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언론=송영복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에서 흥미로운 점은 여야 정치권 어디에도 의사들의 ‘우군’이 눈에 띄지 않느다는 점이다. 20여일 계속되는 이 중대 이슈에 대해 여야 정당 모두 침묵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통상 대통령실과 정부에서 세게 밀어붙이면 야당은 관성처럼 반대편에서 투쟁선동을 해왔다. 하지만 야당은 이미 문재인 정권 시절 의대 증원을 시도하다 실패한 전력이 있기에 지금 와서 의사 편으로 돌아서는 데 한계가 있다. 또 명색이 진보정당에서  ‘특권계급’ ‘기득권 집단’ ‘일년에 4억 버는 직업’으로 낙인찍힌 의사들을 지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의사들 집단행동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상황에서 총선을 눈 앞에 두고 의사 편을 드는 것은 표를 잃는 것과 같다.    

여당은 윤 대통령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의대 증원 2000명에 대해 감히 반대할 수있는 체질이 아니다. 오히려 강경 대응으로 당 지지율이 올라간 사실에 내심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다’며  고마워할 것이다. 이때문에 안철수 등 의사 출신 의원들조차 의료사태에 대해 하나마나한 원론적인 발언에 그치거나 방관하고 있다. 말 많고 말 잘하는 한동훈 위원장도 의료사태에 대해서는 자신의 입장이나 생각을 밝힌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대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여야 양쪽의 이상한 침묵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 아래는 SNS 상에서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받은 노환규 전 의협회장(흉부외과 의사)의 글이다.  

어느 좌파 의대교수가 있다. 2017년까지 그는 의대증원을 반대하던 입장이었다. 의대증원을 해봐야 ‘돈버는’ 의사만 늘어날 뿐 필요한 곳에 박아넣을 방법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2020년 문재인 대통령이 의대증원/의대신설을 하겠다고 하니 갑자기 입장을 바꿔 “의대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23년이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증원에 꽂히자 그는 “11년 후면 의사가 2만7천명이 부족해서 대규모 의대증원이 필요하다”, “35세 의사연봉이 4억원이다”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으로 2024 의료학살에 앞장섰다.

그렇게 윤통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더니, 곧장 민주계 비례정당으로 달려가 당선 안정권 순번을 받았다. 이변이 없는 한 그의 국회의원 당선은 확실시 되었다. 의료계의 ‘공공의 적’으로 불리던 그가 국회에 입성하면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의사들은 벌써부터 걱정이다.

3월 3일, 인천공항 비행기에서 내릴 때 맨 앞자리에 앉았던 나는 비행기 문이 열릴 때 맨 먼저 나갔다. 그런데 문이 열리자마자 5명의 경찰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압수수색이 이뤄진 장소까지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나는 경찰에 연행되었다. 다른 승객들의 눈에는 내가 해외로 도피했던 범죄자로 보였을 것이다. 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압수수색을 당하는 동안 박민수 차관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듯했다. “억울해? 어쩔 건데? 힘 있어?” 처음으로 직접 정치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권력자가, 그리고 권력자들이, 권력의 횡포를 보이고 있다.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합법’이라고 하고, 의사들의 합법행위를 ‘불법’이라고 규정한다.

어제 소환조사를 받을때 “정부의 명령을 어기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경찰관에게 “2014년 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주도한 행위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 최종적으로 2021년 대법원에서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을 내렸는데, 2024년 보건복지부 차관이 불법이라고 하면 그게 그냥 불법이 되는 겁니까?”라고 되물었다. 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일까.

이번 사태를 통해 의사들은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런데 그나마 믿었던 국힘당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의사들의 표가 갈 곳이 없다. 이제 미루고 미뤄왔던 의사들의 정치가 시작될 때가 된 듯하다. 긴 호흡과 빠른 호흡 사이의 문제만 있을 뿐…그런데 빠른 호흡이 가능하려나…

#의사파업, #전공의사직, #의대교수사직, #노환규, #최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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