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열광하는 것 넘어 이젠 함께 만든다…국경 오가는 창작가들

일본의 K웹툰 원작 애니메이션, 한국 감독의 일본 영화

드라마 '겨울연가'
드라마 ‘겨울연가’

[방송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 NHK에서 방영되며 일본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킨 지 20주년을 맞은 올해. 이제 양국은 단순히 하나의 콘텐츠에 함께 열광하는 것을 넘어 콘텐츠를 함께 제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3일 방송가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창작자들은 드라마, 예능,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협업을 이어가며 새로운 창작물을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등을 흥행시킨 서혜진 PD가 일본 제작사와 손잡고 선보이는 이른바 ‘트로트 한일전’이 대표적이다.

서혜진 크레아스튜디오 대표
서혜진 크레아스튜디오 대표

[크레아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양국에서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각 프로그램에서 살아남은 ‘톱7인’끼리 실력을 겨루는 과정을 또 다른 프로그램에 담아내는 식이다.

서 PD가 설립한 제작사 크레아스튜디오는 지난 3월 종영한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 판권을 일본에 판매했고, 아예 현지 제작사와 함께 일본편 리메이크작인 ‘트롯걸 인 재팬(Trot Girls in Japan)’을 만들 예정이다.

서 PD와 노윤 작가는 이달 중 일본에서 열리는 프로그램 참가자 예심 선발전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일본 트로트 스타 꿈나무들을 직접 만나본다.

웹툰 '플레이, 플리'
웹툰 ‘플레이, 플리’

[플레이리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제작사가 일본 OTT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드는 사례도 있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등을 만든 제작사 플레이리스트는 일본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Hulu)의 오리지널 시리즈인 ‘플레이, 플리’ 제작을 맡았다.

‘플레이, 플리’는 아이돌과 유튜버의 비밀 연애를 그리는 작품으로, 2020년 9월부터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동명의 인기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일본 오리지널 시리즈지만, 제작진과 배우 모두 한국인이다. 배우 김향기가 대학생이자 음악 유튜버로 활동하는 송한주를, 신현승은 아이돌 가수 이도국을 연기한다.

애니메이션 '나 혼자만 레벨업' 성우진 포함 캐릭터 PV 공개 영상
애니메이션 ‘나 혼자만 레벨업’ 성우진 포함 캐릭터 PV 공개 영상

[유튜브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한일합작 애니메이션을 선보인다.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 A-1 픽처스와 협업을 통해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을 애니메이션화해 올해 말쯤 내놓는다.

누적 조회 수 143억회를 기록한 ‘나 혼자만 레벨업’은 약한 E급 헌터였던 주인공 성진우가 각성해 최강의 헌터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창작자들도 문화권을 오가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2004)의 이재한 감독은 카카오 웹툰 연재작을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 ‘시 히어 러브'(SEE HEAR LOVE)를 연출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스타 야마시타 도모히사와 모델 겸 배우 아라키 유코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공개됐다.

영화 '시 히어 러브'의 야마시타 도모히사와 아라키 유코
영화 ‘시 히어 러브’의 야마시타 도모히사와 아라키 유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명 일본 감독들의 한국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미이케 다카시에 이어 유키사다 이사오도 이달부터 한국에서 드라마 촬영을 시작한다.

영화 ‘고'(2002),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 ‘리버스 엣지'(2018) 등을 만든 유키사다 감독은 배우 김병철과 윤세아가 부부로 호흡을 맞추는 드라마 ‘완벽한 가족’을 선보일 예정이다.

양국의 문화 콘텐츠 협업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에는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권이 협업해서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글로벌 프로젝트들이 세계적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런 글로벌 프로젝트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다른 문화권의 정서를 파악하고, 문화 융합을 이뤄낸다면 전보다 훨씬 넓은 소비층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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