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와 노회찬재단은 2023년 1학기부터 200여 명의 학생이 듣는 교양강좌 ‘후마니타스 특강 : 6411의 목소리와 노동존중 사회’를 협력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업은 노회찬재단이 <한겨레신문>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연재 칼럼 ‘6411의 목소리’ 필자를 매주 한 명씩 모셔 한 학기 동안 특강으로 운영합니다. ‘존재하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6411 당사자들이 청년들에게 전해주는 자신의 삶과 노동 이야기를 <프레시안> 지면으로 중계합니다.

여덟번째는 최우영 한국마루노동조합 위원장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임금을 떼이기 일쑤고, 한 달 80~90시간 노동이 일상인 마루노동자의 삶과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가.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마루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달라는 당부도 남겼습니다.

저는 한국마루노동조합 위원장으로 선출된 최우영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민주노총하고 한국노총은 다들 아실 겁니다. 그런데 마루노동조합은 처음 들으셨을 거라고 봅니다.

‘인분 아파트(한 신축 아파트 벽면에서 인분 봉지가 나온 사건)’는 들어보셨나요? 2년 전 언론을 통해 ‘인분 아파트’를 처음 공개했던 노동조합입니다. 그것 때문에 아파트와 관련한 시행령이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300m 정도 거리에 화장실 한 개만 있으면 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남자 30명당 좌변기 1개, 여자 20명당 좌변기 1개는 무조건 의무적으로 배치를 하게끔 됐습니다. 저희의 업적이라면 업적인데 건설 현장의 작은 변화를 좀 일으켰던 노조입니다. 저희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노조입니다. 양대노총이 못했던 일을 저희가 했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요.

아마 사람들의 90% 이상은 건설 현장에서 마루노동자에 대해 알지 못할 겁니다. 아파트, 빌라, 원룸의 장판과 카페트를 제외한 모든 바닥이 다 마루입니다. 그것을 시공하는 노동자입니다. 마루노동자 실태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설 현장의 펜스 안에서 일어나는, 세상이 모르는 진짜 수십 년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져 왔던 불법과 부조리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임금 착취

왜 바닥재가 장판에서 마루로 바뀌었을까요? 돈 때문입니다. 마루는 한 번 시공하면 한 10년은 끄떡없거든요. 가성비가 좋습니다. 특히 집주인들이 많이 선호합니다. 계속 교체를 해줄 필요가 없고, 한 번 시공하면 세입자가 바뀌어도 계속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뉴스에도 나왔죠? ‘광주 아파트 붕괴’, ‘순살 아파트’ 이런 사건들이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나냐면 불법적인 하도급 계약이 밑으로 계속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발주자, 건설사, 하도급 이 세 단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다 불법입니다. 건설 현장에 불법에 걸리지 않는 데가 단 하나도 없습니다. 하도급 업체가 오야지(아버지를 뜻하는 일본어, 건설현장에서는 보통 작업조 책임자를 뜻한다)를 두고, 그 오야지가 다시 밑에 새끼 오야지를 두고 단계가 계속 내려갑니다. 오야지 중에도 사업자 자격을 가진 오야지와 안 가진 오야지가 또 나뉩니다.

건설사들은 왜 자꾸 일을 내려보낼까요? 또 돈입니다. 결국 돈 때문에 계속 일이 내려가는 겁니다. 1만 원짜리 일을 9000원에 받아다 내립니다. ‘너 얼마에 할 수 있어?’, ‘8000원이요’ 하면 그럼 너 하라고 일을 줍니다. 8000원에 일을 받은 사람이 또 7000원에 일할 사람을 구합니다. 이렇게 계속 내려갑니다. 이게 다 돈 때문입니다.

마루노동자 이야기를 하면, 시급제나 일당제로 일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시공 평당 단가를 받죠. 일한 만큼 벌어간다? 듣기에는 좋습니다. 그런데 단가를 많이 줄 리가 없죠. ‘적게 주고 많이 일하라’는 구조입니다. 한만큼이라도 벌려면 죽어라 일해야겠죠. 20년 전에 마루 평당 시공단가가 1만 원이었습니다. 지금은 1만 2~3000원입니다. 이 와중에도 건설 경기가 나빠져 현장이 줄면 또 1만 원, 9700원 하는 식으로 더 떨어집니다.

그런데 저희 실제 근로계약서를 보시면, 시급이 9620원 하는 식으로 적혀있어요. 실제로는 시급제가 아닌데 작성을 강요합니다. 처음에는 백지 근로계약서를 주면서’임금 받으려면 사인해’ 이럽니다. 사인 안 할 노동자가 어디 있겠어요. 사인하고 나면 내용을 채우는 거죠. 아예 사인도 안 받고 위조하는 경우도 있고요. 고용노동부가 근로계약서 제대로 작성하는지 단속 나오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어떻게 아는 건지 건설회사가 몇 시에 나온다. 어디 간다 다 알고 있더라고요.

물가상승률이 3~4%라고 하는데 20년 전 1만 원이면 괜찮은 단가였어요. 수입이 괜찮았어요. 그런데 거기 머무르고 있는 겁니다. 돈 때문이겠죠. 건설사에서 저희를 직접 고용하지도 않아요. 제일 밑에 있는 오야지가 고용하죠. 그러다 보니 임금 교섭도 없고, 허위 근로계약서나 아무것도 없는 백지 근로계약서도 작성하고, 교섭도 합의도 없이 ‘주면 주는 대로 받아라’, ‘아니면 하지 마라’. 이런 식의 고용 구조가 되다 보니, 갑질은 당연한 거고 부당한 일들이 개선되지 않는 속에서 일을 하고 있죠.

임금 지급 주기도 엉망입니다. 임금을 보통 한 달에 한 번 받죠. 저희는 일이 끝나고 30~45일 후에 받습니다. 이게 꼼수입니다. 법으로는 14일 이내에 주게 돼 있는데 왜 그럴까요? 저희 임금이 시공 평당 단가로 정해진다고 말했죠. 평수를 속여 나중에 그 돈을 빼먹으려는 겁니다. 33평형대 아파트면, 마루 시공 면적은 25평 정도 됩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임금은 24.5평 단가로 지급돼요. 좋은 회사나 오야지 만나면 24.7평 이렇게 돼죠. 영 점 몇 평치를 중간에서 착취하는 거에요.

이게 30~45일 뒤에 돈 주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냐. 마루 시공이 입주민 들어오기 전 마지막 공정이에요. 임금을 받았는데 작업한 평수보다 적어서 확인해봐야겠다고 하면, 이미 내가 일한 건물에 입주민이 들어와 있어요. 우리가 문 열고 들어가서 확인할 수가 없어요. 그러면 주는 대로 받아야 돼요. 임금을 이렇게 주는 게 관행이라고 하더라고요. 25평짜리 아파트 1000세대 시공하고 1평 줄여서 주면 1000만 원 가져가는 거에요. 그걸 건설사가 먹는지, 오야지가 먹는지 저희는 알 수가 없죠.

▲ 건물 외벽이 무너진 광주 화정 아이파크 2단지. ⓒ프레시안(한예섭)

4대보험 가입도, 퇴직공제금 적립도 안 돼

세금하고 4대보험도 중요합니다. 이걸 어떻게 뗄지 나라에서 법으로도 만들어 놨는데 저희한테는 굉장히 복잡하게 뗍니다. 500만 원을 벌었다 칩시다. 그 중에 200만 원 정도는 회사가 근로소득으로 잡고 정상적으로 4대보험을 처리합니다. 나머지 300만 원은 사업소득으로 바꿔서 지급합니다. 마루회사가 하는 게 아니고요. 그 밑에 오야지나 불법 업체가 하는 겁니다. 다른 방법도 있어요. 아예 500만 원을 전부 3.3% 사업소득으로 신고해버립니다. 4대보험료에 사업자 부담분이 있는데 그게 다 비용이잖아요. 심지어는 산재보험도요. 건설현장에서는 가입이 법적 의무잖아요. 저희는 안 해줍니다. 다치면 그때 가입시켜줘요.

건설업에 퇴직공제금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이것도 빼가요. 1년 이상 일하는 근로자, 정규직들은 고용이 안정적이고 퇴직금도 받을 수 있잖아요. 일용 근로자는 퇴직금이 없고 고용이 불안하니까 1996년에 법을 만들어서 회사가 퇴직공제금을 적립하고, 퇴직할 때 받아가라는 명목으로 퇴직공제금을 도입했어요. 내가 아파서 미리 받고 싶다고 하면, 그래도 받을 수 있습니다. 직접 고용했든 안 했든 현장에서 노동자가 하루 4시간 이상 건설현장에서 일하면 지금은 회사가 6200원을 적립해해야 해요. 한 달이면 15만 원, 1년이면 180만 원 정도 됩니다. 이걸 제대로 적립을 안 합니다. 6개월을 일했는데 하루도 적립 안 해주는 회사도 있어요. 저희가 벌써 3차 고발을 했는데 여전히 적립이 잘 안 됩니다.

마루노동자만 이게 제대로 적립이 안 되더라고요. 회사가 이걸로 얼마나 이득을 취했을까요? 마루노동자가 일하는 입주 아파트가 한 달에 200개 정도 됩니다. 한 곳에 2, 30명 정도를 평균으로 잡으면 5000명 정도가 한 달에 일하는 마루노동자죠. 제가 100번 양보하겠습니다. 지금은 퇴직공제금 적립금이 6200원이지만 얼마 전까지 4800원이었어요. 4000원으로 잡으면 하루에 2000만 원, 한달에 6억, 1년이면 72억, 10년이면 720억 원입니다. 반은 적립해서 줬으니 입 닫아라고 하면 360억 원을 빼간 거죠. 누가 해먹는지는 모르지만 누군가는 해먹고 있는 거예요.

이 문제를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는 게 분통이 터져요. 있어요. 퇴직공제금을 관리하는 부서가 건설공제회입니다. 그런데 건설공제회에 전화를 하면, 수사권이 없다고 노동청으로 가라고 합니다. 노동청에 가면 건설공제회가 주무 부서니 그리로 가라 합니다. 계속 뺑뺑이입니다. 감독을 해야하는 노동부는 저희를 근로자로 인정하기가 애매하다고 합니다. 임금을 수당으로 받고 한 달밖에 일하지 않아서 사업자 종속성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결국 정부가 불법을 방치하고 있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저희가 근로자가 아니면 대체 뭔가요? 여러분은 어찌 생각하시나요?

마루노동자는 기능인이 아니라고요?

건설업에 보면 통계청이 승인한 127개의 기능 직종 코드가 있습니다. 도배, 타일, 형틀 목수, 보통 인부, 작업반장, 운반공, 배선, 전기, 전력 다 있습니다. 마루는 없습니다. 직종 코드가 있으면 대한건설협회가 평균임금을 조사해 ‘시중 노임단가’라는 걸 냅니다. 타일은 27만 8000원, 도배는 22만 3000원, 보통 인부는 16만 7000원 정도에요. 이게 공공 관급공사 입찰 기준이 돼요. 내장 일을 하는 도장, 배관, 타일, 도배 다 직종 코드가 있는데 마루만 쏙 빠져 있습니다. 왜 그러냐 했더니, 마루 회사들이 ‘마루 시공은 아무나 하는 일반 용역이다. 기능인이 아니다’ 이렇게 답하더라고요.

집에 가서 바닥을 좀 보시면, 다 네모 반듯하지 않을 거에요. 일을 1년 정도 배워 숙달되지 않으면 마루 시공을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마루가 정상적으로 깔렸는지 확인하려면, 집 끝에 거실이나 구석을 보세요. 방 구석이 일자로 반듯하게 돼 있으면 시공을 정말 잘한 겁니다.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타설이나 콘크리트 시공이 잘 되지 않으면 건물 뼈대가 틀어지거든요. 집이 틀어졌는데 마루 시공을 여기에 맞추지 않고 그대로 하면 끝에 가서 어긋나요. 숙련이 필요한 거죠. 그런데 마루회사는 저희를 기능인이 아닌 일반 용역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마루에 시중 노임단가가 설정되면, 인건비가 올라갈까봐 겁 먹고 직종 코드에 안 넣는 걸 겁니다. 지금까지는 평당 시공 단가로 줬는데 시중 노임단가가 25만 원으로 조사되면 돈 더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할 거에요. 그러니까 마루회사들이 반대하겠죠. 최근에 다시 국토교통부에 마루 직종 코드를 만들라고 접수했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에요. 지난 두 번은 마루회사가 반대해 실패했어요. 법에도 관급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직종 코드를 줘야 한다고 규제하지 않아요. 참 법이 너무 멀리 있다는 생각을 해요. 국회의원들이 법 하나 만들 때 좀 더 꼼꼼하게 만들고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텐데 참 안타깝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납부 대상이 확대된 종합부동산세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30일 옛 종합부동산세법 7조 1항, 8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 사건에서 이들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사진은 30일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장시간 노동과 근골격계 질환은 일상

노동시간도 길어요. 시급이나 일당이 아니라 평당 단가잖아요. 단가가 적으면 늦게까지 일할 수밖에 없죠. 12~13시간은 기본이에요. 쉬는 날이 아니면 화창한 태양을 볼 수가 없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현장에 가면 한 5시 반, 마칠 때쯤 되면 8시. 나와서 집에 가면 9시. 밥 먹고 씻고 누우면 10시. 잠자기 바쁘죠. 선거 날도 명절날도 다 일했습니다. 마루 시공은 한 달 정도에 끝내야 하거든요. 2, 30명 들어가 있는 노동자들이 80~90시간씩 일을 해서 그 기간을 맞춥니다. 작년에는 동료 1명이 과로사했습니다. 두 달 동안 이틀만 쉬고 무리하게 일하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며 숙소에 갔는데, 그 길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건강과 안전 문제를 더 말씀드릴게요.. 12~13시간 계속 무릎 꿇고 쪼그려서 작업해야 되기 때문에 무릎과 허리 나가는 건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광진구에 있는 녹색병원에서 마루노동자 건강 실태조사를 했는데요. 96% 이상이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안전보호구도 지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계속 저희가 자비로 사요. 방진 마스크 하나가 3000원씩 하는데 이걸 한, 두 세대 작업하고 나면 갈아야 돼요. 돈이 많이 들겠죠.

마지막 공정이라 생기는 문제도 있어요. 먼저 마루노동자를 위한 식당도 설치가 안 돼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는 함바식당 건설노동자들이 밥을 먹는 식당이 설치돼 있어요. 저희는 마지막 공정이라 조경과 도로 포장 때문에 함바식당을 다 빼버립니다. 알아서 먹어. 아주 참 서글픈 현실입니다. 먼지도 많이 나오는데요.. 청소를 건설회사가 해주지 않고요. 저희가 다 합니다. 마지막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무도 해주지 않아요. 짐도 저희가 치우고요.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로 일해야 밥값이니 마스크니 하는 경비 빼고 350만 원을 법니다.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연장수당을 책정했다면 최저임금 미달이죠. 이런 구조 속에서 누가 일하고 싶겠어요. 마루노동자 중에는 젊은 세대가 거의 없습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마루노동자 평균 연령이 55세입니다. 초고령 직종으로 가고 있죠. 소중한 기능인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여전한 건설현장의 화장실 문제

시작할 때 건설 현장에서 화장실 여건이 좋아졌다고 했지만, 여성 마루노동자들은 화장실을 잘 못가요. 관리가 안 되거든요. 어제도 동대구 한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자가 ‘화장실이 없어서 세대에 가면 똥, 오줌이 많을테니 감안해주세요’ 하더라고요. 분양가가 5억, 7억, 8억 하는 아파트인데도 그런 소리를 합니다.

시작할 때 말한 남성 30명당 1개, 여성 20명당 1개가 노동부에서 노동계와 산업계 전문가를 불러다놓고 2년 동안 토론을 해서 나온 화장실 수예요. 탁상행정이에요. 현실에 전혀 맞지 않아요. 35층, 36층 하는 건물을 지으면서 엘리베이터 한 대 두고 3, 400명이 일해요. 그 공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화장실에 간다? 현실과 맞지 않아요. 5개 층에 화장실 1개 하는 식으로 기준을 만들었어야죠.

그럼 결국 어디에 싸냐. 구석에 쌉니다. ‘인분 아파트’ 기사가 나가니 댓글에 ‘요강 들고 다녀’, ‘왜 남의 집에 싸냐’, ‘기저귀를 차고 다녀’, 이런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대댓글을 달고 싶었어요.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20대 대학생인 청중들에게) 여러분들이 경제생활을 하다 보면 분양을 받을 겁니다. 그때까지는 저희가 어떻게든 아파트 화장실 문제는 바꿔놓도록 하겠습니다. 화장실 문제만큼은 인권 문제입니다.

그럼 마루노동자들은 화장실을 어떻게 쓰냐. 구석에 쌉니다. 변기가 미리 설치돼 있으면, 거기다 싸기도 해요. 이런 일도 있었어요. SK 건설 현장이었습니다. 대기업이죠. 화장실은 설치가 다 됐는데 물 공급을 안 해주더라고요. 화장실은 없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안에 다 싸는 거예요. 근데 마침 밑에 배관을 연결하는데, 변기로 연결된 배관이 막혔다가 공기를 좀 주입하니 터져버렸어요. 어떻게 됐겠습니까? 제일 밑에 있는 1층에서 배관 작업하는 사람들 엉망이 돼버린 겁니다. 욕을 하더라고요. 위에, 옥상에, 하늘에 대고 ‘야 이 새끼들아 똥 좀 그만 싸’ 이러고. 이게 지금 아파트 건설 현장 화장실의 현실입니다.

▲ ‘전국 아파트 마루시공 불법하도급 명단발표 및 폐지투쟁 돌입 기자회견’이 2023년 4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누가 이기나 끝까지 가볼랍니다”

저희가 파업을 하면서 돈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이런 부당한 것만 바꿔달라는 건데도 그런 얘기를 하면 어느 순간인가 이 사회는 찍소리도 못하게 자꾸 억압을 하려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루노조도 300여 명이었던 조합원들이 170명으로 떨어지고, 170명이 다시 17명까지 떨어졌다가, 지금 현재 100명 정도가 남아 있습니다. ‘먹고 살려면 입 닥치고 해’. ‘너네 들어오지 마’. 건설사도 싫어하고 마루 회사도 싫어합니다. 그게 지금의 저희 노조의 현실입니다. 다들 생계가 있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려고 하는데 회사는 그것도 싫은가 봐요.

노동부가 저희를 근로자로 인정하지않는 사이 임금체불, 퇴직공제금, 중간착취 이런 일들이 일어나면 다 법원 가야 됩니다. 제가 내일도 고용노동부에 가요. 계속 두드려야죠. 계속 얘기하고요.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실패만 남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앞으로 가야 발자취가 남을 것이고, 또 제 뒤에 와 부조리를 고치려고 할 후배들에게 길을 보여줄 수 있겠죠.. 그래서 언젠가는 바뀔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그리고 이렇게 하다 보니 오기가 생겨갖고. 누가 이기나 나는 끝까지 가볼란다. 그런 오기 때문에 지금 계속 하고 있습니다.

제 아들이 대학교 4학년인데요. ‘처음에는 그런 거 하지 마라, 왜 나서고 난리냐?’라고 했었어요. 지금은 많이 응원을 해줍니다. ‘대단하다. 끝까지 한번 해봐라’ 제 집이 대구입니다. 보수의 심장. 거기에 이제 70대 이상 되는 분들한테 노조 이야기 잘못하면 맞아 죽어요. 그런데 처음에 저에게 빨갱이라고 했던 부모님들조차 이제 응원을 하기 시작했죠. ‘맞다 바꿀 수 있으면 한번 바꿔봐라’ 이렇게 얘기를 해요.

꼰대 소리를 듣더라도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아니 부탁드리고 싶은 거요. 여기 계신 학생분들은 저는 확실하게 말씀드리지만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젊은 청년들이 저대한민국의 미래라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곧 학교를 떠나서 사회에 나가 각자 어떤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할 것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아니면 꿈을 위해서 살 텐데, 세상의 밝은 모습만 볼 수는 없을 겁니다. 불법과 부조리와 부당함도 계속 느끼면서 그렇게 일을 하실 겁니다. 지금 정의, 불이익, 상식과 물 상식, 공평과 불공평 사이에서 상처도 많이 받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진짜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이 갈등 공화국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저는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고 중도도 아닙니다. 그런 이념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나보다 힘든 사람 어려운 사람 약자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주시고,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처럼 누구도 괄시받지 않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 따뜻한 세상을 여러분들이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어떤 자리에 계시든 어떤 일을 하시든, 어떤 위치까지 올라가시든, 저는 여러분이 그 한 축을, 한 자리를 맡아 다음 다가오는 세상을 이끌어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변화, 작은 힘들이 모여서 큰 변화와 큰 힘이 된다고 했습니다. 꼭 그런 세상 만들어 주세요.

저는 바라는 건 단 하나입니다. 임금을 더 달라 그런 게 아닙니다. 마루노동자 사람답게 살고 싶다. 딱 그거 하나뿐입니다. 사람답게 기능인으로 대접받으며 살고 싶다. 빼먹지 말고 정상적인 임금, 그런 공정하고 건강한 마루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 싸우고 외치고 계속 두드리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앞으로 가시면 건설 현장에 불이 켜져 있다면, 늦게 마루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는 시간입니다. 8시, 9시에 가셔서 가만히 귀 기울이면 망치 소리가 들릴 겁니다. 마루노동자를 잊지 마시고 한 번씩 기억해 주십시오. 제가 진짜 부족한데 이렇게 이야기 들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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