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만여 명의 피해자와 약 3만 명의 사망자를 불러온 ‘가습기 살균제’ 참사.

11일 뉴시스에 따르면 인체에 유해한 원료로 만들어진 가습기살균제를 유통 및 판매해 인명 피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애경 전 대표 등 관계자들에 대한 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왔다. 금고 4년. 금고형은 수감은 하나 노역은 하지 않는 형벌이다.

가습기살균제 관련 단체 회원들이 11일 서울 서초구 서올고등법원 정문 앞에서 가습기참사 관련 항소심 중형 선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는 함께 재판에 넘겨진 두 기업의 직원들은 금고 2~3년을 선고했으나 이 중 2명의 피고인에 대해서는 금고형의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다만 이들을 법정구속하진 않았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002~2011년 동안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가습기살균제 원액을 제조·제공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2002년 SK케미칼이 애경산업과 ‘홈 크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할 당시 대표이사를 지냈다. 홍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출시 당시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CMIT·MIT 등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사용한 ‘가습기 메이트’ 제품을 유통·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안 전 대표는 1995년 7월~2017년 7월까지 애경산업 대표로 근무했다.

검찰은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 관계자들이 원료 성분이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보고서를 확보했음에도 추가 실험 없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것으로 의심했다.

안용찬(왼쪽) 전 애경산업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가 지난 2021년 1월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서는 모습.
안용찬(왼쪽) 전 애경산업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가 지난 2021년 1월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서는 모습. /사진=뉴시스

앞서 1심은 유죄가 확정된 옥시 등의 가습기살균제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이 사건에서 사용된 CMIT·MIT는 구조와 성분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PHMG 및 PGH는 명백하게 유해하다는 결론이 나온 반면 CMIT 및 MIT는 이 사건 폐질환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검찰도 당시 기소를 하지 못했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 공판 과정에서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1심 구형과 같이 각 금고 5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두 기업의 직원들에게도 각 금고 3~5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기업의 이윤 추구 때문에 위해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제품에 노출된 영유아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고, 부모들로 하여금 평생 죄책감에 살아가게 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23일 서울역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 유죄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지난 10일 ‘중소기업 등의 부담 경감’을 이유로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의 규제를 완화하는 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는데, 환경단체들 사이에선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살생물질 등이 비교적 엄격히 관리되어 왔는데, 이번 법 개정으로 관리가 느슨하게 해도 된다는 신호를 줄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화평법 제정 당시는 신규 화학물질은 양과 상관없이 모두 등록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2018년 등록 기준이 연간 취급량 100㎏ 이상으로 완화된 바 있다. 이는 ‘등록을 하기 위해 인체와 환경 등에 대한 유해성 시험 자료 준비가 지나치게 부담이 된다’는 업계의 호소에 따른 것이다. 이번 화평법 개정안은 현재 연간 100㎏로 설정된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을 1톤으로 완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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