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훈련병이 규정에 어긋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인 중대장이 쓰러진 훈련병을 다그친 정황이 공개됐다.

군인권센터는 12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과 함께 확보한 고인의 의무기록을 공개하며, 사건 경위와 추가로 확인된 초동조치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의무기록에 따르면사망 당시 병원 기록에 적힌 직접사인은 ‘패혈성 쇼크’,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직접사인은 ‘다발상 장기부전’이다. 이 직접사인의 원인은 ‘열사병’으로 기록됐다.

또군인권센터는 의무기록과 함께 군사경찰이 유가족에게 설명한 내용을 종합해 A훈련병이 쓰러지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당시의 상황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강원 인제군 모 부대 위병소에 군사경찰 차량이 출입하고 있다. 이 부대에서는 최근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군인권센터는 “얼차려 현장에는 중대장, 부중대장, 조교 3명이 있었고, A훈련병이 쓰러지자 어디선가 의무병이 달려와 맥박을 체크했는데 이를 본 중대장이 ‘일어나, 너 때문에 애들이 못 가고 있잖아’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며 “계속 A훈련병이 일어나지 못하자 조교 중 한 명이 열사병 키트로 추정되는 것을 처치했으나 차도가 없었고, 결국 부축해 신교대 의무실로 데려갔다”고 설명했다.

숨진 훈련명의 의무기록 공개하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왼쪽). / 연합뉴스

또 “속초의료원에 도착한 뒤 중대장이 A훈련병 어머니에게 전화로 말한 바에 따르면, A훈련병이 후송 중 의식을 찾았을 때 했던 말은 ‘본인 이름, 몸에서 불편한 점, 그리고 죄송하다는 말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의무기록 / 군인권센터 제공

군인권센터는 얼차려를 지시한 중대장이 ‘선탑’(군 차량을 운행할 때 운전병 옆에 간부가 탑승해 상황을 통제하는 것)해 훈련병을 후송하는 과정에서 가혹행위에 관한 상황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중대장이 군의관과 최초 이송된 속초의료원 등 의료인과 주변 간부들에게 상황을 축소해서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문제 제기다. 군인권센터는 “경찰은 중대장이 가혹한 얼차려를 강제했다는 사실관계를 의료인 등에게 정확하게 진술했는지 면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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