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이솔 기자) 간절했지만 닿지 않았다. 린샤오쥔, 그리고 그를 취재하려던 기자들의 마음이었다.

11일 오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펼쳐진 KB금융 ISU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2023(이하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남자 500m 경기에서는 중국의 린샤오쥔이 기록 상 1위에 올랐다. 아니 올랐어야 했다.

– 완벽한 린샤오쥔, 부족했던 한 가지

압도적인 실력으로 1위를 차지한 린샤오쥔은 피에트로 시겔(이탈리아), 스티븐 뒤부어(캐나다, 랭킹 2위), 얀스 반트바우트(네덜란드) 니키샤 데니스(카자흐스탄, 랭킹 1위)를 모두 압살하는 섬세하면서도 예리한 스케이팅을 선보였다. 당연히 1위도 그의 차지였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바로 스케이팅 기록 측정의 필수 장비인 ‘트랜스폰더’를 착용하지 않은 것.

전자 장비인 트랜스폰더는 (쇼트-스피드)스케이팅의 ‘교통 카드’다. 내가 어디서 언제 결승선을 넘었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장비다. 당연하게 기록이 집계되지 않은 린샤오쥔은 실격 처리될 수 밖에 없었다.

ⓒMHN스포츠 이솔 기자, 인터뷰(mixed) 존

– 인터뷰 요청에 ‘양해 부탁’

‘정말 마음 아프게도’ 실격당한 린샤오쥔.

너무나도 분노해서일까? 린샤오쥔은 경기 후 인터뷰를 펼치는 인터뷰 공간(소위 믹스드 존)을 빙상장으로 착각한 듯, 바람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체감 상 그가 펼친 스케이팅보다도 빠른 속도였다.

비록 필자가 스케이팅 선수는 아니지만, 겨우 그를 뒤쫒은 필자, 그러나 인터뷰 요청에 대해 중국 팀은 양해를 구했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MHN스포츠 이솔 기자

– 감사하다, 그리고 미안하다

린샤오쥔은 빙상장 밖으로 나왔다. 본지 또한 두 번의 구애 끝에 팬들과 함께하고 있는 그와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여러 궁금증이 솟구쳤지만, 천국과 지옥을 오간 그에게 날카로운 질문은 너무나도 가혹할 법 했다.

본지는 질문 대신 오늘 정말 아쉬웠다는 위로의 한 마디만을 건넸고, 그는 웃으며 “감사하다”는 대답으로 짧은 인사를 대신 했다.

500m에서 아쉬운 실수를 펼친 데 대해 본인도 자책하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속마음은 들을 수 없었으나, 그는 본지와의 간단한 인사에 이어 웨이보 계정을 통해 중국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사진=린샤오쥔 공식 웨이보

“오늘 500m 결승선을 통과한 후 타이머를 착용하지 않아 기록 정산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금메달을 놓쳤습니다. 저를 응원해주신 빙상 팬분들, 그리고 감독-코치진에 정말 죄송하고 부끄럽습니다. 다음 대회에서는 더욱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저를 믿고 응원해주세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누구에게나 운이 없는 날은 있다. 오늘은 운이 없었을 뿐이다.

단 한 가지를 빼놓고, 린샤오쥔은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한국 선수들은 물론이고 랭킹 1-2위조차 린샤오쥔의 날 선 스케이팅을 당해내지 못했다. 

비록 지금은 적이 된 선수지만 우리나라 선수들, 그리고 전 세계가 그를 보고 배우고 있다. 언젠가는 우리나라 선수들도 그를 실력으로 넘어서서 500m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린샤오쥔’ 천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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