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 속도를 낮춰야 한다. (문)동주(20·한화 이글스)의 구종들은 다 빠르다. 타자들의 패스트볼 (타이밍)에 (체인지업이) 나가다가 걸릴 수 있다.”

지난해 프로에 데뷔한 문동주는 160km에 육박하는 빠른 강속구로 많은 주목을 받는 우완투수다. 데뷔 시즌 13경기에서 1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5.65로 가능성을 보여준 그는 올해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해 활약 중이다. 22일 기준으로 성적은 7경기(34이닝) 출전에 2승 4패 평균자책점 4.50이다.

그러나 문동주는 최근 부진에 빠졌다. 지난 13일 인천 SSG랜더스전(5-8 한화 패)에서 2.1이닝 7피안타 5사사구 7실점에 그친 데 이어 19일 잠실 LG 트윈스전(1-3 한화 패)에서도 4이닝 4피안타 4사사구 4탈삼진 3실점으로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문동주는 사령탑 최원호 한화 감독으로부터 체인지업 속도 줄이기라는 숙제를 받았다. 사진=김영구 기자
문동주는 사령탑 최원호 한화 감독으로부터 체인지업 속도 줄이기라는 숙제를 받았다. 사진=김영구 기자

다만 그는 19일 LG전에서 ‘빠른 속도의 변화구’를 구사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3회말 2사 2, 3루에서 김현수에게 6구로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149.2km가 찍힌 것.

이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서 운영하는 ‘피치트래킹시스템(PTS)으로 측정된 속도로, 공식 구속을 계측한 2014년 이후 가장 빠른 기록이다. 여담으로 이전까지 이 부문 최고 기록은 지난해 4월 3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LG 고우석이 달성한 148.2km 체인지업이다.

하지만 문동주 같은 강속구 투수에게 빠른 체인지업은 ’양 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볼의 낙폭이 크지 않다면, 패스트볼 타이밍에 맞춰 기다리던 타자들이 보다 쉽게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원호 한화 감독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20일 잠실 LG전(1-1 무승부)을 앞두고 만난 최 감독은 먼저 문동주의 체인지업 구속에 대해 “잘못 측정된 것 같다. (원래) 140km 초반 정도가 잡히는데 잘못 잡힌 것 같다. 이 (체인지업) 그립으로 150km를 어떻게 던지나”라면서도 “빠르면 140km 중반까지는 나오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최원호 감독은 문동주에게 분명한 메시지도 건넸다. 그는 “’체인지업 속도가 너무 빨라 (타자들의) 패스트볼 타이밍에 걸린다‘고 (문동주에게) 이야기했다. 그것(체인지업 속도)을 낮춰야 하는데, 여러가지 방법 중 하나는 ’똑같은 투구 폼에서 슬로우볼을 던지는 기분으로 연습 때 던져봐라‘고 했다”며 “홈 베이스 앞에 떨어지는 정도, 거리, 등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최 감독은 “저는 선수 때 그렇게 해서 재미를 봤다. 2000년대 들어가면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체인지업을 쓰기 시작했다. 저는 미국에서 배웠는데 잘 안됐다”며 “그래서 슬로우볼을 던졌는데 공도 도착 안 했는데 (타자들이) 헛스윙을 했다. 그 때부터 공이 쭉 오다가 빨리 안 도착하는 (그런) 체인지업을 던졌다”고 자신의 경험도 말해줬다.

아울러 최원호 감독은 “(이런 체인지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문동주의 구종들은) 다 빠르다. 다 빠르니 슬라이더, 체인지업이 패스트볼 (타이밍)에 나가다가 걸릴 수 있다. 유인구로 들어가면 위력적인 볼이 될 수 있는데 중앙으로 가면 (타자들에게) 걸릴 확률이 높다. 전날(19일 LG전)도 (타자들의) 패스트볼 타이밍에 (체인지업이) 가다가 맞은 것이다. 조금씩 터득해나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19일 LG전을 앞두고 선발로 출격하는 문동주에게 ’정면승부‘를 강조했다. 단 문동주는 해당 경기에서 4개의 사사구를 범하며 사령탑의 바람에 부응하지 못했다.

“말 한 번 했다고 바로 되면…”이라며 미소를 보인 최원호 감독은 “투수들은 기본적으로 코너워크를 하려는 욕구가 있다. 코너워크를 하다 보면 볼이 조금씩 빠진다. 컨트롤 좋은 투수가 투구 수가 많은 이유”라면서 “그래서 컨트롤이 떨어지는 투수들이 크게 벗어나는 볼이 있어서 그렇지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가면 투구 수가 적다. (문)동주의 볼은 좌우 무브먼트가 있기 때문에 가운데로 던져도 볼이 우타자 쪽으로 조금 휜다. 그래서 괜찮다 생각했다. 본인도 그렇게(가운데로 던지려고) 하려 했는데 조금씩 빠졌다. 그래도 지난번(13일 SSG전·2.1이닝 7실점) 등판보다는 확실히 나았다”고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문동주의 투수 경력은 많지 않다. 그는 2학년으로 광주 진흥고등학교에 재직하던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했다. 최 감독은 빠른 볼을 가진 문동주가 투수로서 경험이 더 쌓이고 제구가 안정된다면 최고 투수 반열에 오를 것이라 내다봤다.

최원호 감독은 “(문동주가) 고 2때부터 투수를 했다고 들었다. (프로에 들어와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같이 바로 잘 던지는 투수들도 있지만 많지 않다”며 “(지금은) 선발 로테이션을 건강히 도는 게 중요하다. (문동주는) 20살일 뿐이다. 안우진(키움 히어로즈)도 4, 5년 뒤에 터졌다. 건강히 로테이션을 돌고 2, 3년을 하다 보면 확실히 좋아질 것이다. 안 좋을 때 타자를 잡아내는 요령도 생길 것이다. 지금은 완전히 파워 피칭을 하고 있는데 경험을 하면 (요령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한화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최원호 감독. 사진=김영구 기자
한화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최원호 감독. 사진=김영구 기자

사령탑이 생각하는 문동주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손의 감각‘이었다. 최 감독은 이를 설명하며 자신과 1973년생 동갑인 박찬호 해설위원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박 위원은 현역시절 한국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해 124승 98패 20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36을 올린 레전드다. 일본프로야구와 KBO리그에서도 선수생활을 한 바 있다. 최원호 감독은 “(문동주의) 투수 경력이 얼마 되지 않는 것과 평균 이상의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임을 감안했을 때 습득 능력이나 (손의) 감각은 괜찮다고 평가한다”며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들이 손에 감각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힘을) 주체를 못 한다. (박)찬호도 그랬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컨트롤이 좋았는데 대학교 가서 백네트에 던지고 그랬다(웃음). 볼이 빨라지니 주체가 안 되더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박찬호가) 처음 미국가서도 구속은 160km까지 나오는 데 안 좋았다. 그런데 경험이 쌓이고 하다 보니 조금씩 잡혀나갔다. 98년 (방콕) 아시안게임을 같이 갔는데, 그 때는 볼이 매우 좋았다. (구속이) 155km가 나오는데 컨트롤이 됐다. 대만 타자들이 경기 끝나고 총 쏘는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며 “98년이니 (박)찬호가 26살일 때다. (문)동주도 2, 3년만 더 (경험을) 하면 훨씬 좋아질 것이다. 경험을 쌓는다면 20대 중반 정도에 우리나라 최고 투수 반열에 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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