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호주) 시드니 교외의 쇼핑센터 흉기난동 현장에서 30대 여성이 자신의 갓난아기를 살리기 위해 칼에 찔린 상태에서 주변에 있던 사람에게 아이를 건넨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아기는 살았으나 여성은 결국 숨졌다.
14일(현지시각) 호주 공영방송 에이비시(ABC) 등의 보도를 보면, 전날 호주 시드니의 본다이 정션 쇼핑센터에서 발생한 흉기난동으로 애슐리 굿(38)이 숨졌다. 당시 애슐리는 흉기에 찔린 직후 품 안에 안고 있던 9개월 난 딸을 근처에 있던 남성에게 던졌다고 한다. 아이는 애슐리와 함께 공격을 당해 다쳤지만 수술을 받아 무사하며 애슐리는 숨졌다.
애슐리의 가족은 14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아름다운 엄마, 딸, 자매, 파트너, 친구이자 모든 면에서 뛰어났던 사람인 애슐리를 끔찍하게 잃으면서 비틀거리고 있다”며 “애슐리와 딸을 위해 사랑을 표현해준 호주 사람들의 호의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애슐리의 아버지가 선수로 뛰었던 현지 축구팀 노스멜버른 풋볼 클럽 선수들은 14일 경기에서 애슐리의 죽음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검은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섰다.
토요일 오후 발생한 흉기난동으로 애슐리를 포함해 여성 5명과 남성 1명 등 모두 6명이 숨졌다. 25살 돈 싱글턴, 47살 제이드 영, 55살 피크리 다르키아 등 다른 희생자들의 신원도 확인됐다. 가족과 함께 호주를 여행하고 있던 중국인 이쉬안 쳉(27)도 희생자 명단에 포함됐다. 유일한 남성 희생자는 파키스탄 출신의 파라즈 파티흐(30)로 1년 전 파키스탄에서 호주로 망명한 뒤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한다.
범인인 조엘 카우치(40)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 에이미 스콧에 의해 사살됐다.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는 이번 사건을 “끔찍한 폭력 행위”로 규정하는 한편 “그(에이미 스콧)가 생명을 구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에이미 스콧을 “영웅”으로 칭송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는 “범인이 우리(사람들) 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칼을) 내려놓으라’는 말이 들리더니 경찰이 범인을 쐈다. 만약 쏘지 않았다면 범인은 계속 도망 갔을 것”이라며 “(총으로 쏜) 이후 경찰은 범인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또 범인이 들고 있던 큰 칼을 멀리 던졌다”고 말했다. 에이미 스콧은 범인뿐 아니라 주변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들에게도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범인은 호주 북동부 퀸즐랜드주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다 최근 시드니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드니 경찰은 범인이 여성을 목표로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겨레 조해영 기자 /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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