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추선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가 없습니다. 사진=Pixabay
▲시추선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가 없습니다. 사진=Pixabay

윤석열 대통령이 경상북도 포항시 영일만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섣불리 발표해 비판을 자초했다는 언론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긍정적 입장을 가진 조선일보도 윤 대통령이 성급한 발표로 자원 개발의 정치화를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첫 국정브리핑에서 포항 앞바다에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분석업체 액트지오가 밝힌 성공 가능성은 20%다. 시추를 해봐야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20%라는 수치에 대한 객관적 근거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분석업체 액트지오에 대한 신뢰도 논란이 일고 있으며, 시추공 하나당 1000억 원이 소요되는 만큼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이에 언론은 시추 여부를 놓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6월8일 한국경제 사설
▲6월8일 한국경제 사설

일단 뚫자는 한경·TV조선… 동아 “믿고 뚫어도 될까”

시추를 시작해야 한다는 언론은 TV조선과 한국경제다. 정쟁을 멈추고 우선 석유와 가스가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명우 TV조선 ‘뉴스7’ 앵커는 지난 9일 <[앵커의 생각] 시작은 해 봅시다>에서 “정치권이 진영 논리에 갇혀 접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시작도 안하면 정말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우선 시추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지난 8일 사설 <영일만 가스전, 정쟁 멈추고 과학 기반해 시추 나설 때다>에서 비용은 큰 문제가 아니라면서 우선 시추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시추 외엔 없다”며 “(시추비용은) 국내총생산(GDP) 2000조 원을 웃도는 국가가 감당 못 할 정도는 아니다. 근거 없는 비난과 정치 공세를 접고 차분하게 결과를 기다릴 때”라고 했다.

조선일보 논조는 액트지오 설립자 아브레우 박사가 지난 7일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시점을 전후로 온도차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지난 7일 사설 <이재명 “영일만 석유, 십중팔구 실패”, 그래서 하지 말자는 건가> 사설에서 “전문가들도 시추에 많은 투자가 필요해 재정적 부담은 있지만, 자원 개발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탐사해볼 가치가 있다고 했다”며 “(해외와 달리) 우리만 진영논리로 자해를 할 셈인가”라고 했다.

▲6월8일 조선일보 사설
▲6월8일 조선일보 사설

이날 아브레우 박사는 국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브레우 박사는 ‘성공률 20%’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밝히지 않은 채 “입증을 위해선 시추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에선 “맹탕 기자회견”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조선일보는 8일 사설을 내고 “국민 세금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만큼 정치적 논란을 줄여야 하며, 국민 이해를 더 구해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더 큰 브랜드 파워와 탐사 성공 이력을 가진 기관의 검증을 한 번 더 거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섣불리 시추를 시작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0일 <4년간 세금 체납한 영세회사만 믿고 시추공 뚫어도 될까> 사설을 통해 “여러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천억 원을 쏟아붓고 시추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정권이 치명상을 입고 자원 확보와 자원 개발 역량에도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11일 사설에서 “의혹 쌓인 컨설팅업체 말만 믿고 추진할 일인가”라며 교차검증 뒤 시추 관련 예산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6월7일 문화일보 사설
▲6월7일 문화일보 사설

조선·문화도 비판하는 윤석열 발표 “정치화 부채질”

윤 대통령이 명확한 검증 없이 섣부르게 발표를 진행했다는 비판은 공통적으로 나온다. 조선일보와 TV조선 역시 관련 비판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지난 8일 사설에서 “대통령이 나서서 발표한 것은 성급했으며 정치화를 부채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채림 TV조선 기자는 8일 ‘뉴스7’에서 유전개발 사업의 불확실성이 크다며 “야당은 검증을 넘어선 지나친 정치 공세는 자제하고, 정부 역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려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문화일보는 지난 7일 사설에서 “극히 초기 단계 분석임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과할 정도로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바람에 (논란이) 촉발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송용창 한국일보 뉴스1부문장은 지난 8일 칼럼에서 “(윤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 시추 계획을 승인한 배경을 차분히 설명하면서 유전 개발의 어려움과 리스크까지 담아냈다면, 이 소동이 없었을지 모른다”며 “설익은 브리핑이 결과적으로 대왕고래가 기지개를 켜기도 전에 질식하게 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3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 석유, 가스 매장 관련 국정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3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 석유, 가스 매장 관련 국정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부실·세금 체납 비판받는 액트지오, 언론 평가는

액트지오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논조가 엇갈렸다. 대체적으로 언론은 액트지오가 영세규모 회사이며, 세금체납 의혹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 대신 아브레우 박사의 전문성을 강조한 보도도 있다.

조선일보는 5일 팩트체크 기사에서 “(윤 대통령 브리핑 뒤) 좌편향 매체들과 인사들을 중심으로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며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아브레우 박사는 최대 심해 석유·가스전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 탐사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22국의 31개 현장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아브레우 박사가 내부 경쟁이 치열한 엑슨모빌에서 긴 시간 버텨낸 것 자체가 전문성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조선일보는 6일 보도에서 “업력이 짧은 액트지오는 낯선 이름이지만, 아브레우 고문(박사)은 유명인”이라는 업계 전문가 평가를 소개하면서 “(아브레우 박사는) 엑손모빌 재직 당시 대부분 실패를 예상한 가이아나 유전에 대해 16% 가능성을 제시하고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6월8일 동아일보 사설
▲6월8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지난 8일 사설에서 “(액트지오는) 2년 전까지는 연 매출이 3000만 원대에 불과했고 한국 사업에 참여한 지난해에는 매출액이 70억 원으로 급증했다”며 “해당 지역을 오래 탐사했던 호주 기업이 장래성이 없다며 철수한 것도 석연찮다”고 했다. 한겨레는 지난 10일 사설 <동해 가스전 분석, ‘법인등록증 몰수’ 회사 골라 맡겼나>에서 액트지오의 세금 체납이 문제가 없다는 석유공사 해명에 대해 “몇년간 법인 등록증을 몰수당해 있던 회사를 용역 발주사로 선정한 석유공사의 ‘지명 경쟁 입찰’ 과정을 신뢰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에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액트지오는 부실기업 의혹, 검증 미비, 세금 체납 비판을 받고 있다. 액트지오가 별도 사무실을 두지 않고 아브레우 박사의 자택을 본사로 등록하는 등 소규모 기업이며, 액트지오 분석결과를 추가 검증한 해외 전문가는 아브레우 박사와 공동 연구를 진행한 바 있어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시사인은 지난 7일 액트지오가 2019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미국 텍사스주에서 법인세를 내지 않아 법인 자격 박탈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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