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베트남에 설립한 공장에서 환경 오염과 그로 인한 주민 피해를 일으키고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젠더가족환경개발연구센터(CGFED), 국제오염물질추방네트워크(IPEN)과 함께 10일 ‘삼성 내부 자료로 확인된 베트남 공장의 화학물질 부실 관리와 환경오염 실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 보고서는 삼성전자에서 환경안전보건 관리자로 근무하며 베트남 삼성 공장과 협력업체에 대한 내부 조사를 수행해온 공익제보자 강모 씨가 제공한 문서와 증언 등을 토대로 작성됐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단체들은 “본사가 있는 한국에서라면 허용되지 않을 부실한 관리 방식들이 베트남 삼성 사업장들에서 일관되게 발견된다”며 삼성이 2008년 박닌성에 설립한 최초의 베트남 휴대폰 공장에서 대기오염 방지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공장을 가동했고, 2010년 이후 최소 3년 동안 독성 화학물질을 함유한 폐수를 배출했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공장 인근 주민들은 삼성전자 공장 가동 뒤 악취에 시달렸으며, 기침과 잦은 병치레를 겪었다고 했다. 공장 가동 뒤 인근 토지가 오염돼 주민들이 벼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지만 제대로 된 보상이 없었다고도 했다.

단체들은 삼성전자 경영진이 자체 조사를 통해 공장 인근 대기와 토양이 오염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오염의 대가를 주변 지역사회와 베트남의 자연 환경에 외부화시켜 생산 비용을 아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삼성전자가 일으키는 환경오염이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단체들은 시멘트, 화학, 전자, 플라스틱, 제철 등 제조업체가 다수 있는 타이응우옌 지역에서 2018년 유혜폐기물 중 90%를 배출한 곳은 삼성 휴대폰 공장이었다고 지적했다. 호치민시에 있는 삼성 가전 공장의 저장 탱크에 담긴 폐액이 정화 과정 없이 유출되는 모습이 찍힌 2021년 2월경의 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단체들은 삼성전자가 박닌 공장 등의 부적절한 운영에 대해 “인근 지역사회를 오염시킨 후 가장 유독한 제조 공정을 환경보건안전에 대한 역량과 인식이 삼성에 비해 훨씬 낮은 협력업체들에 외주화했다”며 “이런 삼성의 결정으로 오늘날까지도 여러 지역사회의 대기오염과 건강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전자 협력사 SIT VINA에서 발생한 대기오염이 현지 언론에 보도된 일을 사례로 들었다.

단체들은 또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대외 이미지를 유지하고 개선하기 위해 대중, 투자자, 언론인 등에게 자체 조사에서 드러난 회사 운영의 현실과는 다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2013년 보고서에 폐수 처리, 화학물질 처리 과정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기술한 점 등을 지적했다. 2022년 보고서에서도 삼성은 화학물질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적었다.

단체들은 “이번 보고서는 삼성의 환경오염 문제는 더 많은 협력업체로 넘겨져 더 확대된 형태로 현재도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주민들에게까지 호흡기 질환과 폐암 등 심각한 질병의 증가가 보고되고 있다”며 “삼성이 한국에서 은폐하려 했던 수많은 질병과 죽음은 현재 국제적으로 계속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 베트남 사업장 운영 실태를 진지하게 고려하여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고 인권의 완전한 실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부고발자 강 씨는 보고서 서문에서 “2012년 12월 베트남 출장으로 박닌 공장의 환경문제가 심각함을 알게 됐다. 베트남 사업장 책임자와 본사 경영진에 보고했고 일부 문제는 개선됐지만 핵심 문제였던 ‘악취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삼성의 해외공장들은 아직도 관리가 부실하고 너무 위험하다. 저는 이제 은퇴했지만 삼성과 협력회사 노동자들이 유해하고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에서 일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삼성 내부 자료로 확인된 베트남 공장의 화학물질 부실 관리와 환경오염 실태> 보고서 중 일부.
▲ <삼성 내부 자료로 확인된 베트남 공장의 화학물질 부실 관리와 환경오염 실태> 보고서 중 일부.

삼성전자는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전면 부정했다. 삼성전자 측은 11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베트남 법인 설립 이래 폐수를 무단으로 방출한 적이 없고, 베트남 법인의 오폐수 처리는 현지 환경 기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며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적법하게 설계·설치·운영 중이며 대기오염 물질은 법적 기준을 준수해 배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박닌 공장 오염 문제를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데 대해서는 “2012년 당시 자체 환경안전 점검조사에서 지적된 일부 운영상 미흡한 점은 본사에 보고됐다”고 했다.

호치민 공장 폐액 누출에 대해선 “독성 폐기물이나 화학물질이 아닌 공조기 응축수가 탱크 밖으로 소량 흘러나와 곧바로 조치한 건”이라며 “하천 등 사업장 밖으로 유출된 바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유해공정을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환경오염 관련 책임을 회피했다는 지적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보고서에 나온 SIT VINA 사례와 관련 “해당 기업은 삼성전자 매출 비중이 2%에 불과한 자동차 부품 생산 업체다. 이 회사는 2차 협력사로 당사와 직접 계약관계가 없기 때문에 환경안전 문제는 원칙적으로 1차 협력사를 통해 점검하고 있다”며 “SIT VINA의 대기오염 이슈는 현지 환경당국이 배출가스 등을 분석해 ‘허용 범위 이하로 위반사항 없음’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환경오염과 관련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내용이 실제와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선 “자체 환경안전 점검조사에서 지적된 일부 미흡한 점 등은 즉시 조치, 개선됐다”며 “해당 조치 사항 역시 관련 베트남 법규를 위반한 것은 아니며, 삼성전자 내부 기준이 관련 규정 대비 훨씬 엄격하기 때문에 자체 점검에서 발견돼 조치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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