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사진=넷플릭스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사진=넷플릭스

사이비 종교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교회 등 종교시설·단체와의 접촉을 피하고 최대한 거리를 두려는 ‘교회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다.

이 같은 ‘교회 포비아’가 확산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이비 종파가 겉으로는 개신교 계열인 것처럼 자신들을 포장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나는 신이다’에서 주로 다뤄진 JMS(기독교복음선교회)의 신자들은 정명석을 ‘목사’로 칭한다. 또 만민중앙교회의 이재록 역시 목사로 불린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신학과 교수는 “사이비 종교들 대부분이 ‘교회’라는 이름으로 미디어에 노출되니 비개신교인이 볼 때는 구분하기 쉽지 않다”며 “개신교 교단 수는 파악이 안 될 정도로 많기 때문에 사이비 종교에서 교회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개신교 전체에 대한 거부반응을 드러내는 비종교인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20대 직장인 조모씨는 “무교인지라 원래 종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데 미디어를 통해 사이비 종교를 접하고 나니 ‘교회’라는 이름을 보면 혹시 저기도 사이비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종교인과 비종교인 사이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20대 남성 김모씨는 지난 11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친구 A씨와 말다툼을 했다. 김씨가 일요일에 교회에 가야 한다고 말하자 A씨가 “‘나는 신이다’ 못 봤냐”며 자신은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싫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모든 교회 신자들이 사이비 종교 신자와 같다고 치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대부분 개신교인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대학생 박모씨(21)는 지난 12일 지하철에서 ‘나는 신이다’를 언급하며 교회를 욕하는 중년 남성을 목격했다. 박씨는 “남들에게는 내가 다니는 교회가 사이비와 별반 다르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교회를 다닌다는 이유로 같이 욕을 먹는 게 억울했다”고 말했다.

특히 사이비 종교 상당수가 대학생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포교 활동을 벌이기 때문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세대를 다니고 있는 정모씨(20)는 “나는 신이다 이후 사이비 종교에 대한 말들이 나오면서 내가 가입하려는 동아리에도 사이비 종교 신도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 개신교 동아리 회장을 맡은 최모씨(21)는 “사이비 포교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우리 단체는 학원복음화협의회에 정식 등록된 단체라고 홍보한다”며 “안전한 단체는 학교나 협의회 측에서 인증하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서울 소재 모 대학의 커뮤니티에는 교내 기독교 동아리가 사이비 동아리가 아닌지 걱정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사진=에브리타임 갈무리
지난 12일 서울 소재 모 대학의 커뮤니티에는 교내 기독교 동아리가 사이비 동아리가 아닌지 걱정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사진=에브리타임 갈무리

일부 종교재단 대학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숭실대에서는 개신교 관련 동아리에 ‘전도 허가증’을 부여한다. 학교가 관리하는 안전한 개신교 동아리라는 것을 인증하기 위해서다. 숭실대 관계자는 “학기마다 허가증을 새롭게 만들어 배포하고 일반 학생들에게도 허가증을 가지고 있는 곳은 학교가 인증한 단체라고 안내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의 경우 채플 첫 시간을 이용해 사이비 종교 포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와 관련, 탁 교수는 “사이비 종교들은 교리나 정체성을 위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해당 단체에 대한 문제는 없는지 사전 확인 작업을 거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개척교회 목사 정모씨(58)는 “사이비 종교 대부분이 교회에서 파생돼 나온 것이기 때문에 기독교 전체의 문제라는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교회가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자성과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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