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비가 15년 태극마크의 마침표를 찍었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5일(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김나지움에서 열린 북한과의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93-63 승리,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은 대한민국 여자농구에 있어 특별한 하루였다. 15년간 태극마크를 품고 국제대회에서 활약한 김단비가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를 치렀기 때문이다. 그의 마지막이 항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이었다는 것 역시 특별함을 더했다.

 김단비가 15년 태극마크의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김단비가 15년 태극마크의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김단비는 이번 대회 전부터 조금씩 은퇴를 언급했다. 이미 지난 농구월드컵 때부터 마음속에는 항상 ‘마지막’이라는 다짐을 해오고 있었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면서 국가대표 커리어도 1년 늘었다. 그러나 그는 매번 같은 모습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긴 기다림 끝, 김단비에게 15년 국가대표 커리어의 마지막 경기가 찾아왔다. 운명의 장난인지 모르겠으나 그 상대는 북한이었다. 그리고 김단비는 최고의 모습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김단비는 북한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21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했다. 특히 40-40으로 맞선 3쿼터부터 신들린 득점 세례를 퍼부으며 북한의 의지를 꺾었다. 박진아를 상대로 성공시킨 롱-3점은 하이라이트였다.

지난 일본과의 4강전 참패의 아쉬움을 잠시나마 잊게 한 활약이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김단비가 얼마나 무서운 선수인지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그렇게 획득한 동메달은 농구에서 나온 유일한 메달. 특별한 선수에게 찾아온 특별한 순간이었다.

김단비는 대한민국 여자농구의 마지막 전성기부터 쇠퇴기를 모두 겪은 선수다. 2009년 동아시아 농구 선수권 대회에서 데뷔한 후 2012년 외 매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어왔다.

 2016년 당시 김단비는 강아정과 함께 최고의 쌍포로 활약했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2016년 당시 김단비는 강아정과 함께 최고의 쌍포로 활약했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국가대표 데뷔 시기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여자농구는 국제 경쟁력이 있었다. 그러나 영광의 세대가 점점 떠났고 김단비는 홀로 남아야 했다. 박지수, 박지현 등 새로운 황금 세대가 등장했지만 중국, 일본과의 차이는 유망주들의 성장 속도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졌다. 김단비는 4강서 성사된 한일전 대패 후 “나는 일본에 역전당한 선수”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랜 시간 국가대표팀을 지켜오면서 가졌던 책임감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한마디였다.

김단비의 잘못은 없다. 그저 현실에 안주하고 또 체념한 채 스스로 포기한 대한민국 농구계의 잘못일 뿐이다. 그는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최선을 다했다. 그런 김단비에게 중국과 일본에 밀린 선수라고 비난할 사람은 없다.

대한민국 농구 국가대표 선수라는 건 이제는 영광은 없고 상처만 남는 위치일 뿐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의 부족한 지원은 중국과 일본은커녕 가난한 몇몇 아시아 및 아프리카 국가와 비교해야 할 수준이다. 가장 기본인 재정이 부족하니 할 수 있는 일도 의지도 없다. 그렇게 퇴보했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당연히 없다. 중국과 일본에 밀리는 건 안타까운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대한민국 농구는 멸망 직전의 나라와 같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김단비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를 지켜본 수많은 사람 중 하나로서 자랑스럽고 또 고마울 뿐이다.

대한민국 여자농구의 역사에 있어 가장 힘든 시기에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선수. 그러면서도 수많은 국제대회 출전권을 가지고 왔던 영웅. ‘국가대표 김단비’를 떠올릴 때가 된다면 모든 사람은 그를 이렇게 평가할 것이다.

 김단비는 대한민국 여자농구의 마지막 전성기부터 쇠퇴기를 모두 겪은 선수다. 2009년 동아시아 농구 선수권 대회에서 데뷔한 후 2012년 외 매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어왔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김단비는 대한민국 여자농구의 마지막 전성기부터 쇠퇴기를 모두 겪은 선수다. 2009년 동아시아 농구 선수권 대회에서 데뷔한 후 2012년 외 매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어왔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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