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이 지난달 22일 개봉 이후 관객수 500만을 돌파하며 요즘 보기 드문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다. 12.12 군사 쿠데타를 소재로 한 이 영화의 관객 절반 이상은 2030 세대로 알려지면서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 걸린 ‘서울의 봄’ 포스터. 전두광을 연기한 황정민 얼굴에 구멍이 뚫려 있다. /사진=뉴시스

배우 황정민이 연기한 영화 속 반란군의 수장, 전두광의 실제 인물은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으로 제11대, 12대 대통령이다.

고 전두환이 집권하며 기업 등에서 얻어낸 돈은 확인된 것만 9500억 원으로 전씨는 당시 돈이 없다며 추징금 922억 원을 끝내 내지 않았고, 검찰은 전두환 추징금 특별 환수팀을 만들고도 비자금을 찾지 못하고 결국 전씨는 지난 2021년 사망했다. 유족들은 물려받은 돈이 없어 추징금을 대신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일 JTBC에 따르면 전씨 일가는 1조 원대 부동산 사업을 몰래 해왔고, 환수팀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눈에 보이는 재산 약 900억 상당을 압류했고 압수수색을 했지만, 전씨의 장남 전재국 씨가 벌인 대규모 부동산 사업과 현금 흐름의 추적은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4년 경기 일산 주엽역 인근 오피스텔을 지었고, 2019년 분양 직전 시행사를 팔아 땅값만 550억 원을 받았다. 같은 시기 베트남에서 예상 총매출 1조 4천억짜리 부동산 사업도 추진했다”

당사자가 사망해도 추징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전두환 추징 3법’은 국회에서 아직 방치되고 있다.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발의한 ‘전두환 추징3법’은 ▲추징금 미납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그 상속재산을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범인 외의 자가 정황을 알면서 불법재산을 취득한 경우,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취득한 경우 몰수할 수 있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독립몰수제 도입, 몰수 대상 확대를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을 가리킨다.

'전우원의 5.18학살 사죄와 비자금폭로를 응원하는 시민들'이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전두환 추징 3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우원의 5.18학살 사죄와 비자금폭로를 응원하는 시민들’이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전두환 추징 3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6월 5·18민주화운동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씨의 추징금 환수를 위해 관련 입법이 시급하며, “전두환 일가의 은닉재산들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기 위해 법안을 신속히 심사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전두환은 5.18광주 학살의 주범으로 1997년 내란·뇌물수수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추징금 2205억 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면서 “단 한마디 사죄도 하지 않고 오히려 5·18을 폭동이라 폄훼하고 ‘전 재산이 29만 원 밖에 없다’며 유족과 국민을 우롱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월에는 ‘전우원의 5.18학살 사죄와 비자금폭로를 응원하는 시민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전두환 추징 3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전두환 비자금 추징 3법 통과 촉구 국민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최근 손자 전우원씨가 일가의 비자금을 폭로하면서 29만 원이 전재산이라던 전씨 일가의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국민들은 정의가 구현되지 못한 불공정한 현실에 분노를 느낀다”며 “현행법상 추징금 집행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절차가 중단된다. 이 때문에 현재 전씨 일가의 재산을 환수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해당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키고 검찰은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제시한 증거들을 확보해 수사에 나서라”

‘서울의 봄’ 영화 포스터

지난 3일 영화 ‘서울의 봄’ 무대인사에 나선 배우 황정민은 관객에게 첫마디로 “일단 죄송합니다”라며 사과를 건넸다고 전해졌다. 배우들의 호연으로 영화에 몰입돼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는 관람평이 퍼져 관객에게 사과로 감사 인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흥행가도와 함께 젊은이들을 비롯한 전 국민의 분노는 더 거세지고 있다. 과거의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한 실상을 알아야 하고, 반성과 책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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