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1편에서 살펴본 다양한 조사 결과를 통해 일하고 싶다는 욕구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푸르메소셜팜·무이숲의 장애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내가 잘할 수 있어서’ 일을 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도 볼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 발달장애 청년들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필요한 일터는 어떤 곳일까요? 푸르메소셜팜과 무이숲은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을까요?

푸르메소셜팜․무이숲 장애직원에게 나타난 긍정적 변화는?

푸르메소셜팜과 무이숲은 장애 직원에게 긍정적인 사회 경험을 제공하는 ‘장애 직원 중심의 작은 사회’로 나타났습니다. 직장 내에서 다수(장애 직원 55명, 비장애직원 17명)를 차지하는 만큼 장애 직원 중심의 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장애 직원 간 대화와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서로 업무 경험을 공유하며 학습하기에 사회성과 직무능력이 크게 향상했습니다. 또한 비장애 직원과 근로지원인이 함께 일하며 관계를 확장하고, 사회생활을 배우는 일터입니다. 일과 후 진행되는 여러 프로그램은 동료 간의 친밀도를 높였고 커뮤니티 형성에 영향을 줬습니다.

▲ 푸르메소셜팜의 문화적 특성 분석 결과. ⓒ푸르메재단

개인별 변화도 눈에 띄었습니다. 비장애 직원과 보호자들은 장애 직원들이 업무를 통해 소근육 발달과 체력 향상 등 신체기능이 향상되고, 대인관계, 경제관념, 사회성 등이 향상됐다고 답했습니다. 장애 직원들 스스로는 자립성이 높아지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큰 변화로 꼽았습니다. 동료와 함께 일하는 것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고, 일하는 것에 뿌듯하고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본 가족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통해 보람을 느끼며, 동료와 팀워크를 맞춰 일하는 것에 만족감을 얻는다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 푸르메소셜팜과 무이숲 장애직원들의 업무 모습. ⓒ푸르메재단

이런 변화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농장의 특성상 업무를 오랜 시간 반복해서 할 수 있었던 것, 근로지원인들이 장애 특성에 맞춰 헌신적으로 업무를 지원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의 적극적인 상호작용도 자립 의지를 높이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 결과만 보더라도 푸르메소셜팜과 무이숲은 발달장애인 일자리로서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이 함께 어울려 일하는 환경은 장애 직원들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데 좋은 영향을 주고 있었고요. 업무 외적 성장과 자립성 향상을 위해 운영하는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은 직원들의 사회성 발달에 큰 역할을 하면서 보호자들에게 더 큰 호응을 얻고 있었습니다.

▲ 푸르메소셜팜의 교육․문화 프로그램. ⓒ푸르메재단

긍정적인 결과 속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베이커리카페 무이숲의 경우,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상대하는 카페의 특성상 장애 직원의 업무에 한계가 있어 직원 스스로 부족함이나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고객이 몰릴 때는 음료 제조 업무를 전부 소화하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지요. 일부 직원은 계산과 서비스 업무에서 어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업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관리자들이 고심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반면 같은 무이숲 내에서도 제빵을 맡은 베이커리부의 상황은 달랐습니다. 동료들끼리 일할 수 있는 정해진 공간에, 숙련도를 높일 수 있는 반복적인 업무가 많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직무여서 장애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평가가 푸르메재단에 주는 의미는?

발달장애 직원 전체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던 이 설문조사가 푸르메재단에는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사전에 일본이나 유럽 등에서 비슷한 사업모델의 성공을 확인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도입하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큰 부담을 안고 시작했습니다. 국내의 어느 전문가에게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얻지 못한 채 시작한 것도 불안 요소였습니다.

우리가 믿었던 것은 네덜란드와 일본의 사회적 농장에서, 케어팜에서 만난 장애인들의 행복한 표정과 당당한 태도였습니다. 그리고 3년여간 푸르메소셜팜을 운영하며 마주한 장애 청년들의 변화된 표정과 태도에서 때때로 그때 그 장애인들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아직 중간평가에 불과하지만, 이 설문조사를 통해 장애인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푸르메재단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복지적 측면에서 어느 정도 성공적인 모델을 구축했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부족한 점을 잘 보완하고 장점을 더 발전시켜 나간다면 지속가능한 발달장애 청년 일터를 가꿔나갈 수 있다는 확신도 생겼습니다. 앞으로도 발달장애 청년들이 원하는 일을 하며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일자리 모델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위 글은 비영리공익재단이자 장애인 지원 전문단체인 ‘푸르메재단’의 글입니다.(☞ 바로 가기 : http://purm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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