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판곤 감독이 말레이시아 대표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김판곤 감독이 말레이시아 대표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김판곤 감독은 2022년 1월을 끝으로 대한축구협회를 떠나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다
▲ 김판곤 감독은 2022년 1월을 끝으로 대한축구협회를 떠나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다

▲ 김판곤 감독이 말레이시아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DB
▲ 김판곤 감독이 말레이시아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조호르(말레이시아), 박대성 기자] 김판곤 감독은 2018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을 역임해 파울로 벤투 감독을 선임했다. 벤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뒤 붙었던 물음표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설명했고, 체계적인 ‘프로세스’ 아래 월드컵 16강 진출 토대를 만들었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직도 함께하며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다. 전 세계 어떤 팀과 붙어도 주도적인 축구를 하겠다는 철학 아래 2022년까지 행정으로 한국 축구를 뒤에서 보살피며 도왔다. 하지만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이후 협회에 변화 기류가 감지됐고, 2022년 1월 말레이시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한국 축구와 작별했다.

김판곤 감독이 말레이시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말레이시아 대표팀은 좀처럼 패배하지 않는 팀으로 재조립됐다. 2022년 3월부터 현재까지 17경기에서 5패밖에 없었다는 게 주목할 만한 성과. ‘AFF 챔피언십(AFF 미츠비시 일렉트로닉 컵)’ 플레이오프에선 홈에서 동남아시아 최고의 팀 중 하나인 태국을 1-0으로 제압하기도 했다.

■ 카타르 아시안컵 E조, 한국과 만나는 ‘김판곤의 말레이시아’

▲ 말레이시아는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릴 '2023 AFC 아시안컵' E조에서 한국을 만난다 ⓒ대한축구협회
▲ 말레이시아는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릴 ‘2023 AFC 아시안컵’ E조에서 한국을 만난다 ⓒ대한축구협회

▲ 대한축구협회에서 일하던 시절 김판곤 감독 ⓒ대한축구협회
▲ 대한축구협회에서 일하던 시절 김판곤 감독 ⓒ대한축구협회

11월이었지만 참 덥고 습했던 날. 말레이시아에서 김판곤 감독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앞선 1부에서 짤막하게 대한축구협회와 한국 축구를 짚었다면, 이번엔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깊게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김판곤 감독에게 아시안컵 E조에서 만날 한국을 묻자 “우리가 상대가 되겠습니까”라며 너털웃음을 짓더니 “동남아시아 팀들이 E조에 있어서 클린스만 감독님께서 여기(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 오신 것 같다. 두 군데를 보시면 감을 잡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객관적인 전력 차이는 컸지만, 축구공은 둥글기에 신명 나게 붙어볼 각오다. 행정적인 준비는 모두 마무리했다. “숙소를 포함한 전략적인 부분은 다 끝났다”던 김판곤 감독은 “한국을 포함한 상대 팀 분석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아시안컵 본선 진출이란 1차 목표는 잘 달성했다. 이젠 페스티벌이다. 가서 마음껏 강팀과 붙어보면서 우리 실력을 테스트할 차례”라며 미소 지었다.

부담을 가지진 않으면서 언더독 돌풍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한국과 함께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 김판곤 감독도 “E조 2위로 조별리그 통과가 목표다.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시안컵은 조 3위에게도 기회가 있다. 2위 혹은 3위로 아시안컵 16강에 진출한다면 말레이시아 국민들께 큰 희망을 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조별리그를 통과한다면,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만들었던 동남아 역사를 재현해보고픈 꿈도 있다. 토너먼트에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기에 16강을 넘어 8강까지 그려볼 김판곤 감독이었다.

“일단 아시안컵 16강에 진출한다면 좋다고 생각한다. 박항서 감독님께서 지난 아시안컵 8강에 가시지 않았냐. 한국 축구를 동남아시아에 널리 알리는데 크게 기여하셨다. 우리도 8강까지 간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신태용 감독님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대표팀도 본선에 갔다. 박항서 감독님께서 만드신 업적을 우리가 다시 해낸다면 좋은 모습이 될 것이다. 큰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낸다면 한국 지도자 이미지, 나아가 후배들에게 더 좋은 길을 열어 줄 수 있다. 이런 흐름이 계속 지속됐으면 좋겠다.”

■ 한국의 월드컵 16강, 말레이시아는 어떤 레벨까지 만들고 싶은가?

▲ 김판곤 감독이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다
▲ 김판곤 감독이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다

김판곤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에서 행정직으로 한국 축구에 이바지했다. 직접 선임했던 벤투 감독과 함께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원정 16강 진출을 해냈다. 벤투 감독의 뚝심있는 지도력과 선수들의 헌신이 가장 큰 이유지만, 김판곤 감독이 강조한 ‘프로세스’와 ‘주도적인 축구’도 한몫을 했다.

대한축구협회를 떠나 말레이시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도 생각은 같았다. 2018년 한국 축구에 이식했던 철학을 말레이시아 대표팀에 녹여내려고 한다. 말레이시아 축구를 어떤 수준까지 끌어내고 싶냐는 질문에 “경기를 주도해야 하고 능동적으로 해야 한다”는 답에서 알 수 있었다.

김판곤 감독은 말레이시아 대표팀에 부임한 이후, 먼저 말레이시아 팀이 그동안 이겼던 방법을 분석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 팀이라 선수비 후역습을 했는데,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야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늘 경기를 주도해야 하고 능동적으로 해야 한다. 한국에서 벤투 감독과 많이 공감한 부분이다. 강팀을 만나든 약팀을 만나든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어떤 날엔 강팀과 같은 경기를 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 생각을 말레이시아 대표팀에도 똑같이 접목했고, 팀 플레이 스타일이 점점 그렇게 되고 있다. 많이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이기느냐가 중요하다. 말레이시아 팬들과 미디어도 많이 지지해주고 있어 감사하다.”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 대표팀처럼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주도적인 경기 운영 속에 조직적인 전방 압박을 주문해 상대 실수를 유발했다. “그 부분은 상당히 성공적”이라는 김판곤 감독 눈빛에서 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선수풀도 김판곤 감독 철학에 날개를 단 요소 중 하나였다. 김판곤 감독은 “이런 축구를 할 수 있는 바탕엔 혼혈 선수들과 잘 성장한 로컬 선수들이 있다. 상당히 민첩하고 기술이 좋다. 이제 동남아시아 레벨에선 큰 두려움이 없다. 최근 중국 원정에서 FIFA랭킹 80위권 티과도 이런 축구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대로 됐다. 선수들도 자신감이 붙었다. 말레이시아 축구가 앞으로도 주도적이고 도전적인 축구를 통해 이기는 방식을 추구하려고 한다”고 자신했다.

■ 대한축구협회에서 얻은 것, 말레이시아에서 그리는 ‘김판곤 드림’

▲ 김판곤 감독
▲ 김판곤 감독

김판곤 감독의 커리어는 마치 카멜레온 같다. 선수 생활을 끝낸 뒤에 중경고 코치를 시작으로 홍콩 축구와 K리그를 경험했다. 이후에 지도자 생활을 하다가 행정직을 했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과 부회장은 그간 축적한 경험을 모두 녹여낸 성과였다.

대한축구협회에서 4년간 배우고 느낀 점도 많았다. 김판곤 감독은 “협회에서 행정과 필드에서 감독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엔 인간관계와 리더십이다. 매니지먼트 스킬 중 하나다. 큰 비전을 제시하고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 등, 여러 측면에서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확고한 철학 속에 한 단계씩 밟아가는 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는 길이었다. 김판곤 감독은 “분명한 철학 아래에서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곧은 철학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밑에 인사들도 철학에 따라 배치할 수 있다. 감독직에 특별한 재능이 있으신 분도 있고, 행정직에 특출난 재능이 있으신 분도 계신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연결고리가 다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축구협회에서 행정을 하는 동안 스스로 많이 성장하고 성숙해졌다.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고인물’보다 ‘젊은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김판곤 감독은 말레이시아 대표팀에 젊은 인재를 요소요소에 둬 트렌드를 쫓아가고 있었다. “젊은 사람들과 생활을 하면 생각도 젊어지고 보는 시각도 젊어진다. 계속 젊은 사람과 소통하려고 한다”고 말한 그는 “우리 스태프 대부분은 30대 중반이고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이 50대 한 명이다. 젊은 분들이 세계적인 트렌드를 계속 찾고 추적해 내게 가져온다.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있지만,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도 진행 중이다. 지난 16일 쿠알라룸푸르 부킷 자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 2차 예선 D조 1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을 이겼다.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는 1-3으로 밀렸던 와중에도 뒷심을 발휘, 4-3 대역전승으로 홈 팬들 앞에서 환호했다.

김판곤 감독 머릿속엔 월드컵을 향한 로드맵도 있었다. “본선은 아직 무리겠지만…”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예선에서 상위 18팀 안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8팀 안에 들어간다면 말레이시아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다. 동남아시아 축구 위상도 한 단계 올릴 수 있다. 여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려던 순간, 김판곤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재직 시절 받았던 한국 축구 팬들의 사랑을 기억했고 잊지 않았다. “정말 감사했다”라던 그는 “앞으로도 한국 대표팀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협회와 선수들에게 많은 지지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미소 속에 자리를 떠났다.

▲ 김판곤 감독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대한축구협회에서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부회장직을 역임했다 ⓒ대한축구협회
▲ 김판곤 감독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대한축구협회에서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부회장직을 역임했다 ⓒ대한축구협회

김판곤 감독이 한국 축구팬들께 보내는 메시지

“한국 축구 팬분들께서 저와 우리가 했던 일들을 정말 많이 지지해주셨다. 대한축구협회에 있는 동안 너무도 감사했다. 앞으로도 한국 대표팀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많은 지지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협회에도 많은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한다. 여기에 우리 말레이시아 대표팀도 응원해주시면 좋은 결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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