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행 중에 들렀던 ‘월출산 천황사’는 월출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작지만 유명한 절입니다. 그 이유는 국립공원이란 지역 안에 있다는 점과 입장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 그리고 새로 지어진 건축물들이지만 그 역사는 신라 말에서 고려 초로 추정되는 오래된 사찰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이 글은 월출산행을 하던 중에 들러 돌아봤던 천황사를 따로 떼내어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월출산 탐방안내소 앞 주차장에 주차 후 천황 야영장을 거쳐 월출산 국립공원 천황 지구 순환코스 들머리를 통과하여 그리 오래 걷지 않아 도착하게 되는 위치다.

천황사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 천황사로 280-82

58초의 짧은 영상에 전남 여행을 하며 계획했던 월출산행 중 탐방한 월출산 천황사를 담아봤다.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대나무는 보통 습하고 온도가 높은 지역에서 잘 자라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중부 이남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데 흔히 알고 있는 대나무는 ‘왕대’이며 쿠니가 구분할 수 있는 대표적인 대나무가 왕대와 오죽 정도다. 이번 전남 여행에서 왕대를 보긴 했는데 이렇게 늘씬하고 키 큰 대나무 숲은 처음.

산을 다니며 산죽이라 부르는 대나무는 실제 이름이 ‘조릿대’라고 하는데 그건 키가 작다. 왕대도 아닌 것이 조릿대처럼 굵기가 얇고 키는 크니 어떤 종류의 대나무인지 모르겠다.

유명한 절 월출산 천황사는 신라 말에서 고려 초기에 창건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처럼 되어 이야기되지만 문헌상 혹은 어떤 기록에 의해 밝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추정이라 말해야 한다. 이유인즉 조선 선조 30년인 1597년 정유재란이 일어나 완전히 소실되어 버렸고 이후 인조 24년인 1646년에 중창된 뒤 다시 사라졌다가 영조 때 다시 중창되었을 땐 천황사가 아닌 ‘칠산사’로 개칭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인지 명확하지 않은 때에 다시 사라진 사찰이 되었고 이후 1906년 작은 건물 하나로 중창되며 천황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으니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은 사찰이라 하겠다. 그러고 보니 전남 여행을 통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역시 여행은 낯선 것을 익숙하게 혹은 몰랐던 것을 알게 해주는 힘이 있다.

이후 1947년 영암군 청년 단체에서 수련장으로 쓰던 건물을 시주하여 법당을 삼았다고 하니 참으로 궁핍한 경우다.

월출산은 그 생김새가 특이해 사람들은 매우 신령스럽게 받아들여 전해지는 말로는 99곳의 암자가 있었다고 하며 월출산 천황사는 그중 하나로 남쪽에는 무위사, 서쪽에는 도갑사 그리고 동쪽에 천황사가 호위하는 형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규모로 보자면 현재 천황사는 유명한 절이라는 꾸밈말에 비해 그저 자그마한 산사의 사찰일 뿐이다.

이후 천황사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53년 정업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며 인법당을 건립 재건한 뒤 ‘천황사’라는 이름을 공식명칭으로 널리 알리게 되었고 이후 1959년에 칠성각을 건립하며 작은 사찰의 가장 기본적인 법당이라 할 수 있는 대웅전 + 칠성각(삼성각)을 구성하게 됐다.

등산로에서 사찰 경내로 들어서며 정면에 보이는 대웅전 대웅전을 바라보며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면 정면 4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건물이 보이며 인법당이라 한다.

아래 작은 사진 2장이 정업 스님이 1953년 건립한 인법당으로 현재 종무소이며 사찰 내의 사무업무를 총괄한다.

당시 인법당에는 아미타 삼존불을 비롯해 아미타극락회상도, 관세음보살입상지도, 지장탱화, 독성탱화 등이 봉안되어 있었다고 하니 당우 하나에 여러 법당이 세 들어 사는 형국이었을 것이며 이후 칠성각을 인법당에 붙여 세웠다고 한다.

1976년 새로 부임한 이종철 주지가 계속해서 불사를 진행해 팔작지붕의 중심 법당 대웅전이 세워지면서 이전까지 법당을 역할을 하느라 팔작지붕을이고 있던 인법당의 지붕을 맞배로 격을 낮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대웅전을 바라보며 왼쪽의 정면 3칸 측면 2칸의 건물은 법당으로 보이는데 현판이 없어 외부에서는 어떤 용도의 건물인지 알 수 없다. 승방이나 요사채의 건물양식이 아닌 법당 건물양식이다. 현판이 없는 상황에서 알려면 불전을 봐야 알 수 있을 듯.

법당으로 추정되는 왼쪽에 돌계단이 보인다.

이 계단으로 쭈욱 나아가면 월출산 천황봉에 오를 수 있으며 작지만 유명한 절 천황사 탐방을 모두 마친 뒤 사찰 이행자로서의 자세에서 천황봉으로 오르는 산객의 모습으로 변신을 할 예정이다.

산사를 관리한다는 것은 자연과 어우러짐을 기본으로 하되 주변을 쳐내고 다듬는 관리라는 수행이 필요하다. 수행이라 생각하고 심신의 전력을 다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산사 생활은 심신의 고행이 될 것이고 견뎌내기 수월치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전남 여행에서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사찰 기행을 하다 보면 가끔 생각해 본다. 나라면 견뎌낼 수 있을까?

어디선가 베어낸 잔가지들이 그리 오래지 않은 듯하다.

오른쪽의 인법당, 왼쪽의 대웅전 사이 우뚝 솟은 봉우리는 월출산 국립공원의 장군봉이다.

해발 523.2m의 장군봉은 천황 지구 순환코스 등산을 하다 보면 등산로 오른쪽이며 등산 법정 탐방로는 없다.

유명한 절 월출산 천황사의 중심 법당 대웅전.

하지만 다양한 사유로 소실과 재건, 중창을 반복하며 최근에야 세운 건축물이기에 당우가 갖게 되는 역사적 의의는 없다. 하지만 현재의 건물이 세상에 나기까지의 많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역사로 담겨 있다고도 하겠다.

보통 유명한 절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규모가 크고 국보와 보물을 포함한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월출산 천황사는 주목할 만한 국보나 보물도 없고 규모도 크지 않고 건물 역시 최근에 세워졌으니 유명한 절로서 눈여겨볼 대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절이 된 것은 아마도 월출산이 지닌 아름다움과 영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불사를 통해 가장 최근에 세워진 건물이 종각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다음 불사에는 아마도 범종이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감.

대웅전, 삼성각이 세워졌고 범종각도 세워진다면 아마도 그다음은 명부전이 건축되지 않을까?

추후 어떠한 당우가 만들어지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이번 전남 여행에서 느끼는 가장 흥미로운 것.

대웅전과 함께 건축된 것인지 대웅전 이후 건축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면 3칸, 측면 1칸, 맞배지붕의 삼성각이 장군봉을 배경으로 멋지다.

장군봉은 완벽한 암릉으로 위험하기 때문에 공식 탐방로가 없는데 아마도 비탐을 즐기는 분들은 이미 다녀오신 봉우리일 수도 있겠다. 그다지 권할 일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걸음이 없었기에 더욱 잘 보존된 자연의 모습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위험하고 당당하게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이 쫌…

참고로, 보이는 봉우리는 장군봉이지만 천황사는 사자봉 자락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이제 삼성각을 내려가 등산로를 향한다.

지금은 대웅전 앞에서 바라보는 풍경 가운데 경작지는 영암들의 시작인 개신리로 천황사에서는 북쪽이다.

망호천과 영암천을 중심으로 개신리에서부터 왼쪽 즉, 서쪽으로 넓고도 넓은 평야지대가 펼쳐지게 된다.

오죽처럼도 보이는 대나무 숲을 지나 산행에 몰입하기 시작.

원하는 형태대로라면 하산을 하며 천황사를 다시 들를 일은 없다. 물론, 일부러 다시 들른다면 되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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