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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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인생 망가뜨렸으니 본인 인생 망가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상털이가 불법인 거 모르는 사람 없다. 다만 진작에 공권력이 제 역할을 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또 다른 형태의 정의구현이라 생각한다.

31세/남성/IT업계 회사원

범죄자 신상을 털어 온라인에 뿌리면 당장에는 속이 후련할 수 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보면 국가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 생각한다. 만에 하나 아무 잘못 없는 사람 신상이 잘못 공개되면 그 피해는 누가 어떻게 책임지겠나.

29세/여성/회사원

최근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의 중대장,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등에 대한 개인 신상이 온라인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른바 ‘온라인 신상 털이’를 두고 “제재가 필요한 불법 행위”라는 의견과 “진정한 정의 구현”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중대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온라인 신상 털이를 통한 사적 제재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온라인 신상 털이는 가중처벌 대상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화면. /웹 캡처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화면. /웹 캡처

개인 신상을 당사자 동의 없이 유포하는 건 불법 행위다. 특히 온라인에서 신상 털이를 할 경우 전파성이 높다고 인정돼 일반 명예훼손보다 더 높은 형량을 받을 수 있다. 일반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형량이 5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 수준이다. 반면 사이버 명예훼손은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라 7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처벌 사례도 있다. 지난 2021년 4월 성범죄 혐의자들의 개인 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 ‘디지털교도소’ 운영자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명예훼손) 위반 등으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자의적인 정의 관념에 기대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공개하여 명예를 훼손했다”며 “사건 범행은 그 특성상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고 이미 유포된 정보를 삭제하여 원상회복을 할 방법도 마땅히 없다”고 말했다.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쌓이고 있지만 온라인 신상 털이를 비롯한 사이버 명예훼손은 증가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4337건이던 사이버 명예훼손 건수는 2022년 2만9258건으로 7년 사이 6배 넘게 늘었다.

◇ “정의 구현” vs “불법 행위”

지난 2021년 6월 1일 '한강 의대상 사망사건' 당사자인 손정민씨 친구 측 변호사가 서울 서초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손씨 친구 측은 자신이 SBS 기자와 친형제여서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A씨 측에게 우호적인 내용을 방송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유튜버를 경찰에 고소했다. /연합뉴스
지난 2021년 6월 1일 ‘한강 의대상 사망사건’ 당사자인 손정민씨 친구 측 변호사가 서울 서초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손씨 친구 측은 자신이 SBS 기자와 친형제여서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A씨 측에게 우호적인 내용을 방송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유튜버를 경찰에 고소했다. /연합뉴스

반복되는 온라인 신상 털이를 두고 나오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제재가 필요한 불법 행위’라는 의견과 ‘정의 구현을 위한 필요악’이라는 의견이다.

성남에 거주 중인 30대 남성 A씨는 “신상 털이와 같은 사적 제재는 개인이 아무런 권한도, 책임 소재도 없이 행하는 불법 행위”라며 “지금 당장 속이 시원하다 해서 (신상 털이를) 방치하면 (나중에) 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2021년 발생한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에서 신상 털이가 문제됐다. 당시 사망한 손정민씨와 함께 밤새 술을 마셨던 친구 A씨가 용의선상에 오르자 온라인에 A씨와 가족들 신상 정보가 무더기로 퍼졌다. 이후 A씨 집, A씨 아버지 직장을 찾아와 욕설을 퍼붓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손정민씨 사망이 단순 실족사이며 A씨에게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 “고소 각오 돼있다”… 처벌 감수하는 유포자들

신상 털이 유튜버 '나락 보관소' 채널. /웹 캡처
신상 털이 유튜버 ‘나락 보관소’ 채널. /웹 캡처

온라인 신상 털이를 옹호하는 여론이 강한 건 경찰 수사 과정이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 등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의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중대장 강모 대위가 강원경찰청 수사를 받던 도중 고향으로 휴가를 떠났다. 반면 강모 대위에게 규정 외 얼차려를 받은 훈련병들은 신교대와 경찰서를 오가며 장시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육군이 강 대위 심리 상태 관리를 위해 전우조를 붙여 귀갓길 동행을 시킨 점도 논란이 됐다.

과거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일부 가해자들이 아무런 처벌 없이 풀려났다는 점 때문에 공분이 일었다. 지난 2004년 밀양에 살던 한 여중생이 남성 44명에게 성폭행 등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수사가 시작되자 피해자와 별거 상태였던 친부가 합의하면서 경찰이 기소한 44명 중 13명이 공소권 없음으로 풀려났다.

최근 밀양 사건 가해자들 신상을 공개한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 소개글에는 “고소 당할까 봐 벌벌 떨지 않고 할 말 전부 다 하는 채널”이라고 적혀있다. 현재까지 이 채널에는 밀양 사건 가해자 신상 공개 영상이 3개 올라왔다. 영상 조회수는 합쳐서 370만회를 넘고 응원 댓글이 3만개 넘게 달렸다.

또 밀양 사건 당시 검찰로 넘어간 44명 신상을 모두 공개한 글이 한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글 작성자는 “난 신상 유포죄로 심판받을 준비와 각오가 돼 있다”며 “가해자들끼리 벌벌 떨고 있을 걸 생각하면 (기분이) 참 X같다”고도 썼다.

이에 대해 조덕재 법무법인YK 변호사는 “신상 털이가 응원까지 받는 건 국민들이 가해자는 물론 가해자에 대한 사법 절차에 분노하기 때문”이라며 “12사단 사건 같은 경우는 변호사인 내가 봐도 중대장이 왜 입건조차 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되는데, 국민들 시선에선 오죽하겠나”고 말했다.

법무법인 강현의 김정묵 변호사는 “형벌이 국민이 원하는 수준만큼 되지 않는 게 문제”라며 “국내법상 징역으로 따지면 50년이 최고형이고 그 이상은 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미국처럼 각 죄마다 합산시켜 선고하는 식으로 입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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