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디에이고에서 가장 큰 응원을 받은 선수는 역시 김하성이었다. 김하성은 2회 첫 타석에 앞서 고척돔을 찾아온 야구 팬들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 샌디에이고에서 가장 큰 응원을 받은 선수는 역시 김하성이었다. 김하성은 2회 첫 타석에 앞서 고척돔을 찾아온 야구 팬들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 경기 전 시구자 박찬호와 인사를 나누는 김하성.
▲ 경기 전 시구자 박찬호와 인사를 나누는 김하성.

[스포티비뉴스=고척, 신원철 기자] ‘코리안 킹’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누구보다 큰 환호와 함께 고척돔에 등장했다. 경기에서는 볼넷 1개와 안정적인 수비로 견실한 경기력을 자랑했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도 안타를 친 뒤 김하성에게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다. 

김하성은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LA 다저스와 개막전에 5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신임 마이크 실트 감독이 시범경기를 맞이하면서부터 결정한 김하성의 새 임무가 바로 5번타자 유격수다. 김하성은 이 새로운 위치에서 개막전까지 치렀다. 

▲ 팬서비스에도 적극적인 김하성. 2회 공수교대 때 팬들에게 공을 던져줬다.
▲ 팬서비스에도 적극적인 김하성. 2회 공수교대 때 팬들에게 공을 던져줬다.

#샌디에이고 선발 라인업

잰더 보가츠(2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제이크 크로넨워스(1루수)-매니 마차도(지명타자)-김하성(유격수)-주릭슨 프로파(좌익수)-타일러 웨이드(3루수)-잭슨 메릴(중견수),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

5번타자로 나선 김하성은 모두 네 차례 타석에 들어서 3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4회 볼넷 출루는 샌디에이고의 추가점으로 이어졌다. 단 샌디에이고는 8회 불펜 난조와 크로넨워스의 실책에서 이어진 4실점 탓에 경기를 2-5로 내줬다.  

첫 번째 타석은 2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이었다. 마차도가 유격수 땅볼로 잡힌 뒤 김하성의 타석이 왔다. 김하성은 볼카운트 2-2에서 글래스나우의 슬라이더를 받아쳤으나 우익수 뜬공이 됐다. 

이 첫 타석에 앞서 김하성은 팬들의 함성에 헬멧을 벗어 화답했다. 이때 랜스 바크스데일 주심이 ‘운영의 묘’를 발휘했다. 피치클락이 움직이지 않도록 김하성이 팬들에게 인사하는 동안 멀쩡한 홈플레이트를 열심히 쓸었다. 주심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김하성은 스트라이크를 받고 시작할 뻔했다(실제로 지난해 코디 벨린저가 이적 후 첫 다저스타디움 경기에서 팬들의 환호에 반응하다 피치클락 위반을 지적받은 적이 있다). 

1-1로 맞선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얻었다. 김하성은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 애매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주심에게 살짝 어필하기도. 글래스나우는 이런 주심의 도움에도 제구를 잡지 못했다. 김하성은 글래스나우의 낮은 공과 높은 공을 모두 골라내고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하는 김하성.
▲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하는 김하성.

마차도와 김하성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 기회가 찾아왔다. 샌디에이고는 프로파의 기습번트 내야안타로 무사 만루 대량 득점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다음 타자 캄푸사노가 유격수 병살타를 치면서 1득점에 만족해야 했다. 이때 김하성이 3루까지 진출했지만 웨이드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샌디에이고의 공격이 끝났다. 

6회에는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2루수 땅볼에 그쳤다. 마지막 9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다저스 마무리 에반 필립스를 상대로 우익수 뜬공을 기록했다. 

수비에서는 ‘골드글러브 내야수’의 실력을 발휘했다. 김하성은 4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개빈 럭스의 안타성 타구를 아웃으로 바꿔놨다. 고척돔이 들썩거렸다. 나머지 수비 상황에서도 실책 없이 안정적으로 내야를 지켰다. 

오타니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우전안타를 때린 뒤 김하성과 마주했다. 이때 김하성을 향해 한국말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포착됐다. 오타니는 지난 2012년 서울에서 열린 18세 이하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 일본 대표팀으로 참가했다가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배웠다고. 

▲ 김하성과 오타니 쇼헤이의 만남. 오타니는 김하성에게
▲ 김하성과 오타니 쇼헤이의 만남. 오타니는 김하성에게 “안녕하세요”하고 한국말로 인사했다.

김하성은 지난달 17일 샌디에이고 스프링캠프 풀스쿼드 소집 첫날 실트 감독으로부터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다. 실트 감독과 AJ 프렐러 사장 겸 단장은 이날 잰더 보가츠에게 2루수 이동을, 김하성에게는 유격수 복귀를 알렸다. 샌디에이고 캠프를 뒤집어 놓는 큰 뉴스였다. 보가츠는 지난해 샌디에이고와 11년 2억 80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주전 유격수로 뛰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에 계약했고 그동안 유격수는 물론이고 2루수와 3루수도 해냈다.

총액 기준으로는 김하성이 보가츠의 10분의 1 몸값에 불과하지만 팀에 끼치는 영향력은 더 강했다. 김하성은 지난해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유틸리티 부문을 차지하면서 한국 최초의, 아시아 출신 내야수 최초의 골드글러브 수상자라는 영광을 안았다. 이 골드글러브는 김하성의 가치를 더욱 높여줬다. 

20개 가까운 홈런을 칠 수 있는 만능 유틸리티인데다 2024년 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 상황이라 트레이드 문의가 수도 없이 많았다고. 샌디에이고는 오프시즌 중 김하성의 트레이드를 추진했으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미루고 미뤘던 보가츠의 2루수 이동을 스프링캠프 시작과 함께 발표했다.

▲ 잰더 보가츠(왼쪽)와 김하성.
▲ 잰더 보가츠(왼쪽)와 김하성.

이 과정에는 뒷얘기가 있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의 트레이드 성사 여부에 따라 보가츠의 포지션이 달라지는 계획을 세웠다. 보가츠에게 지난해 12월 포지션 변경 가능성을 넌지시 알렸다. 김하성 트레이드가 무산되면서 보가츠에게 최종 통보가 전해졌다. 김하성은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유격수로 돌아온 김하성은 시범경기부터 펄펄 날았다. 한국 귀국 전 11차례 시범경기에서 타율 0.308에 OPS 0.926을 기록했다. 안타 8개를 쳤는데 2루타 3개 홈런 1개로 연일 장타력을 발휘했다. 한국에서 열린 서울 시리즈 스페셜게임에서는 말 그대로 주인공이었다. 17일 팀 코리아와 경기에서 4타수 1안타를 날린데 이어 18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2점 홈런을 2개나 터트렸다. 서울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더 크게 만드는 홈런이었다. 

▲김하성 ⓒ연합뉴스
▲김하성 ⓒ연합뉴스

▲ 김하성이 18일 LG 트윈스와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에서 2점 홈런 2개로 4타점을 기록했다.
▲ 김하성이 18일 LG 트윈스와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에서 2점 홈런 2개로 4타점을 기록했다.

한편 샌디에이고는 2-1로 앞서던 8회 대거 4실점하면서 역전패했다. 8회 올라온 조니 브리토가 볼넷-안타-볼넷을 차례로 내주면서 무사 만루에 몰렸다. 다저스는 키케 에르난데스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들었다. 개빈 럭스의 1루수 쪽 땅볼이 크로넨워스의 글러브를 뚫고 빠지면서 다저스가 역전에 성공했다. 여기에 무키 베츠와 오타니 쇼헤이의 연속 적시타가 나오면서 다저스가 3점 차로 앞서기 시작했다. 

샌디에이고는 8회말 선두타자 보가츠의 안타로 반격을 노려봤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9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김하성은 우익수 뜬공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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