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수사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국방부는 출국한 지 11일 만에 귀국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를 둘러싸고 ‘도주’, ‘도피’ 등 비판이 제기되는 데 대해 이 같은 표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 대사가 ‘숨어 다니고, 피해 다닌다’는 취지의 지적이 나오자 “제가 답변드릴 사안은 아니다”면서도 “언제 숨어 다니고, 피해다녔다는 말씀이냐”고 반문했다.

전 대변인은 이어 “전임 장관이 무슨 도주나 도피나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은 제가 동의할 수가 없다”며 “누가 도피를 했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또 “(이 대사가) 오늘 아침 정정당당히 나와 언론 앞에 말씀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사는 지난해 7월30일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과 관련한 해병대수사단의 수사결과보고서에 서명했다가 이튿날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고 입장을 바꿔 윗선의 외압이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돼 공수처가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주호주 대사로 임명하고 이 대사가 부임을 위해 서둘러 출국하면서 ‘런종섭’, ‘도주대사’라는 오명을 사게 됐다.

총선을 앞두고 이 대사를 둘러싼 여론이 악화되면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여권 내에서조차 이 대사 소환, 심지어 사퇴 요구까지 불거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 대사의 귀국 사유 중 하나인 방위산업협력 주요 공관장회의를 놓고도 잡음이 나온다.

외교부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5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호주 등 6개국 주재대사들이 참석하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가질 예정이며 이 대사도 참석한다.

문제는 이번 회의가 전날에야 최종 확정된 데다 지난해의 경우 화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이 대사의 귀국 명분으로 삼기 위해 급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내달 후반 연례 공관장 회의가 예정돼 있는데 불과 한 달여를 앞두고 방산협력을 이유로 별도의 공관장 회의를 여는 것도 어색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방산기업 지원·육성과 방산수출 전략 수립 및 국제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인 방위사업청에서는 회의에 누가 참석할 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전 대변인은 “어느 인원이 참석할지 방사청 자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참석) 인원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준비가 안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다른 사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3차 공판이 열린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해병대 예비역들이 수사 회피 의혹을 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채상병 특검법’ 수용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이런 가운데 채 상병 순직 사건으로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은 이 대사를 법정에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박 전 수사단장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이날 오전 공판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사를 증인으로 신청해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어 “(이 대사에게) 물어야 할 게 분명히 있다”며 “재판에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고, (이 대사가)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이 대사는 피의자”라면서 “피의자를 국가대표로 중요 국가의 대사로 임명한 인사권 남용이야말로 사건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사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이어 조만간 호주에서 열릴 예정인 한·호주 외교·국방장관 2+2 회담 준비를 위해 내달 10일 총선 무렵까지 국내에서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외교·국방장관 2+2 회담 준비를 위해 이 대사가 호주 정부와의 조율 등 현지에서 역할이 더 클 수밖에 없는데 이를 귀국 이유로 든 것 역시 옹색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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