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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매티슨 에든버러대 총장과 김영미 에든버러대 교수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윤보선 고택에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

“세계 어느 곳이든 평화롭기만 하다면 훨씬 행복하겠지만 현실에는 늘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같은 신념을 가진 국가들이 공유된 가치를 기반으로 동맹하고, 그 가치를 세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피터 매티슨(Peter Mathieson) 영국 에든버러대 총장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윤보선 고택에서 가진 아시아투데이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매티슨 총장은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에든버러대 윤보선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짧게 방문했다.

매티슨 총장은 “에든버러대에는 훌륭한 동문들이 많지만, 윤보선 전 대통령만큼 훌륭한 동문은 흔치않다. 그는 우리 대학의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며 “그를 통해 세계 민주주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참석 소감을 전했다.

매티슨 총장이 두 번째로 직접 참석한 이번 포럼은 ‘한영 글로벌 전략적 파트너십 증진’을 주제로 경제·과학기술·안보·민주주의 등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들을 다뤘다.

그는 “한영 관계의 발전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심포지엄에 꼭 참석하고 싶어 한국을 직접 방문했다”며 “이번 심포지엄은 한영 관계와 관련해 누구에게나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폭넓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양국의 관계 발전에 더없이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방문을 통해 한국과 협력할 여러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매티슨 총장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방위산업이나 경제 분야에서의 양국의 파트너십에 대해 새롭게 공부한 내용이 많다”며 “향후 광범위하게 한국의 대학교 및 재단 등과 협력을 맺어 양국 관계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본지와 인터뷰에서 매티슨 총장은 에든버러대가 제공하는 한국학 교육에 대해 소개하고 한국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소야대 정국을 맞아 위기에 봉착한 국내 정치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인터뷰에는 에든버러대 교수인 김영미 초대 스코틀랜드 한국연구센터장이 함께 했다.

다음은 매티슨 총장과 일문일답.

에든버러대와 총장님 소개를 부탁드린다.
“신장내과 전공으로 의과대학을 졸업했고 지금은 에든버러대에서 의대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병원 진료와 대학 강의를 병행했지만 지금은 학생들 지도에만 온전히 몰두하고 있다.”

“에든버러대에는 4만5000명의 재학생이 있으며 유학생이 그 중 40%에 육박한다. 대부분은 중국, 홍콩, 대만, 한국 등 아시아권 학생이다. 전체적으로는 100개 이상 국가 출신의 학생들을 보유하고 있다.”

-에든버러대가 제공하는 한국 관련 프로그램이 있다면.
“학부생 1~2학년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교양과목을 포함해 3~4학년 및 석사 과정의 학생들도 수강할 수 있는 비전공 코스들이 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부터 정치사, 현대사, 문학 등을 두루 다룬다.”

-영국 학생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주로 한국과 관련해서는 6·25 전쟁 정도가 알려졌지만 대부분은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한국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남북 관계 등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여러 전공의 학생들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의 사정을 자세히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대학으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학생들은 대학의 문턱을 넘기 위해 치열한 입시 경쟁을 벌인다. 영국에서는 학생의 어떤 자질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나.
“당연히 좋은 성적을 보유해야 우리 대학에 들어올 수 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입학이 보장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직접 쓴 자기소개서 및 에세이를 면밀히 검토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만난다. 학생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영국 대학에는 또 학생들을 직접 적극적으로 모집하는 ‘리크루팅 그룹’도 있다. 다만, 에든버러대의 경우, 직접 지원하는 학생 수가 워낙 많다.”

-한국에서는 청소년·청년 등의 우울증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어떤가. 또, 교육자로서 이 문제를 진단한다면.
“제 경험상 동아시아의 학생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많은 압박을 느끼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처럼 보였다. 영국에서도 비교적 사례는 적지만 분명 유사한 현상이 존재한다.”

“다만,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달리하고자 노력한다. 정신건강전문의를 찾는 것이 부정적인 낙인이 되는 것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영국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상담 및 의료 서비스를 재공하고 재정 지원 등과 관련된 조언도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누구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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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매티슨 에든버러대 총장/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

-한영 협력 분야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오늘 포럼에서 언급된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양국이 함께 도모할 수 있는 바가 있을까.
“우리 대학에서는 60년 동안 인공지능 관련 교육을 제공해왔을 만큼 관련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미래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고민도 컸다. 고민 끝에 5년 전부터 우리는 AI 윤리 및 규범, 규제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는 아직 우리가 완전히 익히지 않은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챗GPT 등이 생겨나면서 인공지능의 윤리적 측면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한국은 AI 기반 시스템 측면에서 하드웨어 등에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각 국이 강력한 영역들을 접목시켜 양국이 협력할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최근 한국의 총선에서는 여당인 보수 정당이 참패했는데, 영국의 보수 당도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더라. 영국 보수정당의 위기는 어디서 촉발했나.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촉발된 사회 분열과 갈등으로 인해 14년간 집권한 보수당에 대한 민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부의 위기 상황 대처에 대한 불만이 생겨나면서 국민들도 자연스레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했으리라 생각한다. 현재 영국 정부는 위기 사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한다면.
“의회 내에서 소수 의석을 가진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선 각 당의 지도층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극단의 정치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도층의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정책 등에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다. 그 과정이 복잡하고 더딜 수 있지만, 결국에는 중도로 연결되는 길이라고 본다.

-영국은 오랜 민주주의 역사를 지닌 국가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무엇인가
“민주주의는 그 어느 체제보다도 안정적인 체제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가 불확실성과 분열을 초래한다고 믿는 국가들이 아직 존재하지만, 저는 행복의 척도는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얼마만큼 스스로 형성해나갈 수 있느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들은 투표를 통해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갈 기회를 가진다. 다른 사고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끊임없는 타협의 노력 속에서 최선이 도출되는 게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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