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작전’·‘더 문’ 결국 흥행 실패

“진부하다”는 혹평 속 “흥행 실패 이유 못 찾겠다”는 발언 빈축

여름 성수기를 겨냥한 텐트폴 영화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영화 ‘밀수’는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으며, 가장 마지막으로 출격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개봉 첫 주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두 번째 주자였던 ‘비공식작전’과 ‘더 문’은 손익분기점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두 작품 모두 손익분기점은 600만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더 문’은 현재 약 50만, ‘비공식작전’은 약 100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치고 있다.

ⓒ각 영화 포스터 ⓒ각 영화 포스터

두 작품 모두 충격이 큰 상황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숫자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올여름 대작들이 한 번에 투입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물론 있었다. 그럼에도 배우 하정우, 주지훈이 뭉친 ‘비공식작전’과 ‘신과 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이 나선 ‘더 문’이 이렇듯 저조한 결과를 기록하자 ‘씁쓸하다’라는 안타까움 섞인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 감독이 직접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하정우, 주지훈은 지난 11일 성시경이 진행을 맡은 유튜브 콘텐츠 ‘성시경의 먹을텐데’에 출연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비공식작전’의 결과에 대해 언급했다. 주지훈이 “이유를 못 찾겠다. 평단의 평이 안 좋거나 실 관람객 평이 안 좋으면 ‘우리가 이래서 그렇게 됐구나’라고 할 텐데 감이 안 잡힌다”고 답답함을 표하자, 하정우 또한 이에 공감했다. 그는 “‘밋밋하다’, ‘장점도 단점도 없다’는 평이 많은데 사실 그 평은 좋은 평이다. 무난하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이라며 “나도 안 된 영화들이 많이 있었다. 사실 3일만 보면 ‘이건 안 되는 거구나’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이 영화는 그게 아니다. 가는 패턴과 리듬은 흥행으로 가는 패턴인데 파이가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화 감독은 최근 진행된 ‘더 문’ GV에서 “기대보다 관객분들이 (‘더 문’을) 덜 사랑해 주는 느낌”이라며 “우리나라 SF 영화 시장이 열악하기 때문에 그 벽을 깨 보자고 시도는 했는데, 그것에 비해 아직 관객들이 한국 SF 영화를 대하는 거리감이 상당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좀 더 발달하고 더 떠서 우리나라 과학기술 조금 더 존중하는 문화가 됐을 때 제가 하고 싶지 않아도 더 멋진 우주 영화를 갖고 돌아오도록 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들인 작품의 흥행 실패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과는 별개로, 이들이 내린 진단에 대해선 ‘심각하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두 작품 모두 예상 가능한 인물들이 펼치는 예측 가능한 전개로 대중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지 못했다는 혹평 속 부진한 가운데, 베테랑 영화인들이 관객들의 혹평 이유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겨난 것이다.

사실 이 영화들의 흥행 부진 이유는 명확하다. 하정우, 주지훈, 그리고 ‘더 문’의 설경구까지. 이들은 매년 여름 혹은 명절 성수기를 겨냥한 대작들에 단골로 출연하던 배우들이다. 큰 제작비가 투입이 되는 만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흔하게 선택하는 ‘스타 캐스팅’의 일환으로, 관객들의 ‘지루하다’라는 지적에도 수년째 이어지는 흐름이다. 이들의 활용법이 기존의 작품들과 달랐다면 모를까, 적당한 유머와 감동을 버무린 뻔한 전개 앞에선 이들의 활약도 예상 가능한 측면이 있었다. 여기에 ‘비공식작전’은 앞서 ‘모가디슈’, ‘교섭’ 등 이미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이 관객들을 만난 탓에 소재로도 궁금증을 유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신선하지 않은’ 것들이 모여 지금의 결과를 만든 셈인 것.

‘더 문’의 부진 이유 역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용화 감독이 자신한 것처럼 ‘더 문’이 구현한 비주얼에 대한 완성도는 뛰어났을지 모르나, 동료애, 애국심 등 감정적인 부분에만 기대 새로울 것 없는 전개를 보여준 것에 혹평이 쏟아졌다. ‘SF라는 장르의 문제가 아닌 지나치게 빈약한 서사가 문제’라는 평이 이미 지배적인 상황에서 김용화 감독의 호소가 통할 리가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문제점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리스크를 줄인다’라는 이유로 일부 배우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모두가 쉽게 몰입할 수 있는 클리셰 가득한 전개가 이어지는 것에 관객들은 꾸준히 불만을 표했었다. 이것이 코로나19 이전에는 어느 정도 통했을지 모르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을 통해 소재, 메시지, 캐스팅, 표현 방식까지. 꾸준히 색다른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호불호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시도의 의미나 개성만큼은 인정을 받으며 마니아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는 것이 극장 영화다. 그렇지 않아도 ‘영화 티켓값이 너무 비싸다’는 호소가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밋밋하다는 건 장점’이라는 분석이 과연 적절한 것일까. 베테랑 영화인들의 진단이 이 정도에만 그친다면, 앞으로의 부진도 길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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