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배상금지’로 피해 본 유족에 ‘국가배상법’ 개정 약속

국가배상법 및 시행령 개정 추진 관련 브리핑
국가배상법 및 시행령 개정 추진 관련 브리핑

(과천=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국가배상법 및 시행령 개정 추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5.24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손편지로 순직 장병의 유족을 위로하면서 ‘이중배상금지’ 조항을 담은 국가배상법 개정을 약속했다.

3일 법무부와 1997년 2월 육군 복무중 숨진 조 모 상병의 동생에 따르면 한 장관은 “형님 같은 분들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국가배상법(개정안)을 냈고, 반드시 통과되게 할 겁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직접 써서 최근 조 상병 가족에게 보냈다.

한 장관은 “이걸 반대할 수 없습니다. 누구도. 한동훈 올림”이라고 편지를 맺었다.

이 편지는 가혹행위로 세상을 등진 조 상병의 가족이 도움을 요청하며 한 장관에게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이다.

육군 제6보병사단 소속이던 조 상병은 선임병 8명에 대한 원망과 그들을 죽여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숨졌다.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병사들은 구속 수사까지 받고도 전원 기소유예됐고, 군 당국은 기소유예 처분을 유족에게 알리지조차 않았다.

수사 경과를 알지 못했던 유족은 재정신청 등으로 재수사를 요구할 기회를 원천 차단당했으며 그 사이 육군은 과거 수사 자료를 폐기해버렸다.

조 상병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를 거쳐 지난해 4월 순직으로 인정받았다. 사망 25년 만이었다. 위원회는 선임병들의 극심한 구타·가혹행위와 부대 간부들의 지휘·감독 소홀이 사망 원인이 됐다고 인정했다.

육군
육군

[연합뉴스 자료사진]

순직 인정으로 명예 회복은 일부나마 이뤄졌지만, 아직 실질적 보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조 상병 유족의 국가배상 신청을 육군과 국방부가 잇따라 ‘기각’한 것이다.

군은 ‘장병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조항, 즉 ‘이중배상금지 조항’을 기각 이유로 들었다.

유족이 국가보훈처 등으로부터 조 상병의 순직에 대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중으로 배상할 수 없다는 것인데, 국가 경제력이 허약하던 월남전을 계기로 만들어진 이 조항은 유족의 권리를 제한하는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이에 한 장관은 지난 5월 국가배상법 및 시행령 개정안 브리핑을 열어 유족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게끔 추진하겠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이를 골자로 한 국가배상법 개정안이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개정안은 특히 시행일 기준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어 국회를 통과한다면 군의 기각 결정 후 현재 유족이 소송을 진행 중인 조 상병 사건에도 적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조 상병 유족은 “법무부에 보낸 편지에 대해 형식적인 민원 답변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장관이 직접 편지를 써서 답장을 보내준 것에 놀랐다”며 “국민이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개정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순직장병 유족에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보낸 편지
순직장병 유족에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보낸 편지

[조 모 상병 유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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