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성전환자를 조롱하는 듯한 음성이 유출돼 파장이 일고 있다.

18일(현지시각) 영국 성 소수자 매체 ‘핑크뉴스’는 수낵 총리가 지난 5일 ‘1922 위원회’(보수당 선거를 주관하는 평의원 모임) 파티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성전환자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 파일을 단독 입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은 파티의 한 참석자가 휴대폰을 들고 촬영한 것이다. 촬영된 영상은 아래를 비추고 있어 사람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수낵 총리의 음성만 담겼으나 발언의 수위는 높았다. 그는 에드 데이비 자유민주당 대표를 언급하며 “데이비가 사람들에게 ‘여성이 남성 성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납득시키느라 바쁜 모습을 여러분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수학 의무교육 연령 확대’ 정책을 언급하며 “여러분은 모두 내가 18세까지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알 텐데, (데이브에 따르면) 이제 우리는 생물학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비꼬았다.

데이비 대표는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성전환자 차별에 대해 “공감을 바탕으로 한 성숙한 토론이 필요하다”며 성전환자 권리를 옹호하는 주장을 폈다. 수낵 총리는 이 방송을 언급하며 정치적 상대편인 데이비 대표를 향해 농담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총리가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성전환자를 소재로 차별적 발언을 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파티에는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 조니 머서 보훈장관 등 보수당 저명인사 100여명이 참석했다.

해당 발언 이후 장내에는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눈에 띄게 불편해하는 참석자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보수당 의원은 핑크뉴스에 “그 어떤 소수자에게도 타자화는 절망적”이라며 “평등법에 의해 보호된 이들에 대한 차별을 멈추고, 그들을 경시하거나 악마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수낵 총리는 앞서 ‘성별’에 대한 평등법의 정의를 ‘생물학적 성별’로 개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선천적 성별을 강조해왔다. 올해 1월에는 16세 이상 성전환자가 본인 선택만으로 법적 성별 정정이 가능하게 한 스코틀랜드 의회의 ‘성 인식 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논란이 되자 수낵 총리의 대변인은 “농담의 대상은 데이비 대표였으며, 논평의 일반적인 어조는 총리가 이전에 했던 발언과 다르지 않았다”며 “특정 집단이 아니라 정치적 상대를 겨냥한 농담”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영국 최대 성 소수자 인권단체 스톤월의 낸시 켈리 변호사는 “총리가 의회 동료들 앞에서 성전환자를 조롱하기로 선택한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실망스럽다. 총리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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