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사쿠라” “정계은퇴” 견제구에

혁신계, 철새이력 공세에 586청산론 꺼내

與 주류 희생 신호탄 맞물려 기대감도

“張 불출마 일대 돌풍, 野 태풍도 모른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동대문구 삼육보건대학교에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라는 주제로 초청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동대문구 삼육보건대학교에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라는 주제로 초청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이 가시화 조짐을 보이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확전되고 있다. 창당과 관련 구체화된 발언이 계속되며 친명(친이재명)계의 원색 비난과 혁신계의 엄호가 ‘전면전’ 양상을 띠게 됐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낙연 전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새해에는 새로운 기대를 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며 신당의 구체적인 시점까지 거론해, 이를 신호탄으로 당 안팎의 파열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낙준(이낙연·이준석) 연대’ 가능성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이준석 전 대표는 오는 27일 국민의힘을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낙연 전 대표 또한 총선에 대비할 물리적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최종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이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이날 이상민 무소속 의원은 BBS라디오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측근들이 ‘좀 더 참으시라’ ‘기다리라’고 말했지만, 오래 전부터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앞서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전날에는 이 전 대표와 만나 “뜻을 같이하는 훌륭한 분들을 모아 세력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두 사람은 ‘당에 미련을 갖고 뜯어고치는 것이 부질없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낙연 신당’이 연일 정치권을 흔들자 당 내부에선 ‘사쿠라(내통자·2중대) 노선’ 공세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친명계 김민석 의원은 이낙연 신당을 조준해 “사이비 야당, 즉 사쿠라 노선이 될 것”이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정치인 이낙연의 정체성은 무엇이냐. 민주당이냐 제3세력이냐. 검찰독재와 치열하게 싸운 적이 있느냐. 과연 싸울 생각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전날에도 “일종의 정통 야당과 다른 사쿠라 노선”이라며 이 전 대표를 맹비난했다.

나아가 친명 원외 단체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 전 대표의 정계은퇴까지 요구했다. 혁신회의는 논평을 통해 “이낙연 전 대표가 갈 길은 민주당과 싸우는 신당 창당이 아니라, 민주당을 살리는 정계은퇴여야 한다”며 “이 전 대표는 대다수 당원을 비이성적 존재로 치부하며 멸시한다. 그래서 자신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너무나 부끄러운 생각”이라고 했다.

또 혁신회의는 “대한민국 헌정사의 가장 부끄러운 장면이었던 두 번의 군사 쿠데타의 주동 세력의 사고와 과연 무엇이 다르냐”라고 매도했다. 이어 “‘원칙과상식’을 운운하는 4명의 국회의원도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하여 본인의 과거와 당의 미래를 욕보이는 행동을 중지하길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신당이 ‘사쿠라’로 지칭되는 등 연일 압박과 비난에 휘말리자 혁신계 의원들은 김민석 의원의 과거 철새 행적을 소환했다. 또 김 의원을 ‘부끄러운 586’이라 지칭하며 집단 반격에 나섰다.

김 의원은 2002년 재선 국회의원이었다가 서울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 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한 바 있다. 이후 새천년민주당의 국민참여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됐던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하강 곡선을 그리자 민주당을 전격 탈당, ‘정몽준 신당’으로 옮겨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원칙과 상식' 민심소통 4. '국민과 함께 토크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종민·조응천·이원욱·윤영찬 의원 ⓒ뉴시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원칙과 상식’ 민심소통 4. ‘국민과 함께 토크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종민·조응천·이원욱·윤영찬 의원 ⓒ뉴시스

이와 관련 혁신계 모임 ‘원칙과상식’의 윤영찬 의원은 “이 사건으로 김 의원은 ‘김민새’라는 오명을 쓰게 됐고 10년 넘게 정치적 낭인 생활을 했다”며 “그랬던 김 의원이 어느덧 친명계로 변신해서 당의 혁신을 바라는 동료 의원들을 비난하고 이낙연 전 대표에게 ‘사쿠라’ 운운하고 있다. 이번에도 현실론이냐. 말이 현실론이지 그 선택의 중심에는 늘 김민석 본인이 있지 않았느냐”라고 따져물었다.

이원욱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이어야 한다’는 글을 올려 우회적으로 김 의원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민주화를 관통하며 민주를 이루었으면서도 민주를 내재화하지 못한 민주당의 586정치인 우리가 부끄럽다”라며 “친명이라는 굴레 속에서, 국민 대개는 알고 있는 민주당의 썩은 고름을 짜내지는 못할지언정 그것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향한 차가운 칼날을 닮은 말들에, 우리가 부끄럽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혁신계 내부에서는 이날 여당에서 ‘주류 희생’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며 정치 지형에 변화가 발생한 상황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중 윤핵관으로 여겨지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맞물려 야권에서도 이낙연 신당이 일대 돌풍을 불러올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조응천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국민의힘만 하더라도 인요한 혁신위의 통합보고서에 대해서 질서 있게 반영하겠다고 해서 진압을 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냥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라면서 “장제원 의원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아버지, 이제 저 잠시 멈추겠습니다’ 해서 일대 돌풍이 일고 있다. 정치라는 것이 한순간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에도 뭔가 그 정도의 태풍이 불어올 수도 있다는 취지인 것 같다’는 진행자의 말에 “솔직히 말해서 이낙연 전 대표가 저렇게 적극성을 보이고 바쁘게 행보를 하실 줄 누가 예상을 했겠느냐”라고 답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도 “장제원 의원도 생각보다 일찍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12월까지 뭔가 관망하던 여의도 분위기가 갑자기 급물살을 타고 있다”며 “민주당도 지금 생각보다 속도가 좀 빠르게 가고 있는 것 같다. 변화의 속도와 강도가 몰아친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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