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김기현 울산 출마설’에 “그건 오산”

당내서도 “김기현·장제원, 중진의 노련함

갖고 수도권 험지 출마했다면 좋았을 것”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장제원 의원에 이어 김기현 전 대표가 ‘희생’을 결단하면서 당내에서 혁신의 분위기가 고취되는 모양새다. 다만 당내에선 두 사람이 각각 불출마와 울산 재출마를 고르기보다 당이 어려움을 겪는 수도권 험지에 나와 총선에 도움을 줬으면 좋았을 것이란 점에서 아쉽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울산 출마를 강행하거나, 장 의원이 2026년 부산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선택한 것처럼 국민들의 눈에 비쳐진다면 총선 승리를 위한 ‘결단’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는 만큼, 기왕 ‘희생’하는 김에 좀 더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줬으면 좋았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14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대표직 사퇴 이후 ‘울산 남구을 총선 재출마설’이 회자되고 있는 김기현 전 대표를 향해 “내가 (지난 2011~12년) 당대표 사퇴하고 지역구 출마한 것을 모델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동대문을과 달리 울산 남구에는 촉망받는 신인들이 즐비하다”며 “영남 중진 용퇴론은 바로 혁신 공천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 불보듯 뻔한데 무소속으로 ‘울산의 강남’인 그곳에서 당선될 수 있을까. 선택 잘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앞서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표직 사퇴를 밝히면서도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에 대한 입장은 남기지 않았다. 이에 김 전 대표가 자신의 현재 지역구인 울산 남을에서 5선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 시장의 메시지는 김 전 대표가 대통령실과 ‘주류 희생 혁신안’ 수용 여부를 논의하면서 대표직을 사퇴하되 지역구 출마를 보장받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김 전 대표가 대표직을 던지면서까지 울산 남을 출마를 강행할 경우 ‘주류 희생’의 요구에 불응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을 향한 시선에 아쉬움이 묻어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장 의원은 부산 사상구에서만 3선을 지냈고, 이번 국회 들어서는 국회 행정안전위원장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역임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게 된 대선 정국에서 가장 큰 활약을 펼쳐 ‘친윤(친윤석열) 핵심’ ‘일등공신’으로 꼽혀왔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당내 일각에선 장 의원과 김 전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면서도 과감하게 험지 출마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아쉽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김 전 대표와 장 의원 모두 중진이고 정권의 실세로 불렸던 인사들이다. 당에 인재가 없어서 어떤 지역은 포기를 해야 하느냐는 소리까지 나오는데 이런 분들이 험지에 나와줬으면 더 좋은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며 “‘희생’이란 큰 선택을 하셨으니 비판을 한다거나 하는 건 말도 안 되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아쉬운 목소리가 당에서 감지되는 이유는 국민의힘의 원내 구성에서 초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현재 국민의힘의 의석수 111명 중 초선 의원 수는 59명으로 과반을 넘는다. 문제는 과거에는 ‘정풍 운동’ 등 쇄신을 주도했던 초선의원들이 이제는 ‘권력의 홍위병’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단 점이다. 특히 초선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리거나 의원 채팅방에서 거친 언사를 내지르는 등의 행동을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 같은 비판은 더 거세지고 있다.

당의 비상대책위원장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는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열린 북콘서트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를 앞두고 모두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 중진의원들의 헌신도 필요하지만 초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중진들한테 대거 ‘물러나라’ 하고 잘못된 공천을 해서 얻어야 할 지역구조차 잃었던 상황을 벌써 잊어선 안 된다”며 “어쨌든 총선에서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고, 이기려면 한 석이라도 더 당선이 돼야 하는데 젊은 패기도 좋지만 중진의 노련함이 필요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국회에서 정치가 실종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여당에 중진 의원 수가 적어지면서 그만큼 협상력이 떨어진 것도 있다고 본다”며 “혁신위의 요구도 험지 출마를 독려하는 것도 같이 담겨 있지 않느냐. 후배들과 당의 승리를 위해 험지 출마를 결단해줬으면 정말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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