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담백·직설 매력 갖춘 ‘신세대 여전사’

“투쟁·가짜뉴스·팬덤, 운동권 정치 폐해”

“시대에 맞는 인적 쇄신 이뤄야 與 승리”

윤호중 잡고 ‘구리시민의 변호인’ 포부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전지현 변호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 변호사는 내년 총선 경기도 구리시 출마를 준비 중이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전지현 변호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 변호사는 내년 총선 경기도 구리시 출마를 준비 중이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 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스물아홉 번째 순서로 전지현 변호사를 만났다.

1977년생인 전 변호사는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5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김황식 전 총리의 서울시장 도전을 도우면서 정치권에 처음 발을 디뎠다. 이후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며 논리적이면서도 직설적인 화법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실제 성격도 화법만큼 솔직하고 유쾌하다. 주변에서는 “보수진영에 신세대 여전사가 나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 캠프에 일찌감치 참여했으며, 정권교체 뒤 대통령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법조 경력을 살려 법률·공직기강 분야로 갈 수 있었지만 홍보수석실에 지원했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심이고, 민심을 움직이는 첫 단추가 정부 정책의 홍보에 있다는 생각이었다.

현재는 대통령실을 나와 국민의힘 소속으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독재 시절 운동권의 투쟁적 방식을 고수해 지금은 없는 ‘가상의 적’까지 만들어내는 더불어민주당과 맞서 평범한 일상을 사는 국민을 대변하기 위해서다. 86 운동권의 대표 주자이자 4선 중진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있는 경기도 구리시를 지역구로 선택한 이유다.

물론 그전에 국민의힘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물로 구성원을 일신하고 국민 앞에 내놓아야 당과 나라가 살 수 있고 미래가 있다고 믿는다. 전 변호사는 “최고의 쇄신과 청년 정책은 세대교체”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다음은 전지현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평론가와 실무자에서 이제 정치에 발을 디뎠다. 어떤 결단의 계기가 있었나.

“시사평론을 하면서 정치를 해보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 들어갔고,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주위에서는 왜 법률실을 가지 않았냐고 하는데 국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심이고, 민심을 형성하는 첫 단추가 정부 정책의 홍보라고 생각해 홍보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행정관은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고 그 자체가 결단의 계기는 아니었다. 서울의 위성도시인 경기도 광명에서, 그곳에서도 어렵고 외진 동네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다녔다. 이후 서울 8학군 지역으로 이사해 학교를 다녔다. 그 때 어렵게 살았던 기억이 난다. 나의 가정이 성공해 행복해진 것처럼 국민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정치로 이끌었다.

예전에는 기업을 성장시키고 경제가 발전하면 일자리 창출이 되고 다 잘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런 시대는 갔다. 앞으로의 보수는 단순히 실용주의·합리성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도덕성과 능력은 물론이고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복지·청년정책 등 모든 것을 갖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기존의 고인 물로는 안 되고 새로운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 자신의 모든 커리어를 다 쌓고 화룡점정만 찍고 나가면 되는 사람들로는 이룰 수 없다. 변화가 없었으니 포퓰리즘 정책이라도 펴는 민주당에 국민이 표를 주셨던 게 아닌가. 정치의 본질은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부족하지만 재능과 열정을 나누고 싶다.”

Q. 21대 총선의 결과로 현재 국회는 역대 최악의 평가를 받는다.

“지금의 민주당은 80년대 운동권 하면서 독재정권과 싸우던 사람들이 여전히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 정상국가가 된 지금은 싸울 상대가 없어 ‘검찰독재’라는 허상을 만들어 쉐도우 복싱을 하는 수준이다. 검찰이라는 집단이 국민에게 친밀한 직업군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이용해 가짜뉴스를 만들고 팬덤을 조직해 정치를 하고 있다.

이를 견제해야 할 보수당은 싸움 경험이 없는 모범생 같다.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등 공부는 많이 했을지 모르지만 싸울 줄 모르고 여론을 듣지 못한다. 시대에 맞는 자유, 청년과 서민에 맞는 자유가 돼야 하는데 확실히 길을 못 잡고 있고 국민께 전하는 말도 어렵다. 날 것의 언어로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데 못하는 게 문제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전지현 변호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 변호사는 내년 총선 경기도 구리시 출마를 준비 중이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전지현 변호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 변호사는 내년 총선 경기도 구리시 출마를 준비 중이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많은 사람들이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국회는 매번 30% 이상 교체했고, 국민의힘은 무려 45%를 교체했다. 그럼에도 정치는 퇴행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보여주기식 쇄신이었기 때문이다. 총선 때마다 나오는 게 청년·여성 공천 비율 확대 같은 것이다. 이게 전형적인 기득권 정치인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말 잘 듣는 사람을 데려다 놓는 방식이다. 그런데 막상 청년들이 배치되는 곳을 보면 다 대부분 험지다. 이게 허울뿐인 쇄신이지 무엇인가.

청년들이 그러더라. ‘기성세대 입맛에 맞는 몇몇 꽂아준다고 나한테 돌아오는 게 무엇이죠?’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참패한 것은 황교안 체제가 이념논쟁으로 가면서 중심을 못 잡은 것도 있지만 공천을 잘못한 것도 크다.”

Q. 어떤 공천이 잘하는 공천인가.

“주류 세력의 교체다. 2016년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과감한 공천 때문이었다. 이해찬·정청래 의원이 컷오프되었지 않나. 물론 모든 중진들이 다 나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지역에 따라 대안이 없을 수도 있고, 경쟁력을 갖춘 분들도 있다. 그럼에도 국민이 생각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게 있다. 물러나야 할 사람을 안고 가서는 지금의 지지율 가지고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

Q.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친윤·중진·지도부 용퇴를 권고했다.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은데.

“소프트랜딩을 했어야 했는데 너무 급하게 간 면은 아쉽다. 사전 설득하고 협의하는 과정 없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고 급하게 던진 느낌이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바로 ‘너 나가’ 이런 식은 조금 거칠다.

다만 총선 승리가 지도부의 최종 목표이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명분이 있다. 누군가 끝까지 자기정치를 할 때 특히 수도권은 참패임을 모르지 않는다. 총선에서 지면 이재명 대표는 대선행 열차를 탈 것이다. 그걸 막아야 하는 절박함은 누구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지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Q.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서는 ‘통합’을 명분으로 껴안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전 대표가 지금 대구에서 나가겠다고 하는 것 같은데 후안무치하다고 본다. 당선되기 쉬운 곳 찾아서 가겠다는 것인데 대구 분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전 대표는 정치인보다는 평론가에 적합한 사람 같다. 독수리처럼 남의 약점을 잡아 비판하는 것에는 탁월한데 정작 자기 문제는 인정할 줄 모르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 대선을 보자. 정말 머리카락 하나까지 모아 0.7%p 차이로 이기지 않았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선거를 앞두고 적을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 이 전 대표는 자생력이 없을지는 몰라도 보수 진영에 일부 흠집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통합’을 위한 시도는 적절하다고 본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전지현 변호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 변호사는 내년 총선 경기도 구리시 출마를 준비 중이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전지현 변호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 변호사는 내년 총선 경기도 구리시 출마를 준비 중이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본인은 내년 총선 경기도 구리시 출마를 결정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어려운 지역인데 특별히 이유가 있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도 아니고, 직접적인 연고가 없는 구리시를 선택했을 때 많은 분들이 반대하고 말렸다. 그런데 통계를 찾아보니 구리시는 경제적 생산 기반이 없고 통계를 보니 1000명 이상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업체는 한양대학교 구리병원이 유일하더라. 대한민국의 보통 사람들이 소소하게 삶을 영위하는 곳, 서울 위성도시들이 가지는 교통·교육 같은 다양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지만 변화가 없는 곳이다. 정체된 이 구리시에 에너지를 놓는 원더우먼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서 선택했다.

그리고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화두는 86운동권 청산이다. 그 대표 주자 중 한 분이 구리에 있지 않나. 법사위원장과 원내대표를 하며 ‘검수완박법’을 처리했다. 지금 경찰이 수많은 사건으로 과부하가 걸려 피해자가 고소해도 처리에 한참 시간이 걸린다. 검·경의 유기적인 흐름을 끊고, 경찰에 수사를 다 맡기면 경찰은 좋아할까.”

Q. 검수완박 말고도 최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보면 1심까지 무려 3년 10개월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 이후 법원의 ‘지연된 정의’도 문제가 되고 있다.

“판사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이념적으로 나뉘어 있는 측면이 있다. 이재명 대표 재판을 하는데 위증교사 부분은 분리해서 심리하기로 해놓고, 선고는 또 병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법원이 총선 결과를 보고 판결을 내리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니 황운하 재판에 4년이 걸리고 외국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재판받는 것을 꺼리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결국 기성 정치권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인물들이 국회로 가서 해결을 해야 한다. 비리 혐의자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멀리 보면 이런 게 진짜 민생이다.

Q. 경기도 구리시는 메가서울 이슈의 중심지 중 하나다. 이번 총선에서 중요한 전선이 형성될 것 같은데.

“맞다. 구리 시민들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할 거 같다. 첫째는 메가시티 문제제기의 근본적 이유인데, 노무현정부 시절 지방분권 강화 등으로 수도이전·행정복합도시건설·혁신도시·기업도시 등등 막대한 예산과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나. 지방분권도시 실패의 결과가 메가시티다. 이 문제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구리시가 서울 구리구로 편입되었을 때 구리 시민들과 미래의 구리 시민들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아이들의 미래는 어떠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그런데 정작 민주당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만약 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이 또 된다면 지역 주민 행복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조차 못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Q. 마지막으로 국민과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고(故) 이건희 회장이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경제는 2류’라는 말씀을 남기셨는데 적어도 정치 부분에서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싸우고 투쟁해서 이겨야 한다는 80년대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다. 학생운동한 게 훈장은 아니다. 그들의 애창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 소절 중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라는 가사가 있다. 명예도 없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긍심을 갖는 게 진정 민주화운동을 한 분들이 가져야 할 마음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시절 몇 년 간 했던 민주화운동을 기반으로 국회의원이 되고 장관이 됐다. 그런 분들은 이제 새로운 시대를 위해 스스로 물러날 때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가장 경멸했던 군부독재 기득권 세력을 비난하면서 닮아가는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필요하다. 청년들 앞에 카르텔을 만들고 진입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반성해야 한다.

윤호중 의원과 비교해 나의 강점은 모든 점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운동권적 사고에 매몰돼 사회를 피아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는 자유로움, 특정 지역이나 집단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 없이 구리시를 대표하는 일꾼으로 시민들의 대변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꿈꾸고 있는 정치는 구리시민의 신세대 변호인이다. 민심을 잘 듣고 시민이 원하는 바를 대변하겠다. 나는 솔직하고 정치의 권모술수 같은 것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적임자가 아닌데도 그저 권력과 이권 보존을 위해 자리를 탐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을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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