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미국 텔레비전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과 인터뷰하고 있다. /로이터 스푸트니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미국 텔레비전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과 인터뷰하고 있다. /로이터 스푸트니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진행한 서방 언론인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9일 공개된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의 2시간 7분짜리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는 불가능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공개된 인터뷰는 앞서 이달 6일 밤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녹화됐으며 터커 칼슨의 개인 사이트를 통해 영어로 더빙된 뒤 공개됐다. 푸틴 대통령이 서방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한 이후 처음이다. 이번 인터뷰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평화 협상 가능성과 양국 간의 긴장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공개돼 국제 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30분 이상 러시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관계에 대한 설명에 할애했다. 9세기부터 14세기 갈등, 레닌의 외교 정책 비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평화 협상을 거의 마무리 지었는데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끝까지 싸우라는 서방 국가들의 지시에 따라 모든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결코 거부하지 않았다”며 “지난 2022년 4월 튀르키예의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와 휴전 협상을 진행했으나 당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개입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존슨 전 총리를 비난했다. 존슨 전 총리는 2023년 6월 총리직에서 물러났지만,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설득해서 초기 단계에서 평화 협정 체결을 막았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군사 행동을 중지시키길 정말 원한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멈춰야 한다”며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에 싸움을 멈추고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미국 텔레비전 진행자인 터커 칼슨과 인터뷰 중 발언하고 있다. /스푸트니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미국 텔레비전 진행자인 터커 칼슨과 인터뷰 중 발언하고 있다. /스푸트니크

푸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마지막으로 대화한 것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과 여전히 다양한 기관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푸틴 대통령은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 의회 지도자들을 향해 “무기 공급이 중단되면 휴전 조건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일련의 사태가 조만간 합의로 귀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이 이번 전쟁의 원인이라는 견해를 거듭 피력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가 2008년 우크라이나에 가입의 문을 열었는데 자신은 동의하지 못한다”며 이번 전쟁이 나토의 동진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폴란드를 포함한 나토 회원국에 군대를 보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다른 주변국을 침공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폴란드가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에는 군대를 보낼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폴란드와 라트비아 등에 관심이 없다”고 부연했다.

이날 인터뷰를 진행한 칼슨은 폭스뉴스의 대표 프로그램을 진행한 인기 앵커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극우 성향 논객이다. 칼슨은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칼슨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푸틴 대통령을 ‘대통령님’으로 부르며 대화를 이끌었다. 인터뷰에 앞서 공개된 영상에서 칼슨은 미국 국민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와 현재 그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구금 중인 미국 월스트리트(WSJ) 저널 기자 에반 게르쉬코비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게르쉬코비치는 지난해 3월 23일부터 스파이 혐의로 구금됐지만 본인과 WSJ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게르시코비치가 기밀 정보를 몰래 취득하다 체포됐다”면서도 “석방을 위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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