한에 돈을 썼는데, 우리도(도지사 방북) 신경 써줬을 것 같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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