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등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는 노동시장에서 앞으로 협동·협상·설득·사회적 인지력 등 사회적 능력이 뛰어날수록 더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0일 ‘노동시장에서 사회적 능력의 중요성 증가’란 제목의 ‘BOK 이슈노트’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AI 등 자동화 기술 발전으로 직무별 노동 수요에 구조적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노동시장 전반에서 쓰이는 기술 수준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사회적 기술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이 사회적 업무와 인지적(수학적) 업무 강도를 측정해 직업군을 나눠본 결과 2008~2022년, 14년 동안 사회적 기술 집중 일자리의 비중이 49%에서 56%로 7%포인트(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지적 기술 집중 일자리 비중은 50%에서 55%로 5%p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회적 기술이 집중된 일자리로는 법률 전문가, 작가, 언론 관련 전문가 등이 예시로 제시됐고, 인지적 기술 집중 일자리로는 생명·자연과학 관련 시험원, 회계·경리, 통계 관련 사무원 등이 언급됐다.
임금 측면에도 사회적 능력의 중요성은 높아졌다. 연구진이 청년패널조사를 이용해 임금 회귀식을 추정한 결과, 사회적 능력에 대한 임금 보상은 최근 들어 늘어난 반면, 인지적 능력에 대한 보상은 감소했다. 개인의 사회적 능력이 평균보다 1단위 높을 때 2007~2015년 중 임금이 4.4% 높았는데, 2016~2020년 중에는 5.9%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최근에 와서 1.5%p 증가한 것이다.
반면 인지적 능력이 1단위 높을 땐 2007~2015년 중 임금이 10.9% 높았으나, 2016~2020년 중에는 9.3%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1.6%p 감소한 것이다.
한은은 사회적 능력이 자동화 기술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노동시장에서 중요도가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AI 기술이 반복 업무뿐만 아니라 기존 기술에서 한계가 있는 비반복적·인지적 업무까지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동화 기술로 대체하기 어려운 사회적 능력의 중요성이 높아졌단 것이다.
보고서를 집필한 오삼일 조사국 고용분석팀장은 “인간이 기술에 대해 비교우위를 가진 사회적 능력은 자동화 기술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기술에 의해 보완돼 노동시장에서 중요도가 증가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오 팀장은 “AI 등 자동화 기술 대체 효과가 특정 그룹에 더욱 집중된다는 점에서 관련 정책의 시급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특히 교육 현장에서 어린 시절부터 인지적 능력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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