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국, 장정석 ⓒ곽혜미 기자
▲ 김종국, 장정석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당장 구속은 피했지만 완전히 불씨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국(51) 전 KIA 타이거즈 감독과 장정석(51) 전 KIA 단장이 구속을 모면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배임수재 혐의를 받는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유창훈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면서 “금품수수 시기 이전의 구단에 대한 광고 후원 실태와 후원업체의 광고 후원 내역, 시기 등 일련의 후원 과정 및 피의자들의 관여 행위 등을 살펴볼 때 수수 금품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지 여부에 관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건의 시작은 LG 트윈스 포수 박동원의 폭로에서 비롯됐다. 박동원은 2022년 5월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 히어로즈에서 KIA로 이적했다. 마침 박동원은 2022시즌을 마치면 FA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상황. 장정석 전 단장은 박동원과 비FA 다년계약을 맺기 위해 협상 테이블을 차렸고 두 차례나 ‘뒷돈’을 요구했다. 박동원은 이를 거부하면서 KIA와 비FA 다년계약을 맺지 않았고 FA를 신청, LG와 4년 총액 65억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이적을 택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박동원이 LG 이적 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를 통해 폭로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야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해 KBO 리그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찬물’을 끼얹은 파문이었다. 결국 KIA는 구단 내부에서 징계위원회를 개최했고 장정석 전 단장을 해임하기로 결의했다. 

KIA는 장정석 전 단장의 해임을 밝히면서 “구단은 최근 불거진 장정석 단장의 품위 손상 행위에 대해 KIA 타이거즈 팬 여러분은 물론, 프로야구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팬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또한 개막을 앞두고 있는 KBO 리그 전체에 누를 끼치게 돼 리그 모든 구성원분들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구단은 이번 사안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구단 임직원 및 선수단의 준법 교육에 더욱 힘쓰고,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프로야구를 사랑해 주시고 KIA 타이거즈를 응원해 주시는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라는 내용의 사과문도 발표했다.

KIA는 지난 해 정규시즌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프런트의 수장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고 심재학 단장을 새로 선임하기까지 무려 38일이라는 시간을 소요해야 했다.

▲ 김종국 전 감독 ⓒ곽혜미 기자
▲ 김종국 전 감독 ⓒ곽혜미 기자

▲ 장정석 전 단장 ⓒ곽혜미 기자
▲ 장정석 전 단장 ⓒ곽혜미 기자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김종국 전 감독이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KIA가 장정석 전 단장의 ‘뒷돈 요구 파문’ 악몽에 시달린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검찰은 장정석 전 단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KIA 구단을 후원하는 한 커피 업체로부터 김종국 전 감독이 1억원대, 장정석 전 단장이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는 지난 29일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에 대해 “KBO의 수사의뢰 사건 및 해당 사건 수사 중 추가로 확인된 배임수재 등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KIA도 결단을 내려야 했다. KIA는 지난 28일 “김종국 감독을 직무정지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라면서 “지난 25일 김종국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27일 김종국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다. 구단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라고 김종국 전 감독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취한 뒤 29일에는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해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해지 결정을 내렸다”라고 밝히면서 김종국 전 감독과 결별을 선언했다.

KIA는 김종국 전 감독과 계약해지를 알리는 한편 사과문도 발표했다. “구단은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김종국 전 감독과 면담을 통해 즉시 사실 관계를 빠르게 파악하고자 했다. 또한, 수사 결과와 관계 없이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된 이상 정상적인 시즌 운영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KIA 타이거즈는 이번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또한, 향후 구단 운영이 빠르게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다. 프로야구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팬 여러분께 불미스러운 일을 전해드리게 되어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라는 내용이었다.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3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두했다. 오전 9시 50분경에 먼저 도착한 장정석 전 단장과 10시경에 모습을 드러낸 김종국 전 감독 모두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취재진은 “혐의를 인정하느냐”, “뒷돈을 받은 것이 사실이냐” 등 금품수수 혐의와 관련한 질문을 했지만 두 사람 모두 묵묵부답이었다.

이는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취재진은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온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에게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 “뒷돈을 받은 혐의 인정하느냐”, “팬들에게 하실 말씀은 없냐” 등 질문을 했지만 이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차량에 탑승해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이들은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구치소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 김종국 전 감독 ⓒ곽혜미 기자
▲ 김종국 전 감독 ⓒ곽혜미 기자

▲ 장정석 전 단장 ⓒ곽혜미 기자
▲ 장정석 전 단장 ⓒ곽혜미 기자

당장 구속은 피했지만 아직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하고 영장 재청구 또는 불구속 기소 등 수사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야구계는 여전히 큰 충격에 빠져있다. 김종국 전 감독은 1996년 해태 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즈)에 입단해 2010년 KIA에서 은퇴하기까지 한 팀에서만 뛴 ‘원클럽맨’으로 개인 통산 1359경기 타율 .247 66홈런 429타점 254도루를 기록했으며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삿포로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 KIA에서만 코치직을 수행한 김종국 전 감독은 2022시즌에 앞서 KIA의 제 10대 감독으로 선임됐고 감독 데뷔 첫 시즌에 팀을 가을야구 무대로 이끌었지만 지난 해에는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계약해지로 물러나면서 야구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장정석 전 단장은 1996~2004년 현대 유니콘스와 KIA 등에서 뛰면서 개인 통산 580경기 타율 .215 7홈런 75타점 19도루를 기록하며 선수로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구단 프런트로 변신해 1군 기록원, 매니저, 운영팀장 등 역임했고 2017~2019년 키움의 사령탑을 맡아 201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끄는 등 능력을 인정 받았다. 2020~2021년에는 해설위원을 맡아 팬들과 소통한 장정석 전 단장은 2022년 KIA 단장으로 선임되면서 FA 영입과 트레이드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뒷돈 파문’으로 불명예 퇴진을 하고 말았다.

KIA 선수단은 사령탑의 부재 속에서도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1차 스프링캠프지인 호주 캔버라로 향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는 선수 47명이 참가한다. 투수는 곽도규, 김기훈, 김대유, 박준표, 양현종, 유승철, 윤영철, 윤중현, 이의리, 이준영, 이형범, 임기영, 장민기, 장현식, 전상현, 정해영, 최지민, 황동하, 조대현, 김민주, 윌 크로우, 제임스 네일 등 22명이, 포수는 김태군, 주효상, 한승택, 한준수 등 4명이, 내야수는 고명성, 김규성, 김도영, 김선빈, 박민, 박찬호, 변우혁, 서건창, 오선우, 윤도현, 이우성, 정해원 등 12명이, 외야수는 고종욱, 김석환, 김호령, 나성범, 박정우, 이창진, 최원준, 최형우, 소크라테스 브리토 등 9명이 이름을 올렸다.

스토브리그에서 착실한 행보를 보이며 올 시즌 성적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KIA. KIA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포수 김태군과 3년 총액 25억원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FA를 신청한 외야수 고종욱과 2년 총액 5억원에 계약을 맺었고 생애 두 번째 FA 권리를 행사한 ‘원클럽맨’ 내야수 김선빈과 3년 총액 30억원에 재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베테랑 외야수 최형우와 1+1년 총액 22억원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하면서 역대 최고령 비FA 다년계약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방출선수 시장에서는 LG 유니폼을 벗고 자유의 몸이 된 내야수 서건창을 영입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연봉 5000만원, 인센티브 7000만원 등 총액 1억 2000만원의 조건에 계약을 맺은 것.

KIA는 외국인선수 영입에도 정성을 쏟았다. 일찌감치 외국인타자 소크라테스와 재계약을 마친 KIA는 새 외국인투수 크로우와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 네일과 총액 95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35만 달러, 인센티브 15만 달러, 이적료 25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이들 모두 최고 구속 153km의 강속구를 자랑하는 선수들로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경력이 있다.

그러나 KIA는 김종국 전 감독이 갑작스럽게 팀을 떠나면서 선수들이 동요할지도 모르는 위기를 맞았다. KIA의 당면 과제는 역시 새 감독 선임이다. 이미 KIA 구단은 “구단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라고 밝힌 상태다. 일단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지만 정식 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힐 수도 있다. KIA는 팀의 정상화를 위해 하루 빨리 감독 선임에 나설 계획이다.

▲ 김종국 전 감독 ⓒ곽혜미 기자
▲ 김종국 전 감독 ⓒ곽혜미 기자

▲ 장정석 전 단장 ⓒ곽혜미 기자
▲ 장정석 전 단장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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