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수련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에 대한 무더기 징계를 예고한 가운데, 일선 교수들이 단체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일 오전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 의대 교수들이 삭발식을 열고 대학 측의 증원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 강원대학교 의대 교수진 제공-연합뉴스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학교 측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거세게 반발, 삭발식을 감행했다고 연합뉴스가 5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류세민 강원대 의과대학 학장(흉부외과 교수)과 유윤종 의학과장(이비인후과 교수) 등 교수진은 이날 오전 강원대 의과대학 건물 앞에서 삭발식을 열고, 교수와 학생 등 학교 구성원 의사에 반하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증원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원대가 49명인 의대 정원을 140명으로 늘려달라는 요청을 담은 신청서를 전날 교육부에 낸 것을 두고 항의하는 취지에서다.

강원대가 4일 교육부에 현재 49명인 의대 정원을 140명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가운데, 5일 오전 강원대 의대 교수들이 단과대학 앞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 강원대 의대 교수진 제공-연합뉴스

교수진은 이날 자리에서 “지난주 진행한 교수 회의에서 77%가 의대 증원 신청을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결의해 총장에게 전달했지만, (학교 측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의대 교수들 뜻과 전혀 무관하게 교육부에 증원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지난 11월 진행한 수요조사 때보다 더 많은 인원을 신청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 의대 희망 수요조사에서 학장단은 2025년 입학정원 기준 100명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개별 교실의 교육역량에 대한 실제적 확인, 피교육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5일 오전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 의대 교수들이 삭발식을 열고 대학 측의 증원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 강원대 의대 교수진 제공-연합뉴스

교수진은 “젊은 전공의나 휴학계를 낸 학생들에게 면목이 없다”며 “구성원들의 뜻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학 결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삭발식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잘려 나간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지만 꺾여버린 자존심은 회복되지 않는다”며 “필수의료 분야에서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교수들의 사직이 시작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병원을 지키는 의료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연합뉴스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앞서 전날인 4일 윤우성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 사직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윤 교수는 SNS 글에서 “저는 외과 교수직을 그만둔다. 이미 오래전 번아웃도 됐고, 더 힘만 빠진다. 지금 의료문제에 대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은 이뤄지지 않고, 정부는 여론몰이에만 몰두해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 결론과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다. 의료현실에 책임져야 할 정부, 기성세대 의사들인 우리가 욕먹어야 할 것을 의사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공의가 다 짊어지고 있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라고, 후배 의대생에게 외과 전공의 하라고 자신있게 말을 못 하겠다. 이 기회를 통해 그동안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아온 인생을 한번 뒤돌아보고, 잊고 지내온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소홀했던 가족들과 함께하는 일반적인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며 작별 인사를 고했다.

배대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도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공의, 전임의 선생님들의 면허를 정지한다고 하는 보건복지부의 발표와 현재 정원의 5.1배를 적어낸 모교 총장의 의견을 듣자니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다시 들어올 길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면 중증 고난도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더 남아 있을 이유는 없어 사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동료들과 함께 진료를 이어나갈 수 없다면 동료들과 함께 다른 길을 찾도록 하겠다”며 “근거도 없는 무분별한 2000명 증원은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4~5일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위반 여부를 확인,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3개월 이상의 면허정지 절차를 집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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