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 전략경선에서 공천을 받은 조수진 변호사. ⓒ뉴스1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 전략경선에서 공천을 받은 조수진 변호사. ⓒ뉴스1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 전략경선에서 현역인 박용진 의원을 꺾고 공천을 받은 조수진 변호사가 미성년자 피해자 등이 포함된 다수의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를 변호하고 이를 홍보한 데 대해 사과했다.

조 변호사는 20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과거 성범죄자 변론을 맡은 것과 블로그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홍보한 것은 변호사로서 윤리 규범을 준수해 이뤄진 활동이었다”면서도 “국민 앞에 나서서 정치를 시작하는 국회의원 후보로서 심려를 끼친 것에 당원과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법보다 정의를, 제도보다 국민 눈높이를 가치의 척도로 삼겠다”며 “변호사에서 국민을 위한 공복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도 했다.

앞서 조 변호사는 고교생을 성추행하거나 초등학생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은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비판에 휩싸였다. 한겨레가 지난 18일 확인한 판결문 등을 보면, 조 변호사는 피해자의 ‘스쿨미투’(학교 내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 이력이나 사건 발생 뒤 일정한 시간이 지나서야 문제를 삼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피해자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선 성범죄 가해 유행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을 어떻게 활용해야 더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을지를 홍보하기도 했다. 특히 “자신이 피의자 입장이고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 증거 자료와 상황이 있다면 강간 통념(여성이 거절 의사를 표현했더라도 실제로는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 통념)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의 이런 변론 사실 등이 공개된 뒤, 정치권 안팎에선 성폭력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눈감은 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헌법상 누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조 변호사가 변호 과정에서 주장한 내용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완벽에 가까운 도덕성을 요구하고, 권력관계를 의식해 사건 직후 피해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현실을 외면한 것이란 지적이다.

조수진 변호사. ⓒ한겨레 
조수진 변호사. ⓒ한겨레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학자·활동가 등이 설립한 비영리 단체인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난 19일 조 변호사가 민주당 전략경선에서 승리해 공천이 확정되자 성명을 내어 “가해자 변호는 헌법상 기본권이나 유리한 (재판) 결과를 위한 법률 자문과 변호를 판촉한 행위는 법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현실을 방관하는 것”이라며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스스로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조 변호사 공천 중단과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 경선에서 ‘여성·신인 25% 가점’ 등을 발판으로 공천이 확정된 조 변호사는 노무현재단 이사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민변) 사무총장,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 보좌관 등을 지냈다

한겨레 박현정 기자 /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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