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매치업으로 확정됐다.

시즌 개막일에 누군가 두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맞붙는다고 말했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그만큼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매치업이 성사됐다.

경기 내용도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명승부가 나올지 지켜보자. 119회를 맞이하는 월드시리즈는 28일(한국시간)부터 7전4선승제로 진행된다.

 그것이 다가온다. 사진=ⓒAFPBBNews = News1
그것이 다가온다. 사진=ⓒAFPBBNews = News1

와일드카드의 반란

이번 월드시리즈는 와일드카드 끼리의 대결이다. 월드시리즈서 와일드카드 팀끼리 격돌하는 것은 2002(샌프란시스코 vs 에인절스) 2014(샌프란시스코 vs 캔자스시티) 시즌에 이어 세 번째다.

1995년 와일드카드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이 둘을 포함해 16개 와일드카드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지금까지 총 일곱 팀이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여덟 번째 와일드카드 우승팀이 탄생할 예정이다.

 애리조나는 84승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애리조나는 84승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애리조나는 84승에 그쳤음에도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흔히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90승을 넘기지 못했음에도 결승 무대에 올랐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90승을 넘기지 못하고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은 2021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201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상 88승) 2000년 뉴욕 양키스(87승) 1987년 미네소타 트윈스(85승), 그리고 200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83승을 기록하고도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텍사스는 와일드카드 취급이 조금 억울할 수도 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90승으로 동률을 이뤘지만, 시즌 상대 전적에서 밀려 와일드카드로 밀려났기 때문. 이들은 그 아쉬움을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제대로 풀었다.

두 팀의 이번 시즌 승률을 모두 합치면 53.7%. ‘Opta STATS’에 따르면, 이는 미국 4대 프로스포츠(MLB, NBA, NFL, NHL) 결승 매치업중 1991년 스탠리컵 결승(피츠버그 펭귄스 vs 미네소타 노스 스타스, 48.8%) 다음으로 낮은 승률이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또한 양 리그 서부 지구 팀간의 대결이기도 하다. 서부 팀간의 월드시리즈는 다저스와 휴스턴이 맞붙은 지난 2017년 이후 처음이며 이번이 통산 여덟 번째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안다고…

양 팀 모두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언더독’으로 평가받았지만, 그렇다고 경험자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월드시리즈 경험자들이 제법 있다.

텍사스에서는 아롤디스 채프먼, 네이던 이볼디, 맥스 슈어저, 코리 시거, 윌 스미스가 월드시리즈 출전 경험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었다.

2019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맥스 슈어저는 “꿈에서 깨지 말고 계속 즐기라는 조언을 해주고싶다. 지금은 일생일대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다. 가능한 즐길 수 있을만큼 즐기고 클럽하우스에서는 긴장을 풀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텍사스 우완 슈어저는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자다. 사진(美 알링턴)=ⓒAFPBBNews = News1
텍사스 우완 슈어저는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자다. 사진(美 알링턴)=ⓒAFPBBNews = News1

텍사스의 1차전 선발 네이던 이볼디는 이번 선발 등판이 특별한 의미가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인 2018년 LA다저스와 월드시리즈에서 연장 12회 등판, 6이닝 2실점(1자책) 역투를 했음에도 끝내기 홈런을 맞으며 아쉬움을 남겼던 그는 이번에는 첫 월드시리즈 선발 등판을 갖는다. 그는 “월드시리즈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1차전에서 팀을 위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많은 부담이 따르지만, 동시에 엄청 신나는 일이기도 하다”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애리조나에는 에반 롱고리아, 그리고 라이언 톰슨이 월드시리즈 경험이 있다. 롱고리아는 2008년, 톰슨은 2020년 탬파베이 유니폼을 입고 월드시리즈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톰슨이 월드시리즈를 치른 곳은 이곳, 글로브라이프필드였다. 3년전 아픔이 남아 있는 그곳에서 경기를 치른다.

토리 러벨로 애리조나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는 동료들에게 어떻게하면 릴렉스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것을 예상해야하는지를 말해줄 수 있는 선수”라며 롱고리아의 존재감에 대해 말했다.

채프먼 롱고리아 시거 톰슨 네 선수는 양 리그 대표로 모두 월드시리즈를 경험한 선수가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단 188명의 선수만이 누린 특권이다. 슈어저와 스미스는 최소 세 팀에서 월드시리즈를 경험한 43, 44번째 선수가 될 예정이다.

그에게서 전 감독의 향기가 난다

제프 배니스터 애리조나 벤치코치는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텍사스 감독을 맡은 경험이 있다. 2015, 2016 두 차례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고 2015년에는 올해의 감독에 선임됐다. 이번에는 상대 팀 코치로 알링턴을 찾았다.

러벨로는 배니스터에 대해 “우리 팀의 문화를 바꾼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내 감독 경력에서 가장 좋았던 일은 그를 만난 것이다. 그동안 나는 나를 가르쳐주고 이끌어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배니스터는 모든 방면에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팀 문화를 바꿨고 도움을 준 사람이다. 그는 내 빈틈을 메워줬다. 가끔은 나보다 더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말을 이었다.

 배니스터는 애리조나 코치로 텍사스를 찾는다. 사진(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배니스터는 애리조나 코치로 텍사스를 찾는다. 사진(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그는 “다시 감독 기회를 얻을 것 같은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배니스터를 꼽을 것이다. 그는 다른 기회를 얻을 자격이 있다”며 배니스터가 다시 감독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텍사스는 지난 시즌 임시감독을 맡았던 토니 비즐리가 팀의 3루코치로서 여전히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브루스 보치 텍사스 감독은 “처음에는 그를 잘 몰랐는데 그사람과 친한 친구가 내게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 정말 좋은 야구인이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팀에서 인기가 많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래서 그와 만남을 기대했다. 그리고 그 설명이 옳았음을 깨달았다”며 비즐리에 대해 말했다.

감독 매치업

애리조나의 토리 러벨로와 텍사스의 브루스 보치, 두 감독의 경력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차이다. 보치는 이번이 메이저리그 감독으로 일하는 26번째 시즌이다. 세 개의 우승 반지를 갖고 있는 그는 이번에 다섯 번째 월드시리즈를 치른다. 그렇다고 러벨로가 경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로 애리조나 감독으로서 일곱 번째 시즌이다. 팀의 암흑기를 이끌어온 그는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지난 2019년 샌프란시스코 감독으로서 마지막 애리조나 원정경기에서 작별인사를 하는 보치의 모습. 사진=ⓒAFPBBNews = News1
지난 2019년 샌프란시스코 감독으로서 마지막 애리조나 원정경기에서 작별인사를 하는 보치의 모습. 사진=ⓒAFPBBNews = News1

두 감독은 보치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을 맡았을 때 같은 지구에서 자주 만났다.

러벨로는 “그와 한 건물에 같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겸손해진다”며 보치를 상대 감독으로 만난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보치 감독은 경기가 어덯게 진행되는지를 본능적으로 파악하시는 분”이라며 노감독을 높이 평가했다.

보치도 “러벨로는 경기를 아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가 준비된 감독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팀을 위해 정말 잘해주고 있다. 애리조나는 허슬플레이를 하며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하고 작은 것들을 잘하는 팀이다. 러벨로가 그런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며 상대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러벨로는 보치가 샌프란시스코 감독 자리에서 은퇴하던 지난 2019년 식전행사에서 보치에게 직접 선물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보치 감독에게 선물을 주면서 ‘상대해서 큰 영광이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더니 그가 ‘나는 이제 피곤하다. 다음에 또 다시 상대하면 나에게도 큰 영광일 것’이라고 답했다”며 당시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는 현실이 됐다.

김재호 MK스포츠 기자(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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