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팀(One Team)의 가치는 통산 타율 3위 FA 100억 타자도 예외가 없었다.

의문이 컸던 박건우(33)의 1군 엔트리 말소 배경은 결국 ‘원 팀’에서 벗어나는 자의적인 교체 요청이 원인이었다. 그리고 강인권 NC 다이노스 감독은 ‘원 팀’으로서의 기준과 가치를 위해, 팀을 위해 박건우를 제외하는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KBO리그 통산 타율 3위에 올라 있는 베테랑 외야수, 그리고 2022시즌 6년 100억원이라는 대형 FA를 맺고 팀에 합류한 팀 OPS 1위, 팀 타점 공동 1위 선수였지만 예외는 없었다. 박건우가 4일 1군 엔트리에서 전격 말소되면서 많은 이의 관심이 쏠렸지만 강인권 NC 감독은 그 결정에 대해 더 담담하게 배경을 전했다.

 원 팀의 가치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다. 사진=김영구 기자
원 팀의 가치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다. 사진=김영구 기자

4일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이 고척 NC-키움전을 앞두고 쏠린 수십명의 취재진 앞에서 강인권 감독은 못내 부담스러운 기색이 있었지만 “너무 크게 확대 해석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강 감독은 ““지난주 경기를 하면서 박건우 선수가 여기저기 조금 불편함을 호소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다만 고참으로서 ‘실력뿐만이 아니라 또 갖춰야 할 덕목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강 감독은 “항상 말씀드렸듯이 ‘원 팀(One Team)’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될 수 있으면 안 하기를 바랐다. 또 내가 그런 방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박건우 선수한테 아쉬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아쉬움을 느낀 배경은 지난 2일 수원 KT 위즈전이 결정적이었다. 강 감독은 “결정적인 건 일요일이었겠죠”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꺼렸는데, 이날 박건우는 멀티히트를 기록한 이후 8회 말을 앞두고 교체됐다. 이 때 박건우가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교체를 요청했고 이 과정이 ‘원 팀 정신’에 어긋났다는 것이 강 감독의 지적이었다.

실제 NC는 2일 경기 전까지 최근 10경기에서 1승 1무 8패의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었던 상황으로, 박건우가 교체를 요청한 시점 NC는 0-1로 불과 1점 차 뒤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런 팀이 힘든 접전 상황 후반에 큰 부상이 아니라면 팀의 핵심 선수가 먼저 교체를 요청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나 팀의 문화 차원에서나 매우 보기 힘든 장면이다.

또한 이번 엔트리 말소 결정에는 박건우가 올 시즌 반복적으로 출장에 대한 불만과 수비 소화에 대한 고충 등을 토로했던 것도 원인이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건우가 어느덧 30대를 훌쩍 넘긴 나이이고 69경기로 팀내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경기 출전에 대한 결정은 어디까지나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내려야 한다. 베테랑이고 팀내 중심타자라고 해서 그 과정에서 선수가 자신의 입장을 내세운 ‘예외’가 벌어진다면 팀의 원칙은 와해될 수밖에 없다. 또한 선수의 상태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는 코칭스태프가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일도 요즘은 일어나기 힘들다. 결국 선수 개인의 이기심이 팀 정신보다 더 앞섰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멀티히트 후 교체 혹은 상대 선발 투수에 따라 경기에 나오지 않으려는 선수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취재진의 직격 질문에 강 감독 역시 곤혹스러워하면서도 분명한 기용의 원칙을 밝혔다.

강 감독은 “그건 선수 본인이 이렇게 (빼달라고 요청)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코칭스태프가 판단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마지막 결정은 감독이 하는 부분”이라며 “항상 컨디션이 좋다고 계속 경기를 나갈 수 있거나, 안 좋다고 항상 빠지거나 대기를 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기존에 갖고 있는 원칙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며 명확한 기준을 전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사진=김영구 기자

감독이나 코칭스태프가 결국 선수에게 끌려다닌다면 그 팀은 1군 엔트리로 대표되는, 그러나 모든 조직 구성원이 힘을 합쳐 하나의 목표로 향해가는 ‘팀(Team)’이 될 수 없다. 그저 개인만 남을 뿐이다. 강 감독은 “무슨 ‘선수 길들이기’다(라거나), 무슨 ‘기강 잡기다’라는 그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도 “항상 그랬듯이 내가 갖고 있는 원칙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는 그런 메시지라고 보면 될 것 같다”며 단호하게 팀 운영의 원칙을 전했다.

NC는 4일 경기에서도 패하면서 최근 1승 9패의 좋지 않은 흐름이 이어졌다. NC가 전반기 극적인 반등 흐름을 만들지 못하면 이번 결정에 대해 감독이 지는 부담은 늘 수밖에 없다. 그점을 고려하지 못할 이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건 결국 ‘팀 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스포츠에서의 진리, 그리고 지금 이 위기를 하나로 뭉쳐서 돌파하지 못하면 2023시즌 NC의 성공은 없다는 코칭스태프의 인식 속에 팀 내부에서 지금의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강 감독은 박건우의 1군 엔트리 등록에 대해 “내가 판단할 것이 아니라, C팀의 코치님들이 훈련과 경기를 보면서 보고해 줄 것”이라며 “또 선수들의 생각들, 우리 팀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한 번 들어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퓨처스팀 코칭스태프, 1군 선수단과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겠다는 뜻 역시 단순히 이 상황이 ‘감독 vs 선수’의 의견 충돌 구도가 아니라 팀 차원의 결정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팀 역시 위기를 극복하면 결국 기회가 온다. 강 감독은 “결국은 한 시즌에서 지금 여기(전반기 막바지)가 제일 중요한 고비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전반기 마지막 15경기가 우리 팀이 시즌 마지막에 어떤 위치에 있을까에 대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는 분명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강 감독은 “분명 선수들이 지금 열심히 잘 하고 있다는 게 눈으로 보여지고, 느껴진다. 다만 결과가 안 좋게 나오다 보니까 이런 부분들이 생기는 것 같은데 결국은 다시 선수들이 지금처럼 좋은 분위기 속에서 경기한다면 충분히 상승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사진=김영구 기자

박건우는 1106경기에서 개인 통산 타율 0.324를 기록하고 있는 KBO리그 최고의 정교한 타자 가운데 한 명이다. 통산 타율에서 현역 선수 가운데선 키움 이정후(0.339)에 이은 2위, 역대 선수 기준으로는 故 장효조(0.330, 전 삼성)의 다음인 3위에 위치해 있다. 박건우가 KBO리그에서 활약하며 쌓은 커리어는 그만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 그의 커리어 종장에는 그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위치에 설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상황은 소모적이고 불필요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선수 개인 역시 ‘워크에식’ 이슈가 왜 자신을 계속 따라다니는지를 보다 ‘성숙한 생각’으로 자각한다면 개선의 여지도 생긴다.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또한 비난이나 비판이 따를 일도 아니다. 그저 조직의 결정일 뿐이고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변화가 이어진다면 더 위대한 결과가 도출 될 수 있다.

“박건우 선수가 조금 더 성숙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또 우리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지 않나. 박건우 선수를 보고 야구하는 친구들도 있고 분명히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그 정도 마음을 갖고 (야구를) 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을 갖고 있다.”

강 감독의 마지막 당부에도 이미 경험한 이들의 깊은 혜안과 더 큰 기대가 담겨 있다. 그 마음을 곡해하거나 왜곡해서 해석하는 건 결국 팀보다 위대해질 수 없는 초라한 개인을 남길 뿐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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