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각역 일대에서 열린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퀴어 퍼레이드)에 15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행사에 참가한 KB금융그룹 계열사가 성소수자의 금융 컨설팅 및 동성 간 자녀 출생 등에 대한 법률 상담을 돕겠다고 나서 화제가 됐다.

지난 1일 X(옛 트위터)에는 “이번 퀴어 퍼레이드에서 눈에 띄었던 대기업 부스 광고”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KB라이프파트너스 제1사업본부가 퀴어 퍼레이드에서 배포한 팜플렛이 그 내용이다. KB라이프파트너스는 생명보험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KB금융그룹의 계열사다.

KB라이프파트너스는 팜플렛을 통해 성소수자 파트너 동반 재무설계, 건강보험/연금 컨설팅, 성별 정정 허가 신청, 동성 간 자녀 출생/입양 관련 법률 상담, 파트너 간 재산양도 컨설팅 등 성소수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여러분들의 Money with Pride! KB라이프파트너스가 함께 하겠다”며 “진정으로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체계적이고 확실한 자산설계로 파트너와의 안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드리겠다”고 강조했다.

KB라이프파트너스가 소개한 5명의 금융전문가 중에는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밝힌 이들도 있었다. 정대희 세일즈매니저와 정사인 라이프파트너는 각각의 담당 분야와 함께 “I’m a LGBTQ(성소수자)”라는 소개 문구를 덧붙였다.

아울러 “저희와 함께 일할 LGBTQ+분들의 채용 문의도 적극 환영한다”며 회사의 성소수자 친화적 분위기를 자랑했다.

이번 퀴어 퍼레이드에 파트너십으로 참여한 단위 중 국내 대기업 및 계열사로는 KB라이프파트너스가 유일하다. 통상 국내 기업들은 성소수자에 우호적인 성향을 내비치는 것이 경영에 불이익을 준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X 이용자들은 이같은 분위기에도 성소수자를 공개 지지한 해당 회사에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는 그림이 인상적이다”, “대기업에서 성소수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부스까지 참여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자본시장도 이렇게 움직이고 있으니 차별금지법이 어서 제정되면 좋겠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KB라이프파트너스 제1사업본부가 제25회 퀴어퍼레이드에서 배포한 팜플렛 ⓒX 캡처

올해로 25회를 맞은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 사이에서 ‘민족 대명절’로 불릴 만큼 긴 역사와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 1일 서울 종각역 일대에서 열린 이번 축제에는 15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으며, 성소수자 단체, 대학 내 성소수자 동아리, 미국·독일·영국·프랑스 등 대사관 등이 운영하는 부스 60여개가 열렸다.

일부 시민단체는 퀴어 퍼레이드 후원처에 대한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독일·미국 대사관 부스 앞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집단 학살하는 것을 지원하는 국가의 참여를 규탄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또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를 판매하는 제약회사 길리어드의 부스 앞에서도 “HIV 치료제의 가격을 높게 유지해 시민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막는 길리어드의 후원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시위가 열렸다.

한편 같은날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인근에서는 퀴어 퍼레이드 반대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등 문구가 적힌 깃발과 팻말을 들고 서울시의회 앞부터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역까지 4개 차로에서 시위를 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서울 종로구 종각역을 출발해 삼일대로를 지나 을지로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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